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독점 행위, 누가 막을 수 있나

입력 2016. 5. 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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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안드로이드 무료 제공하면서 ‘구글 검색’ ‘크롬’ ‘유튜브’ 등 OS에 선탑재해 배포

누가 ‘공룡’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독주’를 과연 누가 제어할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업계에서 제기됐던 질문이다.

인터넷 검색 기업으로 시작한 구글은 현재 전 세계 PC와 모바일을 손에 쥐고 흔드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 세계 온라인 검색 시장의 78%를 구글이 장악하고 있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80%에 달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하거나 모바일 기기를 쓰는 전 세계 사용자 가운데 10명 중 8명은 구글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한때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구글의 경쟁기업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이제 경쟁은커녕 구글에 도전할 만한 기업을 찾기도 어려울 정도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구글의 독주로 인한 문제 역시 수년 전부터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돼 왔다. 구글이 시장지배자적 권리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해 왔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독점기업의 횡포다.

개인 위치정보를 무단수집한 혐의로 2011년 5월 압수수색을 당한 서울 역삼동 구글 코리아에 직원과 취재진이 모여있다. / 김창길 기자

물증도 충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쓸 수 있게 제공하면서도 자사 검색 엔진인 ‘구글 검색’, 자사 개발 인터넷 브라우저인 ‘크롬’, 자사 미디어인 ‘유튜브’ 등을 OS에 선탑재해 배포해 왔다. 이를 놓고 “안드로이드 무료 제공을 가장한 애플리케이션 강매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구글은 그때마다 “소비자가 얼마든지 다른 유사 앱들을 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는 논리로 빠져나갔다.

중국·러시아 “애플리케이션 강매 행위”

구글 검색에서도 검색 결과를 왜곡해 제시한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소비자가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검색 빈도수나 정확도 등과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판촉이나 광고영업에 유리한 검색 결과물들을 먼저 보여준다는 의혹이다. 이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사실 검색 엔진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널리 사용돼온 수법이다. 국내 포털 업체들도 검색 결과 왜곡 문제가 일자 자체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수많은 물증과 심증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승승장구해 왔다. 구글이 미국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독점 횡포나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계 최고 강대국을 등에 업은 기업에 손을 대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특정 국가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내린다면 ‘정치적’인 목적을 띤 것으로 해석되기 쉬운 탓이다. 구글에 맞서는 일은 미국에 맞서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이런 구글에 맞서온 국가가 2곳이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다. 중국에서는 구글 접속을 비롯해 대부분의 구글 서비스가 차단돼 있다. 올해 들어 구글이 중국에 재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지만, 결과물은 없다. 중국 내수용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는 유튜브나 크롬 등의 선탑재 앱이 빠져 있을 정도다. 선탑재 앱을 강요하는 구글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만큼은 한 발 물러선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세계 최초로 구글의 독점행위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러시아연방 반독점청은 판결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자사의 메일, 지도 등의 앱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판결은 2015년 초 러시아 최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얀덱스’가 구글을 제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과는 정반대의 결과여서 주목받았다. 네이버와 다음도 2011년 4월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구글 검색을 선탑재하고, 국내 회사의 검색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의혹이 있다”며 공정위에 구글을 제소했다. 얀덱스의 문제제기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문제제기였다.

2년간의 조사기간을 거친 공정위는 그러나 구글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당시 “선탑재 후에도 구글의 국내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없고, 소비자가 네이버와 다음 앱을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이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구글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판단을 전 세계에서 벌어진 반독점 소송에서 방어논리로 ‘요긴하게’ 활용했다.

구글에 맞선 국가가 최근 한 곳 더 추가됐으니,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집행위원회는 4월 20일 1년가량의 조사를 거친 끝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반독점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EU는 “구글이 자사의 앱들을 선탑재한 것이 문제”라며 “제조사와의 계약을 통해 불공평하게 구글 앱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고 다른 기업들의 기술혁신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의회 건물.
EU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규모에서나 구글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꼽혀 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OS로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닐 당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독점 철퇴’를 내린 곳이 EU였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선탑재해 팔다가 적발됐다.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최종 입증되면 구글은 연간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면 벌금이 8조원을 넘는다.

EU도 “구글, 반독점법 위반했다” 결론

EU가 구글에 강경한 이유 중 하나로 구글의 시장점유율이 유럽에서 유독 높은 점이 거론된다. 구글의 유럽 검색시장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주요 회원국 내 안드로이드의 시장점유율은 80%에 달한다.

EU는 구글이 온라인과 모바일 점유율을 앞세워 방대한 양의 정보를 축적하고 있고, 이 정보가 미국 정부로 흘러들어간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단순한 검색시장 문제를 넘어 구글의 독주를 외교와 정치적 문제가 얽힌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경우 “독점행위가 입증될 경우 강제로 기업 분리를 명령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는 구글이 ‘잊혀질 권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글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EU를 주도하는 실세 국가들이 반구글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눈치 싸움’이다. EU까지 나선 마당에 구글을 제재할 명분은 더 충분해졌다. 그동안 문제를 몰랐던 것인지 모른 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미국 정부도 구글의 독점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4월 27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IT기업들도 구글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5%로 EU보다 더 높다. 코리안클릭의 올 3월 집계를 보면 모바일 앱 순 설치자 수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구글 플레이’, ‘유튜브’, ‘구글 지도’ 등 구글의 선탑재 앱으로 조사됐다. 10위에 든 국산 앱은 카카오톡(5위)이 유일했다. 앱 순이용자 수 상위 10위 가운데 9개가 역시 구글의 선탑재 앱이었으며, 1위는 구글 플레이(2970만명)였다.

정부는 2014년 4월부터 출시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내부 메모리에서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제조사들이 구글의 눈치를 보는 탓에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구글은 EU의 조사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무료로 안드로이드를 배포해온 자신들의 공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켄트 워커 구글 수석 부사장 겸 법무 총괄은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혁신을 통해 다양한 스마트폰 기기들이 나왔고, 가격 또한 저렴해졌다”며 “EU 집행위원회에 협조해 안드로이드가 시장의 경쟁질서와 소비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 선탑재 앱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이 ‘타사 앱들도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는 방어논리를 재차 반복했다. 워커 총괄은 “모든 제조사는 다양한 구글 앱 중에 원하는 앱을 선택해서 자사 기기에 탑재할 수 있고, 자유롭게 타사의 앱도 추가할 수 있다”며 “소비자도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앱을 자발적으로 얼마든지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진식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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