노동시간 단축 원하는 당신, 휴일 연장근로수당에 주목하라

2016. 5. 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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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

휴일근로 연장근로 중복할증과 노동시간 단축 관계 그래픽

하루치 통상임금이 10만원인 직장 노동자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일을 하면 15만원을 받을까요, 20만원을 받을까요? 정답은 15만원입니다. 근로기준법은 휴일에 일을 하면 50%의 가산수당을 주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모든 직장이 이런 방식으로 휴일근로 수당을 계산해 급여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이 정답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5만원이 아니라 20만원을 주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조만간 나올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가 한 달에 똑같은 휴일근로를 하고도 월급을 더 받게 되는 걸까요? 사용자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데 노동자한테 지금처럼 휴일근로를 시키려고 할까요? 이른바 ‘휴일근로의 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이라는 어려운 문제는 망국병으로 불리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 관행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합니다. ‘더 친절한 기자들’에서 하나하나 파헤쳐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이 도대체 뭔가요?

위에서 예를 든 것처럼 애초 회사와 일하지 않기로 약속한 날, 그러니까 휴일에 노동자가 일을 하면 회사는 휴일근로수당을 줘야 합니다. 주 40시간제 직장의 경우 토·일요일 근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를테면 하루치 통상임금이 10만원인 노동자가 휴일에 일을 하면 하루치 임금 10만원에다 휴일근로수당(하루치 통상임금의 50%) 5만원을 더해 15만원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휴일에 일을 하면 휴일근로수당 50%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수당도 50% 더 얹어서 모두 100%의 수당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노동계에서 계속 제기됐습니다. 휴일에 일하는 것이 휴일근로뿐만 아니라 약속한 노동 시간 이외의 연장근로이기도 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합쳐 중복할증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2. 통상임금은 또 뭔가요?

노동자와 회사가 하루나 1주일 혹은 1달 동안 일하기로 약속한 시간(이를 어려운 말로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합니다)동안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의 성격으로 받는 임금을 뜻합니다. 통상임금이란 개념이 필요한 까닭은 노동자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할 때 가산수당 50%를 곱해야 하는 모수가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은 육아휴직 수당 등을 결정할 때도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현행 제도는 육아휴직 때 통상임금의 40%를 50만∼100만원 한도 안에서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직장인들이 받는 임금명세서는 기본급, 상여금을 비롯해 식대, 교통비, 직책수당, 휴일근로수당 등 여러 항목으로 복잡하게 이뤄져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된 임금항목 가운데 회사와 노동자가 사전에 일을 하기로 약속한 시간에 대한 대가 성격의 임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임금이 있다는 게 법원의 태도입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사건 상고심에서 통상임금의 개념으로 정기성·고정성·일률성이라는 난해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쉽게 풀어서 얘기하면, 정기성은 어떤 수당을 1달마다 주건 2달마다 주건 정해진 때에 정기적으로 주는지에 대한 요건입니다. 고정성은 해당 수당을 줄 때 예를 들어 1달에 15일 이상 근무한 사람한테만 주기로 했는지 아니면 근무일수 등 조건과 상관없이 주기로 했는지를 따지는 판단 기준입니다. 일률성은 한 직장에 다니는 직원들 가운데 특정 조건과 연결지어 차등화한 금액을 주는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이를테면,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달리 주는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지만, 가족 수와는 상관없이 가족이 있는 구성원한테 동일한 금액을 주는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입니다.

대법원의 2013년 12월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판결 이전에는 대개의 회사들이 임금항목 가운데 기본급과 극히 일부 수당만을 모수로 해서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수당을 지급하고, 정부도 같은 방식으로 육아휴직 수당 등을 지급했지만 그 이후엔 모수가 되는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휴일 근무가 약속된 노동시간 이외 연장근로이므로
휴일수당 50%+연장근로수당 50% 지급해야 한다는 것

퇴직한 환경미화원들,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청구소송
고법, 4:1로 중복할증 의견 우세…대법원 판단 미뤄

연장근로 인정땐 1주 12시간까지만 연장·휴일근로
노동시간 단축하고 신규 고용 늘릴 수 밖에 없어

회사원, 노동, 노동시간. 게티이미지뱅크

3.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 문제는 어쩌다 불거졌나요?

2004년 주 44시간제 노동체제에서 주 40시간제로 전사회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뤄졌습니다. 이른바 ‘주 5일제’입니다. 이때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1주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휴일근로시간은 16시간으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근로기준법이 얘기하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와는 별도의 개념이라는 기존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키로 정리했습니다. 그 유명한 ‘근로기준법상 1주일은 토·일요일을 뺀 월∼금 5일’이라는 논리입니다.

