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의 대중화 선언, 쉐보레 말리부

2016. 5. 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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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말리부의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사전계약 대수가 공개된 지 하루만에 2,000대, 1주일이 지난 지금 6,000대를 돌파한 것.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말리부는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공적인 데뷔가 아닐 수 없다. 

 신형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동력계다. 언뜻 낯선 1.5ℓ 터보 엔진을 주력으로 세우고, 캐딜락과 공유하는 고성능 2.0ℓ 터보 엔진을 더했다. '중형세단=2.0ℓ 자연흡기 가솔린'이라는 공식을 깨고,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대세로 만들겠다는 게 회사 생각이다. 경기 양평 일대에서 신형 말리부 2.0ℓ 터보 LTZ 프리미엄팩을 시승했다.


 ▲스타일 
 실내외 디자인이 극적으로 변했다. 이전 말리부와 확실히 차이를 보인다.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크기는 길이 4,925㎜, 너비 1,855㎜, 높이 1,470㎜, 휠베이스 2,830㎜다. 이전 세대 대비 길이가 93㎜, 휠베이스가 60㎜ 늘었다. 중형 세단으로서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곡선 위주의 유려한 디자인은 풍부한 볼륨감을 그린다. 크기가 커진 덕분에 뒷좌석 무릎 공간은 33㎜나 늘었다.

 앞 모습은 최근 쉐보레 디자인 기조에 발맞췄다. 그릴을 상·하단으로 나눠 배치하는 듀얼 그릴 포트는 쉐보레 전통을 유지하는 부분으로, 상하 비례를 조정해 새로운 느낌을 줬다. 좁은 상단 그릴에 비해 하단 그릴을 넓히며 묘한 긴장감을 내보인다. 상단 그릴과 이어지는 헤드램프는 매끄럽고 날렵하다. 쉐보레 보타이 엠블럼이 그릴 바 중앙에 위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범퍼 하단부의 커다란 공기흡입구는 터보 엔진에 공기를 공급한다.

 측면은 유려하다. 이전보다 전후 비례가 한층 역동적이다. 긴 코와 완만하게 떨어지는 C필러의 선은 세련된 스포츠 쿠페의 그것이다. 측면에 위치한 세 개의 캐릭터 라인은 커다란 차체임에도 둔하지 않고 입체적인 조형미를 보인다. 19인치 타이어와 새 디자인 휠도 역동성이 묻어난다.

 후면은 이전과 다르게 날카롭게 다듬었다. 특히 리어 램프가 이번보다 작아진 동시에 감각적이다. 트렁크 엔드 라인은 역동성과 동시에 공기역학 구조까지 고려했다. 두 개의 배기구에는 고성능 유전자를 담았다. 

 실내는 한층 고급스러우면서 운전자 중심 설계를 적극 반영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센터패시아의 라인을 꽤나 아래로 내린 점이다. 전면 시야 확보에 중점을 둔 것. 스티어링 휠은 생각보다 아담하다. 쥐는 느낌과 조작 감각이 만족스럽다. 


 8인치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공조기 조작 버튼 등이 간결하게 자리 잡았다. 산만하지 않고 잘 정리됐다. 4개의 USB포트, 무선식 휴대전화 충전기, 애플 카플레이 지원 등도 눈에 띈다. 아이폰 이용자라면 전화통화나 음악감상 등의 기능을 음성명령으로 실행할 수 있다.

 시트는 적당히 푹신하다.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이어서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 전자식 8방향 조정 기능, 열선 및 통풍 기능이 들어갔다. 등과 엉덩이에 닿는 느낌도 준수하다. 버킷 방식은 아니지만 다소 과격한 움직임에서도 어느 정도 몸을 잡아 준다.

 ▲성능
 말리부 2.0ℓ 터보의 동력계는 4기통 2.0ℓ DOHC VVT DI 가솔린 터보엔진과 젠3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다. 최고 253마력(5,300rpm), 최대 36.0㎏·m(2,000~5,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10.8㎞(도심 9.4㎞/ℓ, 고속도로 13.2㎞/ℓ, 19인치 타이어 장착 시)다.


