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노무현을 배신한 로스쿨

이상언 입력 2016. 5. 4. 00:31 수정 2016. 5. 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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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획일주의, 순혈주의, 사법부의 순혈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소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만든 건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이틀 전인 2008년 2월 23일에 방영된 특별 프로그램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조계의 학교·지역·계층 편중 현상을 없애려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는 말이었다.

그의 자서전 『운명이다』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7기 연수생으로 들어간 사법연수원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서울의 쟁쟁한 대학을 나온 엘리트들을 그곳에서 처음 보았다. …그런데 나는 외톨이 신세였다. …혼자 밥을 먹어야 했기에 점심시간이 괴로울 정도였다’. ‘획일·순혈’ 문제의식의 근원이 엿보인다.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에서의 인터뷰는 이렇게 이어진다. “그걸 다시 그 기존 합격자를 반영해 버리면 제도의 취지가 이미 훼손되고 들어가는 것 아닙니까. 내가 아무 말도 못한 이유는 위원회의 의결사항이면 위원회의 권한이 돼 버리거든요. 의결이 아니라고만 하면 강하게 이야기하죠. 당신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이냐….” 출신 대학, 연수원 기수 등으로 얽히는 ‘법조 카르텔’을 해체하려 했는데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사법시험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대학들에 로스쿨 인가를 내줘 일을 망쳤다는 한탄이었다. 그의 뜻은 이렇게 한 번 꺾였다.

노무현 세력은 야당에 사학법 재개정을 약속하며 2007년 7월에 ‘로스쿨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 2조에는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라는 표현을 담았다. 26조에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자를 입학시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평등·정의·다양성의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로스쿨 제도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운명이다』에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에게 변호사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오히려 해로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변호사는 대체로 돈 있는 사람 편이 되어…’라는 대목이 있다. 최근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도박으로 구속된 화장품 사업가에게 보석 허가를 장담하며 50억원을 받았다(30억원은 반환했다). 이 사업가가 수사받을 때 사건을 맡은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는 “내가 받은 것은 1억5000만원”이라고 해명했다. 소문처럼 수임료가 많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노무현이 꿈꾼 세상은 오지 않았다. 더욱 멀어졌는지도 모른다.

이상언 사회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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