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우여곡절 인천, 결국 끝까지 야구했다

2016. 5. 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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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김태우 기자] 팬들의 논란이 된 우천취소 여부는 확실히 신중해졌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경기는 끝까지 치러졌다. 

3일 SK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경기 전부터 경기 진행 여부가 화제로 떠올랐다. 인천 지역은 전날 밤부터 이날 오후까지 적지 않은 비가 내렸다. 비는 오후 2시를 전후로 그쳤지만 바람이 문제였다. 이날 전국적으로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경기 전에는 초속 10.5m의 비교적 강한 바람이 불었다.

체감온도가 바닥까지 추락한 가운데 양팀 선수들은 실내 연습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그라운드에서 진행한 훈련은 가벼운 러닝과 경기 전 캐치볼이 전부였다. 경기장에 나와 날씨를 확인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한목소리도 “경기를 하기가 어렵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지대 탓에 주변 지역보다 바람이 더 강하게 불고 안개도 더 짙게 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 선수는 “외야의 경우는 팬들이 보시는 것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조금만 서 있어도 몸이 완전히 얼어버릴 정도다. 타석에 서도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가 어렵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 코치도 “팬분들은 섭섭해 하실 수도 있지만 TV나 관중석에서 경기장 상태는 정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물기가 많다. 미끄러지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이런 날씨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했다. 경기 전 수도건에 위치한 수원과 잠실 경기가 차례로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팀 선수들도 경기 취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예년 같았으면 경기 전 취소 결정이 내려질 만한 여건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재박 경기감독관은 최대한 신중하게 판단했다. 김 감독관은 오후 4시경 한 차례 경기장에 나와 그라운드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5시 30분경 다시 경기장에 나왔다. 이번에는 심판위원들이 김 감독관과 동행했다. 바람의 영향, 그라운드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했다.

김 감독관은 취소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단 그라운드 정비가 잘 됐다. 내야의 경우 경기를 할 만한 상황은 된다”라면서 “비가 더 온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취소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오후 6시경 홈팀 SK측으로 “정상적으로 경기가 진행될 수 잇도록 준비하라”라고 통보했다. 팬들도 하나둘씩 입장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부는 가운데 경기는 시작됐다.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양팀 선발투수들부터 고생했다. 박종훈(SK)과 송은범(한화)의 1회 구속은 평소보다 조금 줄어 있었다. 타자들도 타석에 들어서 바람 탓에 잠시 타임을 요청하는 등 애를 먹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불청객이 찾아왔다. 1-0으로 한화가 앞선 2회초 1사 2루 상황인 오후 6시 59분경 소나기가 내렸다. 관중들은 지붕 밑으로 대피했고 첫 번째 경기 중단이 선언됐다. 비가 조금 그치자 그라운드 정비를 다시 하고 오후 7시 16분 경기가 재개됐으나 공 2개를 던진 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해 오후 7시 17분 다시 경기가 중단됐다.

비의 양이 많지는 않은 편이었지만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불다보니 정상적인 경기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기 속개 여부 권한을 넘겨받은 심판진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결국 오후 7시 52분 그라운드 정비를 마치고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선수들은 애를 먹었다. 좌측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외야수들이 타구 위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앞에 떨어질 타구가 옆에 떨어지거나 뒤로 넘어가는 경우가 몇 차례 나왔다. 한화 이성열은 5회 김성현의 평범한 뜬공 때 위치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끄러지며 안타를 허용하기도 했다. 9회에는 평범한 내야 땅볼이 좌측으로 휘며 내야안타가 되기도 했다. SK 수비수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투수들은 바람에 제대로 된 투구 동작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경기는 모두 다 치렀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이날 경기를 모두 마쳤다는 점에서 진을 뺀 선수들은 물론 심판위원, 그라운드 정비 요원까지 모두 박수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경기였다.

KBO 리그는 최근 몇 년간 우천 취소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인데도 기다리지 않고 취소를 시킨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물론 그런 불만 속에서도 진짜 경기를 하지 못할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라운드 사정, 향후 기상 예보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취소 결정이 나기도 했다. 다만 좀 더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할 경우도 많았다. 국제대회, 144경기 확대 등으로 경기 일정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 4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와 한화와의 경기가 우천취소됐고 이 실효성 여부가 논란을 일으키며 당시 취소를 결정한 김재박 경기감독관이 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에 그 후로는 경기 취소 결정이 상당 부분 신중해졌다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날도 경기를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고 9회까지 완주하는 데 성공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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