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붐비는 놀이공원 말고 터닝메카드 말고

2016. 5.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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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년 어린이날이 오면, 집에 어린이가 있는 부모들이 빠짐없이 고민하는 질문이 있다. 직장을 쉴 수 있는 부모는 ‘어디에 갈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쉬지 못하는 부모는 ‘어린이날 같이 못 놀아준 걸 어떻게 만회하나’ 머리 싸맬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주어진 공통 과제는 ‘선물은 무엇을 줄 것인가’다. 언론들은 며칠째 ‘어린이들이 가장 바라는 선물 순위’ ‘어린이날 가볼 만한 곳’ 등 각종 정보 쏟아낸다. 붐비는 놀이공원은 부모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어린이날을 앞두고 동나는 터닝메카드는 부모의 애를 태운다. 그래서, <한겨레>가 어린이들과 멋진 어린이날을 보내는 ‘다른’ 방법을 소개한다. 다음은 <한겨레> 육아웹진 베이비트리(▶바로 가기)의 필자들이 보낸 어린이날 경험들이다.

0. 아이 사랑은 이벤트가 아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와 즐겁게 놀라고 하면 뭔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체험전, 전시전, 박물관 같은 곳이 북적거리죠. 그런데 사랑은 이벤트가 아니거든요. 체험 많이 시켜준다고 아이들이 행복해할까요?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같아요.”

몇 해전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한겨레>에 들려준 말이다. 많은 부모들을 움찔하게 할 이 한마디, 아이 사랑은 이벤트가 아니랍니다! (▶바로 가기 : 기자 엄마의 반성문)

1. 어린이날엔 어린이를 돕자!

신순화씨 아이 셋이 지난해 어린이날 지진으로 고통받는 네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6만원. 신순화씨 제공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한 아이 셋 엄마 신순화씨는 지난해 어린이날 아이들과 함께 지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네팔의 어린이들을 후원했다. 당시 어린이날을 열흘 앞두고 네팔에선 강진이 발생했다. 신씨는 아이들에게 ‘월드비전’에서 보낸 후원요청 문자를 읽어줬고, 아이들은 신씨가 ‘후원’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각자 어린이날 용돈으로 받은 2만원씩 선뜻 내놨다. 신씨와 남편도 2만원씩 보태 가족 이름으로 10만원을 기부했다. 아이들에게 네팔 지진 관련 기사를 읽어준 뒤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신씨는 “나도 어린이날엔 아이한테 선물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맞은 어린이날, 내 아이가 무사하고 내 아이가 곁에 있다고 해서 우리끼리 선물을 주고받고 즐거울 수는 없었다”며 어린이날을 보내는 법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선물은 직접 바느질을 해서 만든 손수건으로 대신했다고 한다.

신씨는 “내 가족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만큼 다른 아이들의 삶도 같이 돌아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내가 받은 선물의 일부라도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것을 나누고 주위의 아픔에 관심을 갖는 어른으로 커갈 것“이라고 조언한다. (▶바로 가기 : 어린이날엔 어린이를 돕자)

<어린이들을 위해 후원할 수 있는 곳>

초록우산어린이재단 https://support.childfund.or.kr/main.do

홀트아동복지회 https://www.holt.or.kr/campaign/support/02

아름다운재단 http://thebeautifulday.org

세이브더칠드런 https://www.sc.or.kr/support/supportGuide.do

굿네이버스 http://www.goodneighbors.kr/support/index.gn

유니셰프 http://www.unicef.or.kr/donation/?TrackCode=pc_donation_btn

2.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은 사람?!

2013년 윤영희씨 아이가 어린이날 사촌과 만나 놀고 있다. 윤영희씨 제공

국제결혼을 해 일본 도쿄 근교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윤영희씨는 3년 전 어린이날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 선물은 바로 바쁜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던 윤씨는 어린이날 시동생네 식구와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만 5살, 2살인 아이들과 또래인 시동생네 아이들은 1박2일 동안 우르르 몰려다니며 평소 안 먹던 음식도 따라 먹고 때론 넷이, 때론 둘씩 짝을 지어 놀며 이틀을 만끽했다. 덕분에 어른들에게는 각자 ‘힐링의 시간 선물’이 주어졌다. 윤씨는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동서는 오랜만에 혼자 쇼핑을 했다고 한다!

