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명가' 뉴욕 양키스의 이유 있는 몰락

rap 2016. 5. 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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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의 뉴욕 양키스는 전 세계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지난 1901년 창단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월드시리즈 우승 27회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아메리칸리그(AL) 우승도 40회나 거머쥐었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치 순위에서도 34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포브스가 구단 가치를 평가한 1998년 이래 19년 연속 부동의 1위다.

그간 양키스를 거쳐간 스타도 즐비하다. 야구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전설의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를 비롯해 2130경기 연속 출장 기록에 빛나는 루 게릭, 1980년대 양키스를 대표하는 돈 매팅리,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양키스의 캡틴을 맡은 데릭 지터, 700호 홈런을 향해 달려가는 알렉스 로드리게스까지. 숱한 MLB의 전설이 양키스와 인연이 닿았기에 야구팬들에게 양키스는 동경의 대상이자 최고의 팀으로 남아 있다.

양키스의 몰락은 야구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다. 양키스는 4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서 1-4로 무릎을 꿇으며 6연패 늪에 빠졌다. 현재까지 성적은 8승 16패로 AL 동부지구 최하위다. 볼티모어보다 안타 두 개를 더 치고도 타선의 집중력이 떨어져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볼티모어의 마크 트럼보가 홈런 2방으로 홀로 3타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지켜봐야 했다.

‘돈으로 승리를 사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양키스는 올 시즌 전 야후스포츠가 발표한 구단 연봉 총액 순위에서 2억 2900만 달러로 2위에 오른 ‘빅마켓’ 구단이다. 양키스 외에 연봉 총액이 2억 달러가 넘는 구단은 1위인 LA 다저스(2억3500만 달러)뿐이다. 양키스는 지난 이적 시장에서 쿠바 출신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했다. 채프먼을 제외하곤 거물급 FA 영입에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연봉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은 양키스의 ‘노쇠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미래에 투자하는 대신 당장의 성적을 위해 비싼 몸값의 선수들을 사들이는 양키스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기존 선수와의 조화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 팀을 이끄는 방식이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양키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창단 132년만에 첫 EPL 정상을 밟은 레스터 시티 선수단의 몸값은 EPL 최고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맨체스터 시티의 8분의 1 수준이다. 레스터시티 우승의 주역인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29)는 100만파운드의 이적료를 받고 이번 시즌 34경기에 출전해 22골을 기록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표본을 보여 준 레스터 시티의 성공 이면엔 선수보다 원팀(One team)이라는 지도 철학이 있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5) 레스터 시티 감독은 지난해 7월 지휘봉을 잡고 특유의 ‘아버지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스리바나프라바 부구단주는 바디가 입단 초기 매일 술을 마시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신중히 생각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레스터 시티는 이원화가 가능한 다른 팀과 달리 선수층이 두껍지 않아 선수 구성에 큰 변화 없이 한 시즌을 치르면서 기적을 연출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특유의 역습 축구를 토대로 스타 선수가 아닌 ‘여우 군단’의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양키스와 같이 특정 선수에 기댄 야구는 곳곳에서 취약점을 드러낸다. 올 시즌 양키스의 전략은 강력한 불펜 야구다. 베탄시스-밀러-채프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로 승리를 지켜내겠다는 심산이었다. 불행히도 채프먼이 폭행 혐의로 3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아 시즌 초 합류하지 못하며 균열이 생겼다. 오는 10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4연전 중 첫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지만 경기 감각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팀내 간판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햄스트링 부상을 의심해 MRI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로드리게스는 1975년 7월생으로 만 41세의 노장이다. 부상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연봉 2100만 달러의 고액연봉자를 부상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이 팀으로서는 골치다.

스포츠는 팀 경기다. 구단의 가치는 숫자로 매겨질 수 있지만 경기력은 팀으로 말한다. 지는 해 양키스와 떠오르는 해 레스터 시티의 차이는 고액 연봉 선수들이 아닌 팀으로 갈렸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사진=ESPN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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