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문화 청산" 외치던 김종인 옆자리에 '86그룹 리더'

입력 2016. 5.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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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원내대표에 우상호

[동아일보]
4일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20대 국회에서도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86그룹이 당의 주류임을 보여줬다. 4·13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친노·운동권에 ‘메스’를 들이댔지만 이들의 위력은 여전했다. 후보 6명이 뛰어든 경선에서 범(汎)주류로 분류되는 우상호 우원식 의원은 친노 진영과 86그룹의 지지를 토대로 결선투표에 올랐고, 우상호 의원이 당선됐다. 반면 후보 4명이 뛰어든 비주류는 단 한 명도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경선 직후 ‘우 의원과 호흡이 잘 맞겠나’라는 질문에 “호흡이 안 맞는 사람이 어딨겠나”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날 저녁 한 종편에 출연한 김 대표는 내년 대선 출마 의향을 묻자 “여러 여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감히 그런 의향을 못 갖는다”고 했다. ‘여건이 되면 나갈 수 있다는 얘기냐’고 하자 “두고 봐야 알 일이지 미리 단정 지을 수 없다. 킹메이커는 앞으로도 안 할 거다”라고 대답했다.

○ 비주류 선택이 승부 갈랐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진영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홍영표 의원이 출마를 검토했지만 막판 뜻을 접었고, 친노 진영은 공식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재선 이상의 친노 의원 대다수는 우원식 후보 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친노 패권주의’를 의식한 것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친노 의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굳이 ‘표 동원령’을 내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반면 당선자 대회에서 “(당선자 123명 중) 모르는 사람이 5명밖에 없다”고 했을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우상호 의원은 57명에 이르는 초선 당선자들을 집중 공략했고, 일부 친노 당선자도 그를 지지했다. 또 10여 명이나 되는 86그룹 당선자들도 확실한 우군이 됐다. 우상호 의원은 이인영 의원과 함께 86그룹의 리더로 불린다.

결국 최종 승부는 비주류의 선택을 받은 우상호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한 비주류 의원은 “올해 초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국면 당시 우상호 의원이 친노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비주류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며 “여기에 친노 진영이 우원식 의원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 수 싸움 복잡해진 더민주당

당내 각 진영은 희비가 엇갈렸다. 친노 진영의 ‘외곽 지원’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비주류도 비슷한 처지다. 단일화를 못 해 무려 4명의 비주류 후보가 뛰어들면서 모두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한 당직자는 “비주류인 이상민 강창일 노웅래 민병두 의원의 표를 합해도 45표에 불과하다”며 “이것이 현재 비주류의 규모이자 한계”라고 했다. 다만 그간 친노와 비주류 사이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86그룹은 모처럼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둔 김종인 대표도 이번 결과에 웃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측근은 “일단 원내대표가 친노 성향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김 대표가 ‘운동권 문화 청산’을 주장해 왔는데, 이제 김 대표 옆에 86그룹이 앉게 됐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했다.

차기 당 대표 경선 구도도 복잡해졌다. 유일하게 경선 출마 의사를 밝힌 송영길 당선자는 같은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당 대표, 원내대표 모두 86그룹이 맡을 순 없다”는 상대 후보의 공세에 직면하게 됐다. 또 친노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재차 확인되면서 친노 진영도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당선자는 “전당대회 일정은 결정됐지만 막상 후보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며 “진영별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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