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극단적 불펜야구 '2015년 추락' 잊었나

입력 2016. 5. 5. 06:05 수정 2016. 5. 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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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고작 88이닝, 구원 무려 145이닝 
지난해 후반기 추락 반복할까 우려돼

[OSEN=이상학 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를 마치고 난 뒤 "(선발진이) 매일 매일 바뀌고 있다. 기둥 없이 비슷비슷한 투수들을 갖고 야구할 것 같다"며 "시즌 중에도 오늘 같은 경기가 많을 것이다"고 밝혔다.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였던 3월27일 광주 KIA전에서 한화는 투수 8명을 썼다. 벌떼야구의 예고판이었다. 

시즌이 개막한 뒤 예상대로 한화는 극단적인 불펜 야구를 하고 있다. 지난 4일까지 한화는 시즌 26경기에서 선발이 88이닝을 소화한 반면 구원진이 무려 145이닝을 던졌다. 당연히 선발 최소이닝이자 구원 최다이닝 팀. 전체 233이닝 중 선발 비중은 37.8%에 불과하다. 나머지 9개 팀들의 전체 이닝 중에서 선발 투구가 61.5%나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한화의 불펜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선발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게 26경기 중 무려 21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 중에는 3실점 이하로 막고 있던 선발투수를 끌어내린 퀵후크가 16경기 포함돼 있다.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것보다 무너지기 전에 먼저 내리는 것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날이 갈수록 불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크게 이기는 상황은 물론 지고 있는 상황에도 가리지 않고 필승조 투수들이 집중 투입되고 있다. 

선발보다 불펜투수들이 뛰어난 한화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지금 한화의 방식으로는 장기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다고 본다. 한 야구 해설가는 "경기수가 적으면 몰라도 144경기에서 불펜야구가 안 통한다는 것은 지난해 한화를 통해 증명됐다. 시즌이 갈수록 더 힘들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불펜야구를 했다. 선발(667이닝) 구원(612⅔이닝) 투구가 비슷했다. 1군 첫 해 신생팀 kt(선발 660이닝)가 없었다면 선발 최소이닝은 한화의 몫이었다. 힘이 남아 있던 전반기 구원 평균자책점 4위(4.36)로 중간 이상 위치에 있었지만 힘이 떨어진 후반기에는 리그 최악의 구원 평균자책점(5.87)으로 무너졌다. 

전반기와 후반기를 비교하면 권혁(4.01→7.07) 송창식(5.56→7.80)의 평균자책점이 눈에 띄게 악화됐며 윤규진(2.50→3.27) 박정진(3.06→3.20) 역시 기록 하락과 함께 부상으로 시즌 막판에는 일본에서 검진을 받고 와야 했다. 이 바람에 전반기 5위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는 후반기 10위(24승36패·.400)로 추락하며 6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급 불펜 정우람이 가세한 올해도 오히려 선발 이닝이 더 줄었을 뿐 불펜 부담은 지난해와 다를 바 없다. 

물론 주축 선발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며 당초 구상이 꼬여버린 영향도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부상을 유발한 시즌 준비부터 잘못됐고, 조급한 마운드 운용은 선발이 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한화를 잘 아는 야구인은 "선발투수라면 경기 중 여러 차례 위기가 온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해가며 좋은 선발이 되어가는 법인데 한화는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구인은 "지난해 불펜야구의 한계를 봤는데도 선발을 만들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 필승조 투수들도 본인들은 괜찮다고는 말하겠지만 시즌이 갈수록 몸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떨어져 팔각도가 떨어지고, 제구가 되지 않게 된다. 몇몇 선수들은 벌써 시즌 막판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라며 "주위에서 말해봤자 의미가 없다. 모든 권한은 김성근 감독에게 있고, 책임도 감독이 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2015년 추락에서 배운 게 없다면 2016년에도 한화의 가을야구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박정진-송창식-권혁(위), 김성근 감독(아래).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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