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 자유의 날.. 진실 전하려는 펜은 아직 곳곳에
압디카디르 둘랴르(40)는 떨리는 눈길로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화면에는 문자 메시지가 찍혀 있었다. “하던 일을 계속하라. 그리하면 마땅한 상(죽음)을 내리겠다.”
둘랴르는 소말리아 방송국의 PD다. 자신의 방송을 보고 쏟아지는 위협 때문에 가끔은 일부러 집에 가지 않고 수 주 동안 직장에 머문다. 지난주에는 정체불명의 남성이 모가디슈에서 그가 타고 있던 방송국 차량에 총을 쏘기도 했다. 다행히 다친 이는 없었다.
AP통신은 인권단체 국제인권감시기구(HRW)를 인용해 국제 언론자유의 날인 3일(현지시간) 소말리아 언론인들이 일상에서 수시로 위협을 받으며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경찰은 조사에 소극적일뿐더러 이들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도 않는다.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인이 가장 많이 죽은 국가는 14명이 사망한 시리아였다. 프랑스가 9명으로 뒤를 이었고, 세계적으로는 72명이 사망했다. 올해만도 전세계적으로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터키 역시 언론자유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지난 1월 정부가 터키 최대 일간지 ‘자만’을 장악한 사건은 상징적이었다. 현재 언론인 2명이 시리아 반군세력에 터키군 무기가 넘어간 사건을 보도하다 재판에 회부됐다. 친 쿠르드족 성향 언론인들은 터키 정부와 쿠르드족 사이 분쟁을 보도하다 감금됐다.
이날 터키의 학자이자 칼럼니스트 무랏 벨지는 법정에 섰다.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했단 혐의였다. 검찰은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쿠르드 반군과의 분쟁을 유발했다는 식으로 칼럼을 썼다고 주장했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벨지는 징역 4년을 선고받는다. 벨지처럼 에르도안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법정에 선 이는 지금까지 벨지 등 언론인을 포함해 2000명에 달한다.
터키 언론인협회의 나즈미 빌진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의 날을 축하할 수 없다”면서 “자유롭지 않은데 자유를 축하할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올해 총 720명의 언론인이 해직당하고 10만 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폐쇄당했다.
세계에서 언론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히는 소말리아에서는 1992년 내전이 일어난 뒤 지금까지 살해당한 언론인이 총 59명에 달한다. 2012년에는 최다인 12명이 죽었다. 지난해 목숨을 잃은 힌디아 하지 모하메드는 국영 방송사 기자였다. 그처럼 언론인이던 아내도 자신의 승용차에 설치된 폭발물이 터지면서 역시 목숨을 잃었다.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밥의 소행이었다.
정부 통제하에 있는 구역에서도 언론인을 겨냥한 테러는 빈번히 일어난다. 때로는 테러단체가, 때론 정부가 언론인의 목숨을 노린다. 지난달에는 언론인 5명을 살해한 혐의로 한 남성이 정부에 사형당했다.
매일 같이 쏟아지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의 PD, 둘랴르는 방송 일을 계속할 작정이다. “정부도 테러단체도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둘랴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계속할 것이다. 세계를 위한 메신저로 남겠다”고 AP에 다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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