 넘치는 힘에 비해 전반적인 세팅은 편안하고 부드러움에 맞춰져 있다. 과격한 몸놀림이나 달리기 실력을 내세우기보다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일상 주행에서 답답함 없이 차를 이끄는 중형 세단의 미덕을 갖췄다. 강력한 엔진 성능을 쥐어짜내는 것보다 편안하게 운전하는 것이 이 차의 성격에 부합한다. 

 출발 가속은 산뜻하다. 차체는 중형급을 넘어설 정도로 커다랗지만 공차 무게는 1,470㎏으로 경쟁차종 대비 가벼운 수준이다. 2.0ℓ 터보 엔진이 감당하기에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제법 카랑카랑한 엔진음과 함께 튀어나가는 듯한 움직임도 보여준다.

 2.0ℓ 터보의 경우 북미에선 한국과 다르게 8단 변속기를 맞물린다. 고단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자동 6단과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 6단 변속기가 오히려 스포티한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변속 타이밍은 느긋하다. 고회전을 적극 활용하기보다 제법 명민하게 변속이 이뤄진다.

 시승 당일 비바람이 강해 속도를 마음껏 내진 못했어도 고속 영역에서 여유있게 차를 몰아붙이는 것을 확인했다. 도로 사정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무엇보다 속도계가 가리키는 것보다 체감 속도가 낮았다. 그만큼 직진 안정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굽이길이 많은 산길로 접어들자 이전 세대보다 몸놀림이 확연하게 좋아졌다는 게 느껴진다. 신규 아키텍쳐와 후륜 멀티링크의 힘이다. 차체 강성이 좋아진 덕분에 큰 몸집에 비해 거동이 빠릿빠릿하다. 급 코너에서도 자세를 다잡는다. 서스펜션 세팅은 부드러운 편으로, 그렇다고 너무 물렁하지도 않다. 과도하게 차를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편안하면서도 정확한 주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제동 성능도 만족스럽다. 답력을 가하며 예상한 만큼 속도를 줄여나간다. 새로 채택했다는 듀라라이프 브레이크 로터의 성능을 짐작케 한다. 또 안전장치의 개입이 상당히 적극적이다. 차선이탈 경보 장치의 경우 신호 경고에 그치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역방향으로 살짝 움직인다. 충돌방지 시스템도 이전에 다른 차에서 경험했던 것보다 꽤나 민감한 편이다. 특히 앞차보다 속도가 빠를 경우 평소엔 여유있다고 생각했던 거리에서도 어김없이 경고음과 불빛 신호를 울린다. 

 진동 소음도 잘 잡아냈다. 국내 소비자는 진동 소음에 민감한데, 특히 중형급 이상의 세단에 기대하는 정숙성은 꽤나 높다. 신형 말리부는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흡음재 사용보다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러에 역점을 뒀다는 생각이다. 해당 기술은 엔진 소음을 감지, 스피커에서 역 위상의 음파로 소음을 상쇄한다. 

 기어 최하단엔 레인지모드(L)를 선택할 수 있다. 자동 변속 모드에서 선택한 기어 이하로만 변속을 제어하는 것. 최대 단수는 4단으로, 자동 변속 상태에서 6단으로 달리다 L모드로 기어 로브를 움직이면 1~4단 범위에서만 변속기가 작동한다. 일반 자동 변속기에서 지원하는 수동 모드와는 조금 다르지만 저단 유지가 필요할 때는 다른 차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총평
 신형 말리부는 생각보다 익숙하면서도 편안하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중형 세단의 모습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터보 엔진은 강력한 성능에 시선이 응당 모이곤 하지만 말리부는 이를 노골적으로 뽐내지 않는다. 차체 움직임이나 승차감도 스포티함보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패들 시프터나 스포츠 주행모드 등이 없는 것도 글로벌 소비자 평가를 통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2.0 터보 엔진의 강력한 힘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형 말리부는 확실히 잘 만든 차다. 차체와 파워트레인, 실내 패키징, 편의·안전품목 등 모든 면에서 진보를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지엠은 국내 중형세단 부문 판매 1위를 자신하고 있다. 목표가 현실이 되려면 좋은 차를 적시에 소비자에게 인도하고, 터보 엔진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일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말리부 2.0ℓ 터보 LTZ 프리미엄팩의 가격은 3,180만원(개소세 인하분 적용)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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