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포커스] '헛짓' 토트넘, 우승컵만큼 중요한 '프로 정신'

김지우 2016. 5. 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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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지우 기자= 팀이 원만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승부처에서 그 필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토트넘의 시즌 막판 행보가 아쉬운 이유도 이와 맥락을 같이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리더가 없어 보인 행동이라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토트넘, 분명 실력은 있었다. 토트넘 선수단의 올 시즌 평균 연령 24.7세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젊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병행함과 동시에 많이 뛰는 축구를 구사해도 시즌 내내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체력 뿐만 아니라 기량까지 뛰어났다.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에릭 라멜라, 에릭 다이어 등 20대 초중반의 눈부신 재능들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지도 아래 기량을 만개시켰다.

그러나 구심점은 없었다. 그 누구도 피치 위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주장' 휴고 요리스는 골키퍼라는 포지션 특성상 리더십이 미치는 범위가 한정돼 있었다.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는 87년생 동갑내기 얀 베르통언과 무사 뎀벨레가 그나마 큰 형이었다. 하지만 이 벨기에 듀오도 리더와는 거리가 멀다. 벤치로 시선을 돌려도 눈에 띄는 선수는 없었다.

결국 이는 중요한 고비에서 탈이 됐다. 중심을 잡지 못한 가운데 불필요한 행동으로 스스로 우승 경쟁에 찬물을 끼얹었다. 시작은 크고 작은 말썽을 꾸준히 일으켰던 알리다. 알리는 지난달 26일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과의 2015/2016 EPL 35라운드에서 상대 선수 야콥을 주먹으로 가격해 3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로 인해 토트넘은 남은 일정서 중원의 핵 알리를 쓸 수 없게 됐다.

이어진 첼시전에서도 논란은 불거졌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서 승리만이 의미가 있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레스터에 우승 트로피를 내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의에 찬 토트넘은 첼시를 상대로 전반전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2골차 리드를 잡았고 우승 경쟁을 지속하는 듯 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후반전에 급격하게 무너졌다. 후반 13분 개리 케이힐에게 실점을 내주더니 후반 38분 에당 아자르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일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토트넘은 결국 첼시 원정서 2-2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 인해 시즌 내내 이어졌던 토트넘의 우승 꿈은 2경기를 남기고 물거품이 됐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 토트넘은 실점을 내준 뒤 필요 이상으로 흥분했다. 우승이 걸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고 포장하기에는 논란이 다분했다. 라멜라는 쓰러져 있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손을 의도적으로 밟고 지나갔고, 다이어는 동업자 정신을 집에 놓고온 듯 아자르에게 거친 태클을 가했다. 모범을 보여줘야 될 뎀벨레는 전반 종료 직전 첼시 선수단과 몸 싸움 과정 중에서 심판 몰래 디에고 코스타의 눈을 찔렀다.

토트넘의 행동을 리더의 부재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제이미 캐러거는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뎀벨레의 행동은) 충격적인 일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뎀벨레의 시즌은 끝이 났다"며 추가 징계를 확신했고, 영국 '더 선'은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악당이 됐던 코스타가 이번에는 뎀벨레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며 뎀벨레의 행동을 꼬집었다.

문제의 장면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발생했다. 경기 내내 흥분한 모습을 보인 로스가 드레싱룸으로 향하던 첼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밀쳤고, 히딩크 감독은 그대로 벤치 아래를 향해 나뒹굴었다. 이에 격분한 첼시 선수단과 스태프들이 달려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70세의 히딩크 감독을 해한 로스의 행동은 강력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올 시즌 토트넘의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정상에 섰으면 좋았겠으나 우승에 실패해도 토트넘에 돌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만큼 토트넘이 올 시즌 보여준 축구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 보여준 행동들은 분명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승에 대한 열망을 이해하나 프로답지 못한 헛짓이었다. 남은 경기에서도 이러한 행동이 계속된다면 토트넘을 향해 박수칠 팬은 없다.

토트넘의 올 시즌 발자취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 우승컵만큼 중요한 것은 프로 정신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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