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옥자' 미국판 옥시 사태 파헤친다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뉴스엔 입력 2016. 5. 3. 17:46 수정 2016. 5. 3. 18: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2일 가습기 살균제 스캔들의 장본인 옥시 측의 대국민 사과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원망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단상에 올라가 옥시 대표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억울함과 분노를 분출했고 이를 지켜본 많은 이들도 울분을 삼키며 착잡해했다.

피해자 가족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5년 넘게 이어졌고 영국 본사까지 가 원정 항의 시위를 했음에도 옥시는 매번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작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끈질긴 취재와 대통령의 언급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후약방문에 가까운 사과와 문제 수습에 나선 옥시의 태도에 대다수 국민들이 실망감과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검찰은 옥시 영국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도 한국에서 제품 출시를 허용했는지, 여러 연구 기관의 사전 경고를 어떻게 유리하게 적용하며 묵인했는지 여부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옥시 사태를 보면서 떠오른 영화가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섬뜩할 만큼 닮아있기 때문이다.

‘옥자’는 미국의 거대 글로벌 식품기업의 탐욕스런 이윤 추구를 통해 인간과 자본의 추악한 욕망을 경고하는 영화다.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국 넷플릭스가 약 550억원을 투자하고 한국과 미국, 캐나다에서 촬영되며 내년 모바일과 극장을 통해 개봉될 예정이다.

‘옥자’에 등장하는 미국의 글로벌 식품기업은 세계 식량난 해결이란 미명하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슈퍼 돼지 개발에 나선다. 인간과 체세포 배열이 가장 비슷한 동물이 바로 돼지인데 이 극비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육가공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야심이 숨어있다. 이 모든 프로젝트가 미국 정부의 묵인 하에 벌어진다.

문제는 보안인데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이 대기업은 한국을 비롯한 몇몇 동맹국에 비밀리에 슈퍼 돼지를 분양해 그곳에서 적응도를 살피며 추적 관찰하게 된다. 나라별 공기와 습도, 계절 변화에 따른 슈퍼 돼지의 면역력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도 한 마리의 슈퍼 돼지를 위탁받고 이를 변희봉이 맡아 키우게 된다.

강원도 두메산골 청정 지역에서 손녀와 단 둘이 사는 촌로가 이 불온한 실험에 합류한 건 비교적 외부에 알려질 우려가 없고 그가 경제적 지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손녀의 이름은 미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이 소녀는 자신보다 덩치가 서너 배나 큰 슈퍼 암퇘지를 옥자라 부르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초원에서 뛰어놀며 가족처럼 붙어살던 옥자와 미자는 옥자의 위탁 계약이 만료되고 미국 본사 수송이 결정되며 위기를 맞는다. 뉴욕 본사 실험실에서 각종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옥자의 목숨이 부지되는 것. 여차하면 도살될 위기에 처한 옥자를 살리기 위한 미자의 처절한 모험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틸타 스윈튼이 식품기업의 탐욕스런 CEO로 나오고 제이크 질렌할이 이 회사의 만행을 고발하는 환경단체 일원으로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 사회 비판 의식을 투영시킨 건 이번 ‘옥자’가 처음은 아니다. ‘살인의 추억’에선 한심한 공권력을 풍자하며 카타르시스를 안겼고 ‘괴물’에선 한강에 유독성 물질을 무단 방류하는 주한미군을 통해 공분을 자아냈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와 강대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무기력한 정부를 그려 탄식을 자아냈을 뿐 아니라 ‘설국열차’ 엔딩 신에선 설산을 향해 도망치듯 뛰어가는 곰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도 했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개인의 행복 추구권의 충돌과 불협화음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럽 자동차 회사의 연비 조작도 이런 연장선상이다. 유럽에선 배기가스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각종 프로모션으로 수입 디젤차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세상을 구원할 순 없겠지만 또 한 번 우리를 각성하게 하고 환기시켜주는 작품이 되길 소망하는 건 과한 기대인 걸까.(사진=봉준호 감독/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관능-파격 미장센 ‘아가씨’ 해외예고편 이러니 홀딱 반하지 아산병원 응급수술 집도의 “故 신해철 1차적 사인 복막염 추정” 증언이태임, 푸켓서 뽐낸 초밀착 래쉬가드 몸매 ‘군살이 뭐에요?’클라라 “송중기와 ‘오감도’서 키스신, 날 기억해주실지..”여름 왔다, 설현-초아 래쉬가드 몸매도 왔다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