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안 사는 인천, 당연히 '당첨' 안 된다

안영준 입력 2016. 5. 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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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안 사는 인천, 당연히 '당첨' 안 된다



(베스트 일레븐)

“복권을 산다고(슈팅) 당첨이 되는 건 아니지만,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득점)될 수가 없다.”

축구계에서 유명한 속담이다. 이는 득점을 위해선 반드시 슈팅이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득점력 빈곤으로 최하위를 전전하고 있는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로선 이 속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 인천은 긴 부진에 빠져있다. 새 시즌이 시작한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지만, 12개 팀 중 유일하게 승리가 없다(3무 5패). 지난 시즌 상·하위 스플릿이 갈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6위를 노렸던 인천을 기억한다면 현재 최하위를 기록 중인 것엔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이 부진에 빠진 큰 원인은 바로 저조한 슈팅 숫자다. 인천은 최근 서너 경기를 통해 경기력 자체는 많이 끌어올린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슈팅이 나올 법한 장면서 주춤거리는 등 답답한 마무리는 여전했다. 슈팅이 없으니 득점이 없고, 득점이 적으니 이길 가능성도 낮아지는 셈이다.

인천은 팀 당 여덟 경기를 치른 현재 전체 슈팅 숫자에서 12개 팀 중 11위, 유효 슈팅 숫자는 10위를 기록 중이다. 두 기록 모두 최하위는 아니나, 두 부분 모두 하위권에 위치한 팀은 인천뿐이다. 특히 전체 슈팅 숫자는 1위를 기록한 제주 유나이티드의 127개에 비교하면 무려 50개 가까이 모자란다는 걸 알 수 있다. 팀당 소화한 경기 숫자가 불과 여덟 경기임을 감안하면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

유효 슈팅도 마찬가지다. 전남 드래곤즈의 34개, 광주 FC의 37에 비해 근소히 앞서 40개를 기록 중인 인천은 1위 서울의 62개, 2위 울산의 59개에 비해 상대 골문으로 공을 보낸 기억이 대단히 적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단순히 복권을 많이 사라(슈팅을 많이 시도하라)고만 등 떠밀 수는 없다. 인천의 슈팅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 인천의 기록을 살펴보면 단순히 슈팅 시도가 저조한 문제를 넘어 슈팅 대부분이 한 선수에게 지나치게 쏠려있음을 알 수 있다.

인천의 76개의 슈팅 중 무려 30개가 케빈을 통해 나왔다. 다른 24명 선수 중 두 자릿수 기록을 갖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전남의 87개 슈팅 중 오르샤가 20개, 스테보가 17개, 허용준이 14개, 유고비치가 9개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점과 대조된다. 심지어 인천보다 전체 슈팅이 적은 유일한 팀인 포항조차 심동운 17개, 문창진 11개, 양동현 10개로 복권 구매가 여러 지점서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인천의 이 같은 아쉬운 기록은 그라운드 위에서도 여실히 표현된다.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제1의 공격 옵션인 건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인천의 공격 과정서 케빈의 비중은 너무도 크다.

슈팅 뿐 아니라 공격 패턴서 지나치게 케빈을 거쳐가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박세직·송제헌 등 측면 자원들과 박대한·권완규 등 양 풀백들도 케빈을 돕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나, 이곳서는 큰 소득이 나오지 않는다. 패스를 통해 균열을 낸 뒤 애써 측면을 열어 찬스를 잡아도 케빈을 향한 단조로운 크로스만 반복되다 보니 상대 수비수들이 금방 대처법을 찾아낸다.

숫자상 어쩔 수 없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케빈에 무리한 패스를 하는 것보다는 측면서 이를 역이용한 플레이들이 자주 나올 필요가 있다. 물론 지난 울산전에선 윤상호와 박세직 등이 측면서 종과 횡을 가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온 뒤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세밀함이 부족해 그 위력이 떨어졌다.

김태수와 김도혁 등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세가 약한 점도 슈팅이 적은 이유다. 이들은 짧은 패스를 풀어나가는 데는 돋보이는 부분이 있으나, 그 활동 영역이 지나치게 아래로 내려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 공격으로부터 포 백을 보호하기 위해 내려서 있다 보니, 공격 상황서도 전진해 힘을 실어주기가 어렵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김동석마저도 이들과 간격을 좁히기 위해 자주 내려간다. 케빈이 특유의 피지컬과 키핑 능력으로 공을 갖고 있어도 이를 건네 받은 2선의 위치가 상대의 위험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단번에 골로 연결될 수 있는 ‘킬러 패스’나, 위력 있는 중거리 슈팅 대신 백패스 혹은 측면 풀백을 거쳤다가 돌아오는 실속도가 떨어지는 패스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희망은 있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와 두 번이나 동점골을 터뜨린 신인 송시우는 저돌적이고 과감한 문전 쇄도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낸다. 후반 10분 여분을 남기도 투입되어도 공격 상황선 꼭 슈팅으로 마무리하고 내려오는 힘이 있다.

케빈과는 다른 공격 스타일을 보이는 외국인 공격수 벨코스키의 존재도 기대를 품게 한다. 벨코스키는 측면과 중앙을 번갈아 뛰며 적응을 마치는 중이다. 김도훈 인천 감독 역시 “반드시 반전의 계기가 온다”라며 이 같은 부진이 길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인천은 슈팅 숫자도 적고, 골문을 보낸 유효 슈팅도 적다. 심지어 적은 숫자 중에서도 케빈의 기록이 대부분이다. 승리를 위한 골을 만들려면 분명 이보다 더 많은 슈팅이 필요하다.

결국 슈팅을 늘려야 하며, 그 몫은 측면과 중원에서 케빈을 뒷받침하는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느냐에 있다. 이들의 슈팅이 더해지지지 않는 한, 인천의 복권 당첨 확률은 높아질 수 없다.

▲ K리그 클래식 슈팅 숫자 순위(이하 5월 3일 기준)

1위: 제주 유나이티드 127개
2위: FC 서울 114개
3위: 수원 FC 113개
4위: 전북 현대·수원 삼성 103개
6위: 울산 현대·상주 상무 93개
8위: 전남 드래곤즈 87개
9위: 성남 FC 77개
10위: 인천 유나이티드·광주 FC 76개
12위: 포항 스틸러스 73개

▲ K리그 클래식 유효 슈팅 숫자 순위

1위: FC 서울 62개
2위: 울산 현대 59개
3위: 수원 FC 50개
4위: 제주 유나이티드 49개
5위: 수원 삼성 48개
6위: 상주 상무 45개
7위: 포항 스틸러스 44개
8위: 전북 현대 43개
9위: 성남 FC 42개
10위: 인천 유나이티드 40개
11위: 광주 FC 37개
12위: 전남 드래곤즈 34개

글=안영준 기자(ahnyj12@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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