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한미군 철수·核용인 '핵폭탄급' 발언.. 실행엔 의문

조성은 기자 입력 2016. 5. 5.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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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을 넘어 점점 현실화되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돌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다. 2015년이 지나기 전에 낙마할 것이며 그의 지지율은 다른 경선후보들이 나눠가질 것이다.”

지난해 중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돌파했을 당시 한 미국 전문가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당시만 해도 이런 인식은 미국 조야(朝野)는 물론 서울 외교가에서도 ‘정설’로 통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의 기세는 해를 넘기고도 꺾이지 않았다. 3일(현지시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추대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한·미동맹과 동아시아 정책에 대한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핵폭탄’급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 무임승차론’이 가장 대표적이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해 8월 “한국은 삼성과 LG, 샤프(사실은 일본 기업) 제품을 수출하며 돈을 번다. 우리는 한국에 군대를 보내 그들을 지키고 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방위분담금을 더 지불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한·일 핵무장 용인’ ‘한반도 유사시 미군 불개입’을 주장해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동맹국을 경악하게 했다. 그는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핵무장은) 어느 시점에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막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북한이 한·일에 전쟁을 일으키면) 끔찍한 일”이라면서도 “행운을 빈다. 알아서 잘 해봐라”라고 했다.

자유무역주의에도 본격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 캠프의 외교·안보 분야 좌장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콕 집어 부정적으로 평가하더니 오바마 미 행정부가 이뤄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트럼프 후보가 집권하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인식의 저변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있다. 1945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며 얻은 ‘세계의 경찰’ 지위를 내려놓고 자국의 이익을 더 배려하겠다는 논리다. 전 세계에 군사력을 과시해 자국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네오콘(신보수주의)’과 비교하면 반대쪽 극단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후보의 발언들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일단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에는 ‘악몽’이 될 게 분명하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기축으로 과거 미국 행정부가 공들여온 ‘허브 앤드 스포크’ 시스템은 붕괴 위협에 놓인다.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며 국제 핵 비확산 체제까지 훼손한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논리적 근거를 잃는다.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을 견제해 현행 국제안보질서를 유지한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한 공백을 중국이 치고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진 미·중 간 힘의 균형으로 극단화되지 않았던 남중국해·동중국해 분쟁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지역 안보에서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열리는 것이다.

때문에 실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기존 안보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정책 결정자가 된다면 지금까지의 안보 현실을 모두 무시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7년 집권 후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참모들은 물론 국무부와 국방부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소수 병력을 빼는 데 그쳤다.

특히 지금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이다. 트럼프 후보의 안보정책도 아직까진 두서없는 말들에 불과하다. 공약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상당부분 정제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진영에서조차 한국의 방위비 분담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후보의 ‘안보 무임승차론’ 또한 한·일보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불만 표출 성격이 더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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