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끌어안은 정진석 "형님 만나려고 녹색 넥타이"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제2당으로 내려갔기 때문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오늘 여기(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앉던 자리) 앉으면 되는 거죠.”(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선출 다음날인 4일부터 ‘제2당’의 현주소를 실감해야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정 의장 예방을 시작으로 더민주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김 대표가 4·13 총선 결과 새누리당이 2당이 된 현실을 강조하자 정 원내대표는 “김 대표는 저희 형님 친구이시기도 하고, 제가 존경하고 따르던 어른”이라며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김 대표는 “3당이 됐으니 옛날과는 원내대표 역할이 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원내대표 잘 하면 갑자기 충청대망론이 나올 수 있고 그러니까 잘 하세요”라고 덕담했다. 이날 김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면담은 10분 만에 끝났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단독면담을 포함해 모두 43분간 머물렀다. 먼저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마주앉은 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녹색 넥타이를 들어 보이며 “넥타이 색깔도 신경썼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녹색은 국민의당 상징색이다. 안 대표는 “협력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고, 천 대표는 “정 원내대표는 협치를 하는 데 적임자”라고 덕담을 했다.
긴장국면도 있었다. 천 대표는 “저는 오래전부터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고 말해 왔다.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여당이)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좋은 말씀”이라면서도 “지금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해도 그걸 관철시킬 방도가 없다. (‘국회선진화법’ 하에서) 국회 문턱을 그냥 넘길 수 없다.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받아넘겼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선 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피가 섞인 듯하다”는 말을 했다고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이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은 것 같다. 새누리당은 영남의 지지를,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어서 두 당이 잘 하면 영호남 대립 해소와 국민 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새누리당과 기존 야당을 지지했던 분들이 혼합됐는데, 그 중간에 지지자를 묶어 주는 것은 합리적 개혁”이라고 응수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와 따로 26분 동안 만났다. 박 원내대표가 정 원내대표를 보자마자 포옹을 하려 하자 정 원내대표는 “(제가)한번 안아줘요?”라며 와락 끌어안았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녹색 넥타이를 보여주면서 “형님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도 이걸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저와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권 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께 잘 진언하셔서 좋은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무소속인 정의화 의장에게 “새누리당 입당 안 하시느냐”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정 의장은 “원내대표가 훌륭한 분이 되셨으니 (안 하겠다는 입장을)재고해 보겠다”고 받아넘겼다.
글=김경희·박가영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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