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BIFF, '자기 반성 없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등 봉합

부산CBS 강동수 기자 2016. 5. 4. 15: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파행 막기 위한 '또 한 번의 땜질 처방' 평가
갈등 근본 원인 해소해야

지난해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모습. (사진=자료사진)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사상 첫 민간인 조직위원장으로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을 추대하기로 하면서 올해 영화제 파행 위기는 일단 모면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영화제 운영을 둘러싼 시와 영화제 양측의 불신과 갈등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어렵게 마련된 영화제 개혁 논의도 흐지부지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부산시는 3일 강수연 BIFF 집행위원장을 만나 새 조직위원장 선출 권한을 영화제 측에 위임한다며 좋은 적임자를 찾아볼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부산인사 추대론이나 세대교체 요구를 내세우며 초대 민간인 조직위원장 만큼은 부산시가 원하는 인물을 앉히겠다던 방침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BIFF 집행위와 국내 영화계에서는 이미 한 달여 전부터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할 것을 요구해온 만큼, 결과적으로 김동호 위원장 합의 추대 결정을 내린 셈이다.

(사진=자료사진)
한국 영화계의 존경을 받는 큰 어른이자 BIFF 성공의 일등공신인 김 전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을 경우 정치적 외압을 차단해 부산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지켜낼 수 있고, 부산시에 대한 반발로 불참을 결의한 국내외 영화계를 설득해 올해 영화제도 차질없이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협의는 여전히 불협화음을 내고 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BIFF 수뇌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놓고도 양측은 첨예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부산영화제 갈등이 과연 봉합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부산시는 검찰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등 4명을 각각 횡령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감사원 지적 사항은 단순한 행정적 실수일 뿐이라던 BIFF 집행위의 해명과 달리 명백한 불법행위로 입증됐다며 영화제 개혁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영화제의 회계 운영, 인력 채용 등이 국·시비 70여 억원을 포함해 연간 120여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공적기관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불투명하게 운영된 점이 많다며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BIFF 측은 4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개인비리가 전혀 없음에도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이고, "정치적 외압을 견뎌내지 못한 검찰이 기소를 전제로 견강부회, 침소봉대하는 논리를 동원한 것으로 앞으로 법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툴 것"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 정치적 개입이나 부산국제영화제의 방만하고 불투명한 예산운영을 문제삼는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되면서 영화제의 정상화나 체질 개선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BIFF 정기 총회 참석 현장. (사진=강동수 기자)
그동안 부산시는 영화제를 통제할 의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거취 문제를 거론하며 사퇴를 종용해온 만큼 정치적 외압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제라는 특수한 조직의 집행위원장을 마치 시 산하 기관장 교체하듯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예술문화영역의 특수성을 무시한 관료적 태도에도 오늘의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

부산시장이 가진 조직위원장직을 민간에 내놓겠다면서도 최종 임명권은 시장이 갖겠다고 고집하거나 부산인사를 조직위원장에 앉혀야한다고 주장한 부분도 영화제에 대한 독립성 보장 의지를 의심하게 했다.

반대로 영화제 측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BIFF 집행위는 그동안 영화제 예산의 방만한 집행과 회계 부정에 대한 부산시의 지적을 영화제 독립성 침해 주장으로 일축해버리기 일쑤였고, 영화제 파행이 우려된다며 위기감을 조장하면서 부산시에 책임 떠넘기기에도 급급했다.

부산시는 그 누구보다 영화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애써야 할 영화제 운영 주체이면서도, "올해 영화제는 정상적으로 치르기 힘들다", "천막영화제도 불사하겠다"며 벼랑끝 전술로 자신들을 몰아부쳤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회 의결권을 왜곡하는 60여 명의 자문위원 기습 위촉 등 비리사학에서나 쓸법한 편법을 동원하면서도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자기 정당화한 모습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협의 과정을 지켜보면, 부산시는 협상 파트너를 의식해 시종일관 입을 다문 반면 영화제 측은 협상 내용을 주변에 흘리거나 비판 발언을 계속하며 대타협의 자세보다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신경쓴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영화제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선 부산국제영화제발전 시민대책위가 지난 3일 영화제 정상화 대책을 제안하면서 언급한 부분은 이런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책위 관계자는 "영화제 정관개정의 기본 방향은 작품 선정 등 영화제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지만, 동시에 재정을 비롯한 일반행정업무의 공공성과 지역영화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기초로 해야한다"며 "이것이 부산시민이 바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부산CBS 강동수 기자] angeldsk@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