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피 섞인듯" "야당 본분 지킬 것" 상견례 기싸움
[머니투데이 심재현 우경희 구경민 기자] [[the300]뼈있는 덕담 속 여소야대·3당구도 새 정치지형 드러나]
새누리당 신임 원내사령탑을 맡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4일 상견례에서 불꽃 튀는 물밑 신경전을 벌였다. 집권여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몸을 낮춰 야당 지도부를 잇따라 찾아 만나면서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과 20년만의 3당 구도라는 새로운 정치지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특히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에 각별한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 상징색과 비슷한 연한 초록색 넥타이를 맨 정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나려고 넥타이 색깔을 특별히 골랐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어 언론에 비공개한 면담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당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은 것 같다"며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피가 섞인 듯하다"고 말했다. 또 "새누리당은 영남의 지지를 많이 받고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지를 많이 받으니 두 당이 잘 하면 영·호남 대립 해소와 국민 통합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고도 했다.
안 대표는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국민의당 지지자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지지했던 분들이 혼합됐는데 그 중간에 지지자를 묶어주는 게 합리적 개혁"이라며 "편가르기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것을 갖고 생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로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받았다.
천 대표는 전날 정 원내대표가 밝힌 협치의 정치라는 발언을 겨냥해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협치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며 "여당 원내대표가 앞장서달라"고 쓴소리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그런 상황은 과거 여당이 과반수일 때의 일이고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며 "대통령이 일방적인 지시를 한다고 해도 관철할 방도가 없고 협치는 외통수"라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별도 면담에서도 "새로 시작해야하는 어려움 속에서 힘이 많이 부친다"며 낮은 자세를 이어갔다.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내세운 구조조정과 '한국형 양적완화'를 언급하며 "노사합의를 통한 구조조정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대통령께 그런 말씀을 잘 진언하시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동석한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기획재정위를 같이 했다고 들었는데 (박 대통령이) 김 정책위의장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많이 했다"며 새누리당 출신인 '전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그때 계셨으면 장관도 하셨을텐데"라며 "파트너로 잘 모시고 논의하겠다"고 거들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에 "국민의당은 기본적으로 야당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분"이라며 "(2010년 이명박정부 정무수석으로 기용될 당시)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나뵀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당시 정무수석으로 가지 말라고 했던 것 같다"고 응수하면서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 대표는 또 "새누리당이 제2당으로 국회 내에서 (위치가) 내려갔기 때문에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며 "원내대표를 잘하면 갑자기 '충청대망론'이 나올 수도 있고 하니 잘하라"고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마지막으로 정의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는 "새누리당이 좋은 법안을 내는 게 소원"이라는 노 원내대표의 말을 듣고 "국민들을 실망시켜 반성을 많이 하고 있고 자숙모드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심재현 우경희 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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