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박태환 올림픽 출전을 둘러싼 엇갈린 시선

2016. 5. 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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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TV 캡처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네비도를 금지 약물로 규정하고 있다. 근육 강화 기능이 있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실시한 금지 약물 검사에서 이 성분이 검출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박태환에게 18개월 동안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다. 3월 2일 박태환의 징계가 풀렸다. 복귀전은 지난달 28일 광주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 여기서 그는 400m, 1,500m 등 4관왕에 올랐다. 2일 박태환은 "올림픽 출전 기회를 달라"며 큰절을 올렸다.

죗값도 치렀고, 실력도 건재하다. 그러나 여전히 태극마크는 달 수 없다. 무슨 이유일까.

◇ 원칙 고수냐, 융통성 발휘냐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 사유) ⑥항이 문제였다. 2014년 7월 제정된 이 조항엔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 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올해 열리는 브라질 리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수 없다. 1989년생인 그가 31살이 되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나 출전할 수 있다.

의견은 여기서 갈린다. 원칙을 지킬 것이냐,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냐는 것이다.

◇ 수영 천재에게 기회를?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재기의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태환은 이미 잘못에 대한 벌을 받았기에 체육회의 규정은 '이중 징계'라는 주장이 근거다. 선례도 있다. 2011년 10월 생긴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간의 다툼이 그것이다. 당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오사카 룰'은 '이중처벌'이므로 무효이며 더는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IOC는 결국 해당 규정을 없애고,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2일 열린 박태환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유정복 인천시장 역시 이 판결을 언급하며 "(박태환) 본인의 명예 회복과 국위 선양할 수 있는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정론은 실리 측면을 강조한다. 박태환은 계영을 제외한 남자 17개 종목에서 한국기록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자유형으로 범위를 좁히면 존재감은 더 확실해진다. 50m를 제외한 자유형 전 종목 한국기록 보유자가 박태환이다.

실제로 지난 동아수영대회에서 리우 올림픽 A 기준을 만족시킨 남자 선수는 박태환이 유일하다.

◇ 스포츠의 미덕은 페어플레이 정신

지난 2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헨리 메이하(뉴욕 메츠)를 영구 제명했다. 금지 약물 복용 때문이다. 빅리그는 금지 약물 복용에 있어서 1차 적발 80경기 출장 정지, 2차 적발 한 시즌(162경기) 출장 정지, 3차 적발 영구 제명이라는 엄격한 규정을 세웠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종합격투기 UFC 등 스포츠계는 불법 약물에 관해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추세다. 약물의 힘을 빌린 선수가 존재한다면 정직하게 땀 흘리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도 "도핑에 대한 제재는 일반 경기의 반칙에 대한 것보다 훨씬 엄격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중 징계란 지적에 대한체육회는 단호했다. 문제가 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지난달 6일 의견을 모았다. 조영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역시 "약물 복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징계를) 강화해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선수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도핑 징계 규정과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별개로 봐야 하므로 박태환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성적이 좋고 대체 선수가 없음을 내세운 복귀론에 대한 저항도 무시하기 어렵다. 조 사무총장은 "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형평성 문제도 따른다. 성적이 뛰어난 일부 스타 선수를 구제하기 위해 규정을 손본다면 권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박태환이 아닌 다른 평범한 선수가 논란이 됐다면 이런 시비가 벌어졌을까. 육현철 한국체대 교수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 절차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태환 한 명 때문에 규정을 바꾼다면 한국 스포츠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다수 여론은 박태환의 복귀를 원한다지만…

팬들은 올여름 올림픽에서 박태환을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한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찬성한다. 특히 "매우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이 42%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그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용서냐, 원칙 고수냐. 리우 올림픽 최종 엔트리 등록 마감일은 7월 18일이다. 선택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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