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줘야 파일 잠금 해제" 1000억 뜯은 랜섬웨어

2016. 5. 5.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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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코드의 인질 된 내 컴퓨터

[서울신문]특정 사이트 접속 땐 전부 감염… 나도 모르는 새 모든 파일 잠겨
해커에게 돈 보내야 복구 가능, 피해 확산… 지난해 5만대 감염

“일을 하려는데 모든 업무용 엑셀 파일에 비밀번호가 설정돼 있더군요. 저는 암호를 건 적이 없는데 말이죠. ‘howto_recover_file’(복구하는 법)이라는 이름의 문서 파일을 열어보니 비밀번호를 해제하려면 약 50만원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업무 때문에 당장 엑셀 파일들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하라는 대로 했죠.”

건설회사 직원 A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회사 컴퓨터가 신종 악성코드인 ‘랜섬웨어’(Ransom Ware)’에 감염돼 곤욕을 치렀다. “한글, 엑셀, 사진 등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어요. 보안을 허술하게 했다고 회사에서 징계를 받을까 걱정도 됐죠. 온갖 백신 프로그램으로 악성코드를 날려 버리려 해도 소용이 없더군요. 이름대로 ‘몸값’(랜섬)을 해커에게 보내지 않으면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겁니다.”

해외에서 악명을 떨치던 랜섬웨어가 최근 국내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랜섬웨어 공격은 해커가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문서나 자료들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든 뒤 이를 치료하는 프로그램 등을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사이버 범죄다. 해커가 특정 홈페이지를 해킹해 랜섬웨어를 심어 놓을 경우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모든 컴퓨터가 감염된다. 최근에는 이메일을 통한 피해가 커지는 추세다.

보안업체인 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12건이던 국내 랜섬웨어 피해 신고는 4분기에 2081건으로 거의 10배로 뛰었다.

이 업체 이형택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서 약 5만대의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됐고, 피해자들이 해커에게 송금한 금액은 총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는 피해 규모가 15만명에 3000억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B(30)씨는 “인터넷을 쓰다가 영어로 팝업창이 떠서 광고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1시간쯤 지나니까 엑셀 파일이 안 열렸다”며 “해커는 1주일 안에 1비트코인을 주지 않으면 2비트코인으로 몸값을 올린다고 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온라인 거래소에 접속해 거래하는 가상 화폐로 추적이 불가능해 사이버 범죄꾼들이 현금을 대신해 많이 요구한다. 현재 시세로 1비트코인은 약 50만원 정도다. 비트코인을 해커가 지시한 인터넷 주소로 보내면 복구 프로그램을 받게 된다.

임진수 한국인터넷진흥원 분석1팀장은 “랜섬웨어가 한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로 확산되는 추세”라면서 “주기적으로 백신을 업데이트하고 중요 문서는 백업을 해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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