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정운호 게이트'

김정우 입력 2016. 5. 4.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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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발 하루 만에 속도전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속전속결 수사에 돌입했다. 2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맡은 판ㆍ검사와 변호사 등을 고발한 지 딱 하루 만인 3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점은 예사롭지 않다. 이번 의혹에 법조계는 물론, 정ㆍ관계와 재계 인사들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어서 ‘정운호 게이트’는 이제 현실이 됐다.

전관ㆍ브로커 개입 법조비리 종합세트

이번 파문은 정 대표의 항소심 변호를 맡은 최모(46) 변호사가 천문학적인 수임료를 받은 데에서 비롯됐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석방되는 데 ‘올인’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정 대표에게 법원 내 인맥을 과시하면서 착수금만 20억원을 받았고, 보석석방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내면 성공보수 30억원도 받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2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고, 두 사람 간에 다툼이 생기면서 이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 변호사에겐 변호사법 위반 또는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점, 항소심 재판부와의 인연 등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했고, 이후 정 대표 측에 “보석 허가가 확정적”이라고도 얘기했다고 한다. 정 대표 측은 “50억원 요구도 최 변호사가 먼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 측 브로커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판사들도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을 애초 배당받았던 임모 부장판사는 배당 당일 저녁식사를 법조브로커 이모(56)씨와 함께 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재판을 회피하기는 했지만 결국 사표를 냈다. 또 다른 성형외과 의사 겸 브로커 이모씨로부터 “담당 재판장에게 잘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K 부장판사도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선 빠졌지만, 검사장 출신 H 변호사 수사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씨와 고교 동문인 그는 정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 수사 단계에서 변호를 맡아 경찰과 검찰에서 각각 한 차례씩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는 ‘실력’을 발휘했다. 수사팀을 상대로 그가 부적절한 청탁을 했는지 여부가 수사 초점이다.

사업확장 위해 무차별 금품 로비?

이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이었지만, 그 이전부터 정 대표 쪽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예정돼 있었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의 금품 로비 정황이 수개월 전 포착됐다.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지하철 상가 운영권 인수와 관련, 브로커 이씨가 대관업무를 하면서 각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도 올해 초 검찰에서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9억원 이상을 이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고액 수임료 공방, 브로커와 판ㆍ검사의 유착 정황 등 각종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예상보다 빨리 수사가 개시된 것이다.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은 사실로 확인되면 메가톤급 파장도 예상된다. 검찰 주변에선 정 대표가 20억원을 건네려 했던 롯데 고위 관계자의 실명까지 떠돌고 있다. 배달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검찰이 이날 체포한 중간 전달자 한모(59)씨가 입을 열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2012년 정 대표와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 내 목좋은 자리를 배정받도록 해 주고, 각 점포 매출액의 3%를 수수료로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고, 실제로 한씨는 20개월간 1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가 롯데를 상대로 벌인 로비가 성공했다고 볼 만한 정황인 만큼,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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