결국 주 40시간제에서 연장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하다 보니 1주에 일할 수 있는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이 돼버렸습니다. 비극적인 건 이 논리 때문에 주 44시간제에서 40시간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4시간이 더 늘었다는 점입니다.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던 2004년 이전에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4시간(44시간+연장근로 12시간+일요일 휴일근로 8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까지 휴일이 되면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휴일근로 16시간)으로 늘었습니다.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평일 노동시간을 4시간 줄였으나 1주 최대 노동시간은 되레 4시간이 늘어나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된 것이라며 1주에 할 수 있는 연장근로는 평일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포함해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따라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활임금을 벌어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연장근로와는 별도로 휴일근로까지 하는 장시간 노동을 통해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체제에 적응해왔습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에서 일하다 퇴직한 환경미화 노동자들과 일부 재직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 문제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재직 시절 휴일근로를 한 날에 대해 휴일근로수당 50%만 가산해 받고 연장근로수당 50%를 받지 못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퇴직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소를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모두 5건입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와 퇴직자 450여명이 “휴일근로 때 회사가 휴일근로 수당 50%만 주고 연장근로 수당 50%는 안 줬다”며 “나머지 수당도 돌려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남부지법이 노동자 쪽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휴일근로 땐 휴일근로 수당 50%와 연장근로 수당 50%를 모두 줘야 하니, 회사가 노동자 1인당 수십만∼1000여만원에 해당하는 연장근로 수당을 늦게라도 줘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4. 법원의 판단은 무엇입니까?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제기한 5건은 모두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끝나 대법원에 계류중입니다. 대법원은 순차적으로 접수된 개별 사건들에 대한 판단을 계속 미루다 지난해 9월 쟁점이 같은 5개 사건을 묶어 한꺼번에 판단하겠다며 전원합의체로 넘겼습니다. 대법원은 사회적 논쟁이 매우 크거나 기존 판례를 바꿔야 하는 사건들을 전원합의체로 넘깁니다.

일단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을 보면, 4대 1로 중복할증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중복할증 인정파’는 당위론에, ‘중복할증 거부파’는 현실론에 논리적 근거를 대고 있습니다. 우선 중복할증 인정파의 논리를 보면, 근로기준법에 등장하는 1주일이란 달력에 나오는 대로 7일로 이해하는 게 상식에 맞다는 것입니다. 또,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따로 50%의 가산수당을 주도록 규정한 건 “연장·야간·휴일근로가 기준 근로시간 내에서 행해지는 근로보다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가져오게 하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하라”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복할증 거부파’는 “근로기준법의 1주일은 근로 의무가 있는 평일 5일로 제한해 해석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또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용자는 행정적·형사적으로 제재를 가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이를 이유로 실제 제재가 이뤄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중복지급을 인정하면 웬만한 사용자는 다 처벌해야 해 노동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게 주요 논리입니다.

외환위기 직후 노동계는 실업을 막고 신규 고용을 늘리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제기했다. 한겨레 이정용 기자

5. 대법원은 왜 판단을 내리지 않나요?

대법원에 계류 중인 5건의 사건 가운데 서울고법이 마지막으로 판단을 내린 게 2012년 11월입니다. 대법원이 3년 5개월 이상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동안 국회와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법률 판단 이전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2014년 초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소위를 꾸려 중복할증 문제를 비롯한 노동현안 타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노사정위 논의와 함께 새누리당이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하되 중복할증은 하지 않는 것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1달도 남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입니다.

결국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개정안이 폐기되고 사회적 합의가 계속 지지부진한 상황이 닥치면 대법원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6. 수당 할증 문제가 노동시간 단축과 직접 연관돼나요?

애초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제기한 쟁점은 수당의 중복할증이었지만, 만약 대법원이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의 일환으로 보고 수당을 더 줘야 한다”고 판단하는 순간 논점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튀게 돼 있습니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의 일환이라면 1주에 할 수 있는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을 넘을 수 없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에 따라 52시간 이상 노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즉, 평일 연장근로든 휴일근로든 모두 합해 12시간을 넘기면 위법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사회에서 노동시간의 대폭 단축은 불가피합니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신규고용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기존 노동자의 연장·휴일근로로 메워 온 노동시간에 일할 누군가가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서울고법은 성남시 환경미화원 퇴직자 43명이 제기한 사건의 판결문에서 “중복할증 인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추가고용 없이 기존 근로자들에게 할증임금 50%의 휴일근로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장시간 근무하게 하는 것을 막는 데에도 그 의미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기업들은 똑같은 노동시간을 보다 적은 인력의 장시간 노동으로 처리하는 게 각종 4대 사회보험을 비롯해 노무관리 비용 지출 등에서 유리한 탓에 노동시간 단축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이 원칙적으로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하되 2023년까지는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더 쓸 수 있도록 해 한시적인 주 60시간 체제를 유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낸 배경이기도 합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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