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인터뷰①] "무대에서 즐겁게 노래, 한심하더라"

엄동진 입력 2016. 5. 3. 16:11 수정 2016. 5.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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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엄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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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김윤아가 6년여 만에 솔로로 신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키리에', 그리스어인 'Kyrie eleison'(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에서 따왔다.

지난 수년간 침울하고 참혹해진 한국 사회를 겪고 느끼며 던진 메시지다. 가사의 첫 마디부터 직선적으로 가슴을 관통한다.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김윤아는 주변의 이야길 좋아한다. 뉴스 중독자라 말할 만큼 뉴스를 좋아하고 SNS로 일반인의 생각과 사고를 읽고 배우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그걸 즐길 수 없었다. 뉴스는 온통 끔찍한 사건사고만을 배달했고, 사람들은 신경질적이었고 불안해했다. 음악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 즈음 자신의 목에서도 이상이 발견됐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음악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키리에'를 발표한 김윤아를 만났다. 그는 아직도 그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게 분명해보였다. "이런 시대에, 음악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는 아티스트에게서 절망감이 느껴졌다.

"대중은 어두운 음악을 싫어한다. 나도 그걸 잘 안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되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야겠다." 김윤아의 음악은 당분간 어두울거 같다. 그 어두운 음악이 언제까지나 지속될지 가늠조차 안되는 현실이다.

-6년 만에 솔로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소감이 남다를 거 같다.
"솔로 1~2집 때만해도, 팀을 떠나서 솔로 활동하는 게 쓸쓸했다. 근데 이제 그런 건 없고, 개인적으로 재작년에 슬럼프였다.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한심했다. 이런 세상에서 아무 힘도 없는데 노래가 무슨 의미냐는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회사와의 계약이 끝나서 좀 놀았다. 공백기를 길게 가졌다. 곡을 쓰기로 마음먹는 거 자체가 어려운 시기였다."

-세월호의 영향이었나.
"여러가지 영향이었다. 물론 그런 사고도 있었고. 10년 정도 전부터 인류가 진보하지 않고 이상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뉴스 중독자다. 뉴스를 보고 그런 흐름을 읽고 있으니까 회의감이 들더라."

-요즘엔 마음이 좀 편해졌나.
"편해지지 않았다."

-'키리에'는 정말 슬픈 곡이다. 연장선상에서 만든 곡같다.
"재작년에 노래를 만들 수 없겠다고 생각한 게, 옆에서 누가 울고 있는데 나 혼자 즐거운 얘기를 못하겠더라. 내가 SNS를 즐긴다. 일반인을 팔로워하는데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는 걸 좋아한다. 근데 다들 어둡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그래서 어떻게 되는건데라는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나 하는게 한심하고 더 이상은 못하겠더라."

-불안하고 우울한 상황에, 음악이 치유가 되기도 한다.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물론 '잘될거야'라는 식의 노래도 있지. 근데 잘되긴 뭐가 잘되겠나. 오늘 당장 신문만 봐도 가습기 살균기 사건이 있다. 대표가 나와 사과를 했던데 그게 사과라는 생각이 드나. 사과 아니지 않나. 10월에 나올 솔로 앨범 안에 들어있는 노래들은 다른 어떤 노래보다 솔직한 것들이 담길거 같더라."

-'키리에'의 가사는 참 처절할 정도로 슬프다. 특히 첫 소절에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라는 부분이.
"휴가길에 목매어서 썼다. 휴가를 가려고 지난해 7월에 비행기를 타서 출발하기 전에 썼다. 즐거운 비행이었는데 첫 소절이 떠올랐고, 쉬운 문장이 아니라서, 두세달 정도 곡 작업을 했다. 자우림보다 솔로곡을 쓰면 자기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작업이 많다. 또 내가 갖고 있는 유일한 재능이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인거 같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쉽게 공감한다. 뉴스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며칠간 잠을 못 잔다. 그런 체질이라서 음악을 하는 거 같다. '키리에' 가사를 썼을 때가 뉴스에 많이 휘둘리던 몇 개월간이었다. 그 때도 누군가에게 빙의가 된거 같았다. 그래서 쓸수 있었던 문장이다."

-즐거운 곡은 이제 못쓰나.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쓸 수 있지 않을까. 자우림에 가면 편하다. 진짜 나를 안 봐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우리 팀이 워낙 사이가 좋다. 가족 같은 유대감 안에서 나오는 곡이라 좀 더 즐거운 얘기들을 할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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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인데 싱글은 좀 의외였다. 오랜만의 신곡이라 정규를 준비할 줄 알았다.
"정규가 올해 10월에 나온다. 수록곡의 윤곽은 잡혔다. 자우림이나 나나 좀 아쉬운게 한곡만 활동하고 나머지 곡은 묻히는게 좀 아쉽다. 타이틀을 염두에 두고 띄워야지라는 생각으로 움직이는 팀이 아니다. 이번엔 하나씩 들려드리고 싶었다."

-지난해 성대 문제가 심각했다는 얘길 뒤늦게 들었다. 사실 그렇게 아픈 줄은 몰랐다, 방송에서 인생 3번의 위기 중 하나였다고까지 얘기했는데.
"성대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은 원인을 못 찾았다. 당장 내일 신문에 열다섯 개의 기사를 써야하는데 손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로 두 달을 지냈다. 매일 매일이 그랬다. 목에서는 쇠 가는 소리가 났다. 김연우 씨와 증상이 비슷하다. 남자의 고음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여자 중음역대에서 생기기도 한다더라. 원인은 알 수 없다. 그래도 다행히 나아지고 있는 거 같다. '키리에'를 녹음할 때는 문제가 없었다. 당시에 건설적인 계획은 세울 수 없었다. 불안장애도 생겼다. 원인을 몰랐다는 게 큰 문제였다. '이걸 치료하면 됩니다'라고 누가 말해줬다면 희망이 있었을텐데."

