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째 세계 언론 자유의 날, 탄압받고 조롱당하는 언론자유
[경향신문]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이다. 유엔은 1993년 12월20일 총회에서 많은 나라에서 정부 억압으로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진실을 밝히는 와중에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매년 5월3일을 세계 언론 자유의 날로 선포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언론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달 발표한 ‘2016 언론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언론 자유 지수는 2003년 이후 최하점인 48.9점이었다. 특히 터키, 프랑스, 예멘, 이집트 등이 언론 자유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언론 자유를 누리는 세계 인구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46%가 언론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고, 41%는 부분적으로만 언론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번째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이집트 언론인 연합은 수도 카이로에 있는 본부에서 “언론인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다”는 구호를 외쳤다. 전날 본부를 급습해 현 압델 파타 엘시시 정부를 비판해오던 뉴스웹사이트 ‘바와베트 야나예르’ 기자 2명을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한 항의표시다.
언론인 연합 본부는 이전부터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였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실각한 호스니 무바라크 군부독재 정권 아래서도 이 건물에서는 정부를 비판해도 체포될 염려가 없었다. 하지만 2013년 엘시시가 선거로 선출된 모하메드 무르시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연합 회원 마흐무드 카멜은 “지금까지 어떤 대통령이나 총리, 내무장관도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은 없었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언론인 연합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집단행동을 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터키도 언론 탄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3월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 후 1년6개월 동안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은 2000명에 달한다. 언론인과 야당 관계자는 물론, 작가, 축구선수, 모델 등 유명인과 만평가, 교사, 의사, 변호사, 대학생 등 일반 시민, 심지어 13살 청소년까지 대통령 모욕 혐의로 조사나 처벌을 받았다. 이슬람 수니파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 소속인 에르도안은 12년 동안 총리로 재직하다 2014년 8월 대통령에 취임했다. 하지만 그 전해에 측근들에 대한 부패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반정부 여론을 탄압하고 있다.
▶2015년 살해된 기자 110명 중 64%가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숨졌다터키 일간 줌휴리예트의 에디터 잔 뒨다시는 2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터키는 언론 천국인 적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지옥인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뒨다시는 “지금 터키에서 기자를 하겠다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뒨다시는 지난해 5월 터키 국가정보원 소속 요원이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가, 그해 11월 간첩혐의로 앙카라 지부장 에르뎀 굴과 함께 체포됐다. 지난 2월 법원 판결을 받고 풀려났지만 에르도안은 법원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재판 없이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구금해 비난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의 유명 저널리스트 오마르 나잘을 재판 없이 4개월 구금하기로 했다고 2일 보도했다. 나잘이 이스라엘 저항운동세력인 팔레스타인민족해방전선(PLO)를 도왔다는 이유다. 하지만 나잘 측은 팔레스타인 언론인 조합 지도부인 나잘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정치적인 발언과 행동때문에 행정구금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잘 측은 행정구금때문에 무죄를 입증할 어떤 증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랫동안 독립 언론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던 프랑스는 방글라데시, 브룬디 등과 함께 지난 1년 새 언론 자유도가 급격히 떨어진 국가로 분류됐다. 프리덤하우스는 2015년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정부가 안보 위협이 증가하자 사법당국에 민간인들의 대화까지 감시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언론인에 대한 테러도 증가하고 있다. 명예훼손 소송 증가와 새로운 안보관련 법안은 언론을 옥죄는 사법적 틀로써 미디어의 자기 검열 우려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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