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무해하다는 말 안 믿어요" 커지는 생활용품 불신

이성희 기자 입력 2016. 5. 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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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불안 확산…관련 제품 매출 작년 대비 ‘뚝’

‘직장맘’ 주모씨(39)는 두 딸을 목욕시킬 때마다 입욕제를 사용해왔다. 거품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데다 향기가 좋아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입욕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씨는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 거품을 입에 묻히기도 하는데 몸에 좋지 않을 것 같다”며 “유해한 성분이 없다고 해서 고른 제품이지만 이젠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4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용산점 의 옥시레킷벤키저 제품 진열대 앞에서 옥시 제품의 판매 중단을 촉구하며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화학 성분이 들어간 생활용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부분이 면역력 약한 어린아이와 임산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를 가진 주부들을 중심으로 ‘옥시레킷벤키저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불안이 퍼지면서 관련 제품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4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젖병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젖병세정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감소했다. 섬유탈취제와 방향제 매출도 각각 41%, 25% 떨어졌다.

실제로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는 “젖병세정제는 안전할까요? 몇 개월 사용했는데 눈이 따갑고 열탕 소독 후에도 냄새가 남아있네요” “뿌리는 섬유탈취제는 괜찮을까요? 섬유유연제도 살펴봐야겠죠” 등의 문의글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날 폐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독성 물질이 다른 방향제와 탈취제 제품에도 쓰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모 섬유탈취제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랑 같은 성분이 들어있다네요” “옥시가 빙산의 일각일까봐 겁나요” 등의 우려가 퍼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생활용품 매출이 전체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분석한 섬유탈취제와 해충을 쫓기 위한 방충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 떨어졌다. 방향제 매출도 10% 줄었다. 같은 기간 옥시 제품의 비중이 큰 표백제와 습기제거제 매출은 각각 36%, 46% 감소했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불안해하는 이유는 옥시 등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들이 유해 성분을 사용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흡입 시에도 안전하다’는 식으로 광고해왔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중 가장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세퓨는 ‘덴마크산 원료로 만든 친환경 살균제’라고 광고해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여기에 가습기 살균제가 당초 공산품으로 분류돼 당국의 사전 허가나 승인 없이도 유통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의 허술한 정책을 비판하는 여론이 더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화학 성분 대신 인체에 무해한 대체제를 만들어쓰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가령 표백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섬유유연제 대신 구연산 등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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