-나머지 두 가지 위기는 뭐였나.
"한 가지는 신경 마비였다. 왼쪽 머리 근처로 와서, 그 때는 단순히 얼굴이 안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라 왼쪽 귀에도 이상이 왔다. 귀에 메가폰을 대고 말하는 것처럼 신경이 이상했다. 앞으로 음악을 못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 가지는 어릴 때 얘기였다."

-김윤아 하면 아직도 뭔가 할게 많은, 욕심 많은 엔터테이너같은 이미지도 있다. 더 하고 싶은게 남았나.
"욕심은 그다지 없다. 음악을 하려면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기때문에 한거다."

-음악을 한지 20년이 됐다. 앞으로 더 이룰게 남았나.
"사실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포부가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10년 전만해도 그런 질문이 나오면,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우릴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얘길 했다. 음악에 아무 힘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음악이 세상을 바꾸거나 그런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 그런 질문을 듣는다면 '성장하는 아티스트 밴드가 되고 싶다'는 답을 하고 싶다. 하하."

-김윤아하면 똑똑해보이고, 자신감에 차있고, 도도하거나 차가울거 같다. 그런 이미지가 가수로서 단점일때도 있나.
"낯을 가린다. 그래서 장점인거 같다. 어렵다고 오해하니까. 막 다가오면 당황하는데 안그러니까 장점이지 않을까. 예전에는 더 심했다. 데뷔했을 때는 모르는 사람하고는 밥을 못 먹었다.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힘들었다. 라디오를 진행했었는데, 굉장한 수련이 됐다. 무대는 괜찮다. 대화는 안 해도 되니까. 가사를 말하면 되니까. 그건 괜찮다."

-오래전 얘기지만 지드래곤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YG 양사장님의 부인인 은주씨와 우리 남편이 친분이 있다. 그런 인맥으로 데모를 받았다. 양사장께서 콜라보를 해보자는 말씀을 주셨는데 솔로 앨범을 할 때 연락을 주셨다. 사랑의 듀엣 같은 느낌이었으면 안했을 거다. 근데 나레이터 역할이었고, 물론 곡도 좋았다. 내가 불러도 저쪽에 폐가 안되겠다는 느낌이 들어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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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오랜만에 다시 봤다. 다시 배우 활동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나.
"영화쪽에서 제의를 줄때 가수 역할을 준다. '그 때 그 사람들'에서는 영광스럽게 대선배를 연기했고, 옛날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고. 근데 가끔은 '김윤아 본인처럼 연기를 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런 건 안하고 싶다. 이거 어렵다. 나처럼 하라는 게 어떤건지 모르겠더라. 그건 배우한테도 어려운거더라. 가장 어려운 연기는 배우 자신이 되어서 하는 연기라고 들었다.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를 모르겠더라."

-여성 솔로 가수로 어려운점은 없나.
"여성 창작자가 일하기 힘든 사회라는 건 다 알거다. 근본적인 문제인데, 제 또래 70년대생부터 80년대생까지는 그런 영향이 있었을거다. 여자가 자기 얘기를 목소리로 내는 게 어렵다. 아이돌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 같다. 객체가 되어야지 주체가 될 때 대중이 등을 돌리는 현상이 있다."

-10월에 나올 정규 앨범의 이야기를 좀 해달라.
"'타인의 고통'이 앨범 타이틀이다. 여자로서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갈거 같다. 사랑 이야기도 있고 누군가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될거다. 전부터 의미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단어 하나를 써도 내가 납득이 되는 걸 쓰고 싶다. 슬럼프를 거치고 나서는 그게 더 강해졌다. 대중은 어두운걸 원하지 않는다는걸 내가 더 잘 안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 되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해야겠다."

-이번 곡의 차트 반응을 봤나.
"자우림이 원래 멜론에 진입하는 밴드는 아니다. 과거에도 단일 판매량으로는 25만장 정도 팔았다. 지금은 시장도 많이 바뀌었다. 25만장씩 팔았을때도 음악순위프로그램에는 진입도 못했다."

-육아와 아티스트 활동엔 상관관계가 있나.
"물론. 작업하기가 힘들어졌다. 난 가만히 내버려두면 새벽 3~4시쯤 자서 오전 10시에 일어난다. 그게 빨라졌다. 새벽 1시쯤 자서 오전 7시쯤 일어나야 한다. 사생활을 음악에 대입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다. 결혼과 육아가 분명, 생각이 달라지고 넓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사람의 본질을 바꾸지는 않는거 같다."

-아이에게 아름답고 밝은 이야기만을 해주고 싶지는 않나.
"솔로 1집에 '아이들은' 이라는 곡이 있다. '아이들은 착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동화를 듣고 자라나지. 아름답고 착한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갖게 된다 배우지'라는 가사가 있다. 근데 아름답고 착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갖게 되는 세상인가. 반대이지 않나. 사실은 사실대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다시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좋게 생각한다. 난 방송이랑 잘 안맞는 사람이다. 반면 남편은 방송이 참 잘맞는다.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자기 병원을 하면서 방송을 좀 줄이고 병원에 매진했다. 난 그때도 방송을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남편도 여유가 좀 생겼다. 옆에서 짝꿍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싶다. 방송에서 남편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엄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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