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살인' 검찰 실마리 풀고, 경찰 전방위 수사로 해결(종합)

2016. 5. 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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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수사로 장기 사건 마침표..대검 과학수사과 결정적 단서 확보

공조수사로 장기 사건 마침표…대검 과학수사과 결정적 단서 확보

(창원=연합뉴스) 오태인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 무학산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등산객 살인사건 해결에는 범인이 살해 현장에서 남긴 DNA가 실마리가 됐다.

마산지역 주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살인사건이 189일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범인 자신이 남긴 DNA 덕분이었다.

대부분 살인사건 현장에는 증거가 남는다는 경찰 내 속설이 이번 사건에도 증명됐다.

◇ 여성 등산객 살인사건 어떻게 시작됐나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다른 절도 사건으로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 모(47) 씨를 강간 등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검거했다.

정 씨는 지난 1월 경북 영천에서 절도범으로 검거돼 수감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살인 후 경남 창녕, 양산 등에서 도피를 하던 정 씨가 도피자금이 떨어져 절도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지난해 10월 3일 거제에서 마산으로 넘어왔다.

이후 마산어시장 등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여의치 않자 사건 당일인 28일 무학산을 찾았다.

정상에 도착한 정 씨는 피해자 A 씨를 정상에서 우연히 만났고 성폭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산하는 A씨를 약 1.8㎞를 뒤따라간 정 씨는 인적이 드문 무학산 6부 능선에 이르자 갑자기 A씨를 밀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주먹과 발로 얼굴과 배 등을 마구 때린 뒤 목을 졸라 기절시킨 뒤 풀숲으로 25m가량 끌고 내려갔다.

하지만 A씨가 이미 숨진 것으로 드러나자 흙을 덮어 사체은닉을 시도한 뒤 범죄 현장을 빠져나갔다.

정 씨는 성폭행으로 7년, 강도 상해로 7년을 복역하는 등 강력 범죄 전과만 6범으로 알려졌다.

◇ 경찰 연인원 9천명 동원…수사는 6개월간 답보

A씨 남편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은 580여 명을 동원해 하루 뒤인 29일 현장에서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목 뒷부분에 치명상을 입고 살해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를 통보받은 경찰은 강력 사건 체제로 전환하고 수사에 나섰다.

수사 초기 경찰은 범행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찾기에 주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사건 발생 5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은 제보 전단 4천여 장을 무학산 인근 등산로에 배포했다.

공개수사 이후 제보전화가 수시로 걸려왔지만, 범행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제보는 없었다.

공개수사에서 용의자 특정에 실패한 경찰은 5일 뒤 마산동부서, 경남지방경찰청, 마산중부서 등 강력형사 95명을 차출해 마산동부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본부는 사건 현장 인근 성폭력,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살인, 폭행 등 전과자 4천115명을 조사했다.

도내에서 역대 최고인 신고보상금 1천만까지 내걸었다.

무학산 인근을 중심으로 창원 시내에 설치된 4천여 대의 폐쇄회로(CC)TV와 피해자 A씨가 올랐던 등산로 인근 차량 블랙박스를 분석했다.

하지만 폐쇄회로(CC)TV도 등산로마다 전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화질까지 좋지 않아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범위가 넓은 산에서 사건이 발생해 사건 해결까지 동원된 수사 인력만 연인원 9천여 명에 달했다.

경찰은 "발생지역이 산이고 용의자 선정도 목격자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범인 밝힌 DNA, 국과수는 찾지 못해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해 10월 30일과 11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국과수에 피해자 A씨의 옷 등 163점에 대한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피의자 정 씨 유전자를 찾지 못했다.

경찰은 다른 용의자를 수사 중에 있었고 이 용의자가 출석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마산지청에 신청했다.

사건을 담당한 마산지청 안희준(40) 부장검사는 경찰에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에 피해자 A씨 옷 등 17점을 재감정하라고 지휘했다.

그는 지난 1월 마산지청에 부임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지휘했고 피의자 유전자가 분명 나와야 하는 사건인데 유전자가 나오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육절기 살인사건'에서 피의자 DNA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한 그는 이번 무학산 사건에도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피의자 DNA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안 부장검사는 대검 DNA 감정실에 A 씨 유류품을 보내도록 지휘한 것이다.

안 부장검사는 "부임 후 수사 초기부터 주무 검사와 사건 현장을 같이 가서 사건을 공유한 것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며 "경찰도 자백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사건 해결에 노력한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대검에 재감정을 의뢰했고 20일에 A 씨 유류품에서 정 씨 DNA를 발견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검은 A 씨 유류품 중 장갑을 잘게 잘라 정밀 감정을 실시했고 정 씨 유전자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대검 과학수사실은 A 씨가 반항했다면 장갑에 정 씨 유전자가 많이 남았을 것으로 추정해 유류품 중 장갑 감정에 공을 들였다.

검찰은 채취한 유전자를 대검이 갖고 있는 범죄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다른 절도 건으로 정 씨가 대구구치소에 이미 수감된 사실도 알아냈다.

이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 재분석과 DNA 증거를 가지고 정 씨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피의자 유전자를 놓치지 않고 감정했으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고 아쉬워했다.

국과수 역시 A 씨 유류품을 분석했지만, 당시엔 정 씨 유전자를 발견하는 덴 실패했다.

국과수 관계자는 "경찰이 긴급 감정을 의뢰해 절차에 따라 처리했지만, 피의자 유전자를 놓친 부분이 있었다"며 "경찰에 유류품을 반납해야 하므로 검찰처럼 정밀 검사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경찰과 합의해 더 정확한 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검찰과 경찰 간 일부 협의했고 세부 사항에 대해 조율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살인사건 해결 소식을 들은 무학산 인근 상인과 주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가을에 발생한 살인사건으로 등산객이 끊겨 인근 상인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하소연했고 무학산 인근 내서읍 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fiv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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