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샐러리맨 '영웅→개혁걸림돌' 전락..'나라 망친다' 비난도"

2016. 5. 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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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의 화이트칼라 샐러리맨들이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들은 과다한 업무에도 지칠 줄 몰랐고 온 세상을 정복할 듯 기세는 자못 높았다. 일본의 기업과 사회, 가정생활은 그의 노동 윤리와 은행계좌, 평생고용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라면 샐러리맨이 되고 싶어 했고 여자라면 샐러리맨과 결혼하고 싶어 했다. 술집은 그에게 새벽 2시까지 위스키를 따라주고 싶어 했고 기업들은 그를 붙들고 싶어 했다.

샐러리맨 이데올로기는 경제적 호황기에 국가의 활력소였고 샐러리맨은 영웅이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제로(0) 성장률에 직면한 현재는 국가적 재앙이 되고 있다는 화살을 맞는 신세다.

일각에서는 오늘날 일본의 샐러리맨은 자산이 아니라 채무라고 비난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야말로 일본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보는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들을 위협요소로 꼽는다.

조치(上智)대학 정치학과의 나가노 고이치 교수는 많은 샐러리맨의 정체성은 집단적 사고와 권위에 대한 복종에 묶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은 현시점에서 경제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독창적 행동과는 정반대 편에 있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지난달 일본식으로 일하는 것을 개혁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샐러리맨들이야말로 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학자들과 금융계 전문가들이 동조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 사회에는 샐러리맨에 대한 부정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쿄 이케부쿠로(池袋) 지구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물류회사의 미혼 중견사원 오가와(41)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두 명의 신입사원과 자리를 함께하고 있던 오가와는 농담조로 "너희는 우릴 직장이나 가정에서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말할지 몰라"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우린 경제를 성장시키지도 인구를 늘리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비관적이지는 않다. 너희 두 사람이 열심히 일하도록 지도해야 돼"라며 말을 이어나갔다.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뒷받침하고 현직 근로자 2명이 퇴직자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일본으로서는 혁신과 생산성 개선, 위험 자본의 적절한 배분, 여성의 고용 확대, 구조 개혁 등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 기업을 떠나지 않고 연공서열에 따른 진급에 묶인 채 평생고용을 보장받던 일본의 샐러리맨에게는 그 어느 한 가지도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치바(千葉) 상과대학의 시마다 하루오 학장은 일본이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중간 경력자의 이동이 보장되는 유연한 노동시장이라면서, 이미 존재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지만 샐러리맨들이 개혁의 실패를 보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0년 전 일본의 종합적 생산성은 최고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아주 낮다. 그 이유는 근무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문제를 알지만 이런 끈질긴 전통에서 벗어날 수 없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샐러리맨에 대한 비판은 공공연하고 샐러리맨 본인들마저 자조할 정도다.

불행히도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던 선배 세대는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가족을 소홀히 했던 삶이 진정 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선호하면서도 자기희생을 구시대적 유물로 기피하는 후배 세대들도 한편으론 샐러리맨들을 공격하고 있다.

오가와를 따라 술집에 왔던 한 부하 직원은 그가 화장실에 간 동안 기자에게 "내가 이제 샐러리맨이 됐다는 것을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난 문화가 어떤 건지를 알고 있지만 문화를 즐기며 생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지난 20년간 출근하는 일본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았던 만화 '샐러리맨 긴타로'의 작가인 모토미야 히로시도 비난에 가세했다. 그는 "샐러리맨은 노예이며 샐러리맨 조직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던 말을 만화 속에서는 할 수 있었다는 그는 일본 샐러리맨이 "내부 지향적"이라고 말하면서 "완고하게 버티면서 튀는 사람들을 끌어내리려 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샐러리맨 문화의 폐해는 나날이 대중들에 노출되고 있다. 도시바(東芝)와 미쓰비시(三菱)자동차, 아사히 카세이(旭化成) 등 대기업에서 터진 스캔들은 샐러리맨 문화의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샐러리맨의 역사를 연구한 와세다(早稻田)대학의 하라 카쓰미 교수는 조직에 대한 맹목적 충성, 내부 권위에 대한 복종 때문에 고객과 사회가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조사한 의회 특위는 근본 원인은 "일본 문화에 각인된, 권위에 대한 반사적 복종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많은 관측통도 샐러리맨, 이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관료들에게 운명을 맡긴 국가가 빚은 비극적 결과라고 본다.

일본은행조차도 샐러리맨이 소비의 동력이라는 믿음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 상태다. 게이단렌(經團連)에 가입된 219개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1995년부터 2015년 사이에 불과 0.44%가 올랐을 뿐이다.

지난 40년 동안 샐러리맨들의 아내가 매월 남편에게 준 용돈을 조사한 신세이(新生)은행의 자료는 오늘날 샐러리맨들의 초라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 은행이 발표한 용돈 수준은 33년 만에 최저수준이었다.

와세다 대학의 하라 교수는 경기가 부침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 있게 샐러리맨의 퇴락과 부활, 재몰락을 선언했지만 왜 이들이 독립 지향적이며 모험심이 가득한 투사에서 순한 양으로 전락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일본 샐러리맨들의 허세는 이처럼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노동시장 개혁과 성과급 도입과 같은 개혁 노력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까다로운 걸림돌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여자대학의 오사와 마치고 교수는 여자는 가정을 챙기기 위해 일하지 않으며 사원은 고용주의 노예라는 국가 전반의 통념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생산성 기반의 급여는 샐러리맨 문화에 반하는 것이며 유연한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성과급을 도입하려는 아베 총리의 시도가 성공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노조와 업계 로비 단체들은 성과급에 반대하는 연대관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사와 교수는 샐러리맨들을 끈적끈적한 점토층과 같다고 표현했다.

오사와 교수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은 그러나 장래를 낙관할 근거가 없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샐러리맨 문화의 퇴조가 소외받던 여성노동력에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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