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수 없는 경기강행, 보호받지 못한 선수들

장강훈 입력 2016. 5. 4. 05: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 경기가 3일 인천 SK행복드림파크에서 열렸다. 경기가 시작되고 비와 함께 바람이 거세자 경기가 중단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화와 SK의 정규시즌 경기가 비로 두 차례나 중단됐다. 무리한 경기 강행에 양팀은 물론 팬들도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징계를 의식해 결정을 선뜻 내리지 못한 게 문제였다.

3일 문학구장은 오후 2시까지 비가 내렸다. SK 선수들은 실내 훈련장에서 몸을 풀었다. 초속 13m의 강풍까지 불어 선수들 입에서 “너무 춥다”는 얘기가 나왔다.

오후 4시께 비가 완전히 그쳤지만 한화 선수들도 추위탓에 실내 훈련장에서 몸을 풀었다. 러닝이 필요한 일부 선수들만 외야 한켠에 나와 워밍업을 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이날 문학구장 기온은 섭씨 11도에 불과했고, 새벽까지 초속 12~13m 강풍이 부는 것으로 예보돼 있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장은 서 너차례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 진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체크했다. 타석에 직접 서보기도 하고 외야로 나가 바람 강도를 확인했다. 심판위원들도 “경기하기 어렵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온도 낮았지만 강한 바람 때문에 선수들이 다칠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관리인격인 SK 민경삼 단장까지 “경기 진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봄에도 이 정도 날씨에는 야구를 했다”며 강행의 뜻을 밝혔다. 이날 중계를 맡은 MBC스포츠+ 허구연 해설위원이 “지바롯데가 홈으로 쓰는 마린 스타디움은 매일 강한 바람이 불어도 경기를 한다. 찾아오신 팬들을 위해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취한 게 영향을 끼친 듯 했다.

2016타이어뱅크 프로야구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 경기가 3일 인천 SK행복드림파크에서 열렸다. 먹국름이 가득 하늘을 덮고 바람이 거센 가운데 경기가 시작을 위해 김재박 경기감독관과 김풍기 심판, 민경삼 SK단장이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리그 규정에 27조에는 ‘강풍 주의보(풍속 14m/s 이상이거나 순간풍속 20m/s 이상이 예상될 때)나 강풍경보(풍속 21m/s 이상이거나 순간풍속 26m/s 이상이 예상될 때)일 때에는 경기 운영위원이 기상청 확인 후 심판위원 및 경기관리인과 협의해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돼 있다. 무분별한 경기취소를 방지하기 위해 수치를 정해둔 것이다. 이날 문학구장은 강풍 주의보에 1m/s가 모자란 강풍이 불었지만 기온이 섭씨 11도로 낮았다. 체감기온은 7~8도 정도에 불과해 선수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채 그라운드 위에 서 있었다. 외야수들은 “이런 날씨에 경기를 치르고나면 모두 링거 한 대씩 맞고 경기해야 한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화가 2회초 공격을 시작한 오후 6시 59분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오후 7시 16분 경기가 속개됐지만 SK 선발 박종훈이 공 두개를 던진 17분 다시 중단됐다. 두 번째 중단된 오후 7시 50분, 양팀 선수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그라운드 위에 섰다. 비는 그쳤지만 세찬 바람은 선수들의 유니폼을 파고 들었다. 오후 7시 52분 세 번째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zzang@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