윤씨는 “평소 사교육은 안 시켜줘도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챙겨주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늘 놀이와 사람이 고픈가 보다”라고 했다. 윤씨는 “그 어떤 좋은 물건도 사람을 결코 대신할 순 없다는 걸 아니, 대신해선 안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가정의 달”이라고 말한다. (▶바로 가기 : 어린이날 최고의 선물은 사람?!)

3. 어린이날엔 아이가 성장할 수 있기를!

2012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전병희씨는 아들과 함께 장애 가족을 이야기를 다룬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을 보러갔다. 전병희씨 제공

엄마와 아이가 조화로운 삶을 살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 중인 평범한 30대 엄마 전병희씨의 특별한 어린이날은 2012년에 시작됐다. 그는 그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와 함께 장애 가족 이야기를 담은 독립영화 ‘달팽이의 별’을 관람했다. 영화 보는 중간에 아이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이거 왜 보러 왔어?” 등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전씨는 “세상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존재하고, 그들이 가족을 이루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도와가며 산다는 것”을 비롯해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날 수 있지만, 살다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안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전씨는 어린이날에 “아이에게 좀 더 특별한 선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바로 가기 : 어린이날 선물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로 하세요! )

4. 황금연휴, 아이와의 여행을 망설이거나 계획했다면 팁은

뉴질랜드 북섬 반딧불이 동굴이 있는 와이토모 캠핑장에서 전은주씨의 딸과 아들이 펄쩍펄쩍 뛰고 있다. 전은주씨 제공.

최근 영유아를 데리고도 여행길에 오르는 부모가 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아이와 여행하면 고생한다”는 충고의 목소리가 높다.

5년 전 9살, 5살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에서 한 달 동안 살았다는 전은주씨는 “안 힘들 때를 기다려서 여행하려면 평생 여행 못 갈 것 같았다”고 말한다. 전씨는 힘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힘은 들어도 좋은 부분이 많아’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한 달에 3~4번 정도 국내 여행을 한다는 여행 작가 홍미경씨는 아이가 4개월이 됐을 때부터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엄마가 행복해지자 아이도 행복해졌다고 했다. 두 엄마 모두 여행을 할 때 “본전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음은 홍씨를 비롯한 여행을 즐기는 부모들이 알려준 몇 가지 팁이다.

①18개월 이전 아이와의 여행은 될 수 있으면 리조트로 가는 게 좋다. 면역력이 약하고 낮잠 시간이 길어 숙소에 머무르게 되는 시간이 많기 때문. 두돌이 지난 아이와의 여행은 아이와 부모의 성향을 함께 고려해 정한다.

②영유아와 함께라면 해열제, 밴드, 소독약 등 상비약은 필수이고, 비상시를 생각해서 응급의료전화번호(1339)를 휴대전화에 저장하라.

③36개월 이하의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 필수품은

-건강보험증 (관광지에서 유아 무료입장을 하기 위해 필수), 자동차용 장난감과 동요 시디 (지루한 장거리 자동차 여행 때 동요북이나 동요 시디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여행이 가능), 유모차 (여행에서 지치기 쉬운 영유아에게는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유모차가 필수), 다용도 비닐백, 클린백 (쓰고 난 아이 기저귀를 싸거나 여행지에서 아이가 먹지 않은 음식 등을 싸기 좋다) (▶바로 가기 : 본전 욕심 버리면, 아이와의 여행은 힐링)

5. 결국 놀이공원을 가야만 한다면 팁은

권규리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아빠학교 교장이자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자문위원인 권오진씨는 <한겨레>에 ‘놀이공원 10배 즐기는 법’을 전하면서 “어린이날에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었다면 놀이공원을 가는 부모들을 위한 조언은 아래와 같다.

①출발은 일찍, 또는 아주 늦게 하라 (개장하기 전 도착해 교통체증을 피하고 놀이기구를 상대적으로 쉽게 타거나, 폐장 2~3시간 전에 도착해서 늦잠의 여유 즐기고 인파를 피한다)

②유모차를 챙겨라 (미취학 어린이가 있다면 점심을 먹은 뒤 혹은 신나게 논 뒤 피곤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

③간단한 놀이기구와 야외용 돗자리를 준비하라 (아이의 나이에 따라 공이나 배드민턴 등을 준비한다. 잔디밭이나 그늘에서 잠깐 놀아줄 수도 있고 잠시 낮잠을 자게 할 수도 있다)

④리프트만 타고 와도 아이는 좋아한다 (정말 시간이 없다면 가서 리프트만 타고 와도 아이들은 대만족이다. 머무르는 시간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바로 가기 : 놀이공원 10배 즐기는 법)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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