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뉴스로 어버이연합 지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 모니터 결과, “정상적인 시민으로 포장… 의혹 발굴 뉴스는 전무”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어버이연합으로 이어지는 관제 집회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KBS가 뉴스를 통해 어버이연합을 지원했다”는 내부 비판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3일 오전 KBS본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어떻게 어버이연합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진보단체 반대편에 위치한 ‘보수단체’로 둔갑시켰는지 자사 보도를 분석해 발표했다.
KBS본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2006년 어버이연합 출범 이후 TV를 통해 방영된 KBS 뉴스 가운데 ‘어버이연합’이라는 명칭을 직접 거론하며 전해진 뉴스는 총 73건이었다.
어버이연합을 명시하지 않고 ‘보수단체’ 등으로 간접 표현한 경우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KBS본부는 뉴스 73건을 △맞불집회 △행사(기자회견) 방해항의 △최근 불거진 어버이연합 게이트 △대북전단 △기타 등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르면 행사나 기자회견을 방해하거나 항의 소동을 벌인 뉴스가 2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맞불집회 18건, 어버이연합게이트 18건, 대북전단 3건 순이었다. 기타는 10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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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회동을 했다. 최기화 MBC 보도국장(왼쪽), 박 대통령, 정지환 KBS 보도국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방해항의 사례로는 2010년 1월 법원이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 판결을 내리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대법원장 차에 계란을 투척하며 항의했던 사건, 2011년 7월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부산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격려하러 온 희망버스를 막아서며 충돌했던 사건, 2012년 4월 ‘막말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자 사무실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찾아가 항의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KBS본부는 “어버이연합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 시위에 맞서 이른바 맞불집회에 나섰을 때, KBS는 집회 참가자 규모의 차이를 무시한 채 대등한 주장인 듯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1년 11월 KBS 뉴스광장이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6000여 명 대규모 집회 소식을 전하면서 100여 명에 불과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찬성 집회를 인터뷰와 함께 보도한 것이 대표 사례다.
KBS가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사저널이 지난달 11일 어버이연합의 탈북자 동원 보도를 한 뒤 KBS는 10일 넘도록 침묵하다 22일 아침뉴스에서 ‘경실련의 어버이연합 검찰 수사 의뢰 소식’으로 첫 보도를 전했다.
지난달 22일부터 29일까지 ‘어버이연합’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뉴스는 TV를 통해 18번 전해졌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건은 지난달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해명과 여야 공방 등 ‘정쟁’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 KBS본부 분석이다.
KBS가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새로 발굴한 뉴스는 없다는 것.
KBS본부는 지난달 29일 공정방송위원회를 통해 보도의 문제점을 논의하려 했지만 사측은 긴급 안건 상정을 거부했다.
KBS는 “논의할 만한 가치가 없다”, “객관적 사실이 드러난 것이 없다”, “의혹만 가지고 모든 것을 보도할 수 없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성재호 KBS본부장은 “어버이연합 뒤에는 돈을 대준 전경련이 있지만, 그들을 정상적인 시민단체로 포장해 지금과 같은 위치로 만든 건 주류 언론과 공영방송”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KBS는 북한 뉴스에 방점을 찍고 총선 기간 동안 보도했다”며 “국민들은 더 이상 정보를 취득하는 매체로서 지상파 방송사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KBS 보도국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정지환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을 했으나 그는 “홍보실로 문의하라”는 답변을 한 뒤 연락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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