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플러스] '48시간 골든타임' 놓쳐 영영 잃는 아이들

이희정 2016. 5. 4. 2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아이러니하게도 실종 아동 신고가 가장 많은 것이 5월입니다. 작년 5월 한 달 동안 접수된 아동 실종 신고를 보니까 2050건. 하루에 66명꼴입니다. 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아이는 84명이나 됩니다. 그러니까 자칫 잘못하면 평생 아이를 못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어린이 실종 신고에도 골든 타임이 있는데 이걸 넘기면 통계적으로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실종 12시간, 늦어도 48시간을 그 골든타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수사 당국이나 대형 매장 등이 골든타임에 아이를 찾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10살 김일형 군이 사라진 건 6년 전.

일형 군은 집 근처 농장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 집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정작 수색은 이틀 지나서야 시작됐습니다.

[김홍귀/김일형 군 아버지 : 경찰은 신고해도 연락 한 통도 없고 월요일인가, 10시 경인가에 형사 몇 명 오고….]

범죄 혐의가 없다며 경찰이 단순 가출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김홍귀/김일형 군 아버지 : 신고를 하니까 경찰이 하는 이야기는, 집에 가서 애가 거기까지 가 있을지 모르니까 확인해보고 연락을 달라고.]

경찰은 수색에 나선 지 5일 뒤에야 농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간척지 주변에서 일형이의 자전거를 발견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일형이의 실종 사건.

[담당 수사관 : 거기(간척지 부근)에서 사망했을 수도 있겠다고 추정은 하지만 설사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죠.]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일형이가 살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김홍귀/김일형 군 아버지 : 5년 지났으니까 지금 15살이죠. 아이를 데려가서 누군가가 분명히 데리고 키우고 있을 거란 말이죠.]

2013년 여름, 보호시설에서 갑자기 사라진 12살 강석 군도 3년째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당시 보호 시설은 강군이 사라졌지만 실종 신고를 곧바로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 관계자 : (자체 인력으로) 찾다가 안 되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고. 내부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그래서 지연된 거죠.]

경찰도 강군의 실종 신고를 받고 '앰버 경보'를 하지 않는 등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2007년부터 18세 미만 아이들의 실종이나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TV나 전광판 등에 상황을 알리는 '앰버 경보'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14년 실종됐다가 2주 만에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민기 군.

당시 경찰은 신고 40시간 후에나 앰버 경보를 발령해 부실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그런데도 지난해 역시 경찰의 긴급 경보 발령 건수는 20여 번으로 인천과 경남, 전남 등은 단 한 번도 경보가 울리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실종 아동이 발생했을 때 자체적으로 안내 방송을 해 집중 수색하는 '코드 아담' 제도도 시험 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9월 경기도 한 쇼핑몰에서 사라진 3살 심모 군.

사라진 지 2시간 만에 쇼핑몰 내 공사장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해당 쇼핑몰은 코드 아담 적용 시설이었지만, 실종 신고를 받고도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숙희 계장/경찰청 아동청소년계 : 시설주가 경찰에 신고 전에 먼저 찾는 거죠. 먼저 찾는데 못 찾았다. 그럼 경찰에 신고해서 같이 찾는 게 핵심이에요.]

미국이나 영국은 실종 아동이 발생하면 10분 이내에 무조건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한국에선 해당 시설이 자체적으로 찾는 구조입니다.

영업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대형마트 관계자 : 일단 경찰 신고는 나중 문제고 그 전에 초기 대응 있잖아요. 내부적으로 하는 거죠.]

그렇다보니 대형 놀이시설의 경우 통상 한시간 후에 신고를 한다는 곳도 있습니다.

미아 방지를 위해 정부가 200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전지문 등록'도 4명 중 1명만 참여하는 등 관심이 저조합니다.

실종 초기 미흡한 대처는 결국 '골든타임'을 놓치며 장기 실종으로 이어집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 신고 후 12시간이 지나면 끝내 못찾을 확률은 58%, 24시간이 지나면 68%, 일주일 뒤에는 89%로 올라갑니다.

[서기원 대표/실종아동찾기협회 : 실종되면 수사팀이 행적을 찾아요. 근데 범죄가 연결된 게 확인이 안되면 사건은 종결되죠.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