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손님에 직원들 봉변 당하는데도..이마트, 사원 보호 외면

이혜원2 2016. 5.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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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이마트 이중성 고발 기자회견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마트노동조합,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이마트의 소속 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인 이케어 프로그램 및 감정노동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2016.05.0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대형마트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9월 손님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신세를 졌다. 한 손님이 고구마 등이 담긴 봉투를 계산대에 올려놓지 않은 것이 발단이 됐다.

A씨는 근무 메뉴얼에 따라 손님에게 제품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폭행과 마음의 상처뿐이었다.

손님은 "왜 날 도둑으로 보냐"며 들고 있던 봉투로 A씨 얼굴을 가격했다. 입 안에서 피가 날 정도로 상처가 심했다. 해당 손님은 다음달 다시 마트를 찾아왔다. 이제는 A씨에게 폭행도 모자라 "사과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렇게 현장에서 봉변을 당하는 과정에서 A씨는 회사로부터 아무 보호를 받지 못 했다.

'갑질 손님'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겠다는 이마트의 사원 보호 프로그램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언과 협박을 당한 노동자를 이처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감정노동네트워크는 3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는 감정노동자 보호 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 2014년 10월 사원 보호 프로그램인 'E-CARE'를 만들었다. 손님에게 폭언이나 성희롱 등을 당하는 사원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이들 단체는 "이마트는 사원보호 메뉴얼을 만들었지만 직원들이 입는 감정노동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박수미 이마트 해운대점 계산원은 "지난달 27일 한 50대 남성손님이 사은품으로 받은 생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성희롱과 욕설을 했다"며 "관리자를 불렀지만 손님에게 욕을 하지 말라는 말만 할 뿐 다른 제재는 없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퇴근 후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다음날 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관리자들은 퉁명스럽게 '절차를 밟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손님에게 받은 1차적 상처도 있지만 회사의 대응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수찬 이마트노조위원장은 "사원보호 메뉴얼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사원의 감정 소모를 최소화해 근무 만족도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손님의 불만을 진정으로 경청하라는 전제 조건을 달아놨다"며 "고객 보호인지 사원 보호인지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불만사항이 접수된 후 관리자가 이동해 고객 응대를 했다"며 "갈등이 지속되자 해당 직원을 곧 쉬도록 하고 귀가조치했다"고 설명했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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