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엽기적인 그녀2' 해명의 시간 그리고 차태현의 진심

2016. 5.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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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전작의 부담이 워낙 커서였을까. 영화 ‘엽기적인 그녀2’의 기자간담회는 사과와 해명으로 가득찬 시간이었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엽기적인 그녀2’ 기자간담회. 행사에는 주연 배우 차태현과 연출을 맡은 조근식 감독이 참석했다. 개봉일 변경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시사회 진행일이 조정된 탓에 일정상 여주인공 빅토리아는 불참했다.

이날 영화 측에서 먼저 꺼낸 질문은 이번 후속 작품에 임한 ‘소감’이었다. 조근식 감독과 차태현은 취재진의 쓴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조 감독은 “처음에 이 작품을 맡을 때 그전의 영화와 다르게 유명한 시리즈의 속편이라는 것과 한중합작 프로젝트라는 것 그리고 여주인공의 교체 등 걸리는 점이 많았다.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만을 생각했다면 중국 배우들을 썼을 것이다. 혹은 중국에서만 촬영했거나 내가 아닌 중국 감독이 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작사 대표를 만났을 때 ‘우리가 가진 콘텐츠와 인력으로 아시아 시장과의 간극을 좁히는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한 나라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성과를 이뤄내고자 했다. 이게 가능할 지에 대한 의문이 있긴 했다. 큰 자본을 만난 것도 아니라서 어려움도 있었다”면서도 “차태현이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다. 차태현이 연기한 견우의 이야기를 더 하고자 했다. 견우의 정서와 마음을 전하는 것에 출발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태현은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리더였다. 자기 자신이 이뤄내야 할 팀의 하모니를 잘 알고 있더라. 본인이 나가서 주목받기보다는 팀에 자신을 얼마나 녹여낼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맙고 감사했다. 차태현에 대한 애정은 여러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고마워했다. 조근식 감독의 말대로 영화 속 차태현의 ‘하드캐리’는 열 번 말해도 입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빛났다.

조 감독은 전지현에 이어 새로운 ‘그녀’를 연기한 빅토리아에 대해서도 칭찬으로 감쌌다. 조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처음에 내가 중국말로 연기하라고 했는데 빅토리아가 한국말로 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더 요구했으면 빅토리아는 아마 더 한국사람처럼 완벽하게 구사했을 친구다. 하지만 내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이 정도면 됐다’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조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비구니로 설정돼 견우를 떠난 ‘원조 그녀’ 전지현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그녀’를 비구니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그녀’가 죽는 설정까지도 생각했다. 그러나 무책임하거나 슬픈 이별일 것 같더라. 견우에게 너무 무겁고 슬프지 않은 이별을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새로운 그녀를 만나고 이야기가 유쾌하게 흘러갈 것 같았다. 1편의 ‘그녀’라면 비구니 같이 엉뚱한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편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는 분들은 비구니 설정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차태현 또한 전작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지현에게 미안해했다.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내려놓고 전하는 차태현의 솔직한 멘트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는 정말 나에게 소중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과 다르게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워낙 전작을 사랑해준 분들이 많았다. 전지현과 같이 하지 않으면 후속편을 다시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엽기적인 그녀’를 전지현 없이 나 혼자 한다는 게 미안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극 중 ‘그녀’를 비구니로 보냈지만 그 장면 때문에 이 작품을 해도 내가 되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지현에게 아직도 미안하다. 팬들도 전지현을 못 본다는 것에 실망이 클 수 있다. 나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태현이 출연한 결정적인 이유는 견우을 향한 ‘강한 그리움’이었다. 관객들 못지않게 그도 견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차태현은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견우를 한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좌우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나도 견우가 보고 싶었다”며 “하기 전까지는 너무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하고 나서 촬영할 때에는 오랜만에 재밌게 찍었다. 견우를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완성작을 처음 봤는데 나 또한 오랜만에 견우를 보고 듣게 돼 반가웠다. ‘엽기적인 그녀2’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관객이 분명히 있을 거라도 생각한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차태현의 진심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을까. 진항 향수를 남기고 간 ‘엽기적인 그녀’(2001)의 빈자리를 이번 ‘엽기적인 그녀2’가 꽉꽉 채워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5년 만에 돌아온 ‘엽기적인 그녀2’는 원조 엽기적인 ‘그녀’(전지현)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 이후 새롭게 찾아온 초등학생 시절 첫사랑 ‘그녀’(빅토리아)와 ‘견우’(차태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았다. 5월 12일 국내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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