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박근혜.. 남북 '이란 외교' 27년 만에 역전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오후(현지시간) 이란의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7)와 면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면담은 테헤란 시내 최고지도자 집무실에서 30분간 이뤄졌다.
하메네이는 이 자리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이란 양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의 역사적인 방문을 높이 평가한다.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면담에선 북핵 문제 등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두 인사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북한에 상당한 외교적 압박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깊은 우호관계를 맺어 왔던 이란이 한국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있다.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절대권력을 갖는 하메네이는 대통령이던 1989년 5월 북한을 방문,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담한 적이 있다. 27년 뒤인 올해엔 박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통일 원칙’에 공감한 것도 북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떤 핵 개발도 반대한다. 중동과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게 기본원칙”이라고 언급했다. 기존 북한과 이란 관계에 비춰 보면 이례적일 정도로 강경한 입장 표명이다. 이란 측 인사들은 “그동안 이란 정부 입장 중에서 가장 강력한 대응”이라고 평가하는 등 무척 놀랐다고 한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어온 이란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통일 원칙’ 입장을 표명한 것은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하메네이와의 면담에서 양국 간 신뢰와 협력 의지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직원 13명이 사망하는 가운데서도 임무를 완수한 대림산업과 국제제재에도 이란에 남아 활동한 우리 기업들이 있었다”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양국이 긍정적인 교류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은 신뢰를 위해 노력한 양국 국민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은 1000년 이상의 교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드라마 ‘주몽’ ‘대장금’이 이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양국의 유사한 정서와 가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철저한 반미주의자답게 박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뿌리 깊은 반미 정서를 거듭 드러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하메네이가 “한·이란 관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와 방해에 영향 받지 않아야 한다. 특히 미국의 악의(ill-will)에 양국 관계가 휘둘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양국 간 조약이 외국 제재 등 ‘해로운 요소(harmful factors)’에 부정적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것이 상호 협력의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테헤란=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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