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슈퍼 사건 유가족 "진범은 용서해도 국가는 용서 못해"

박효익 기자 2016. 5. 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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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익산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이 사건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6.5.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전주=뉴스1) 박효익 기자 = 1999년 전북 완주 삼례에서 발생한 이른바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은 3일 “진범 이씨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평생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살겠다’는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임모씨(37) 등 3명에 대한 재심 신청 사건의 세 번째 심문 기일이 열린 이날 오전 심문이 끝난 뒤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범까지 나타나 사죄하고 반성하는 상황에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유가족은 재심을 청구한 임씨 등 3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들은 “살인범을 조작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그들의 변명이 놀랍다”며 “진범이 진실을 위해서 뛰고 검찰은 진실을 감추려 노력하는 이 상황에 절망한다”고 비판했다.

또 “죄 없이 교도소까지 다녀온 ‘가짜 3인조’의 삶은 망가졌다. 저희 유가족과 피해자는 ‘가짜 3인조’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것도 아픈데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 하는 현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저희가 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진실만이 사망한 저희 어머니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며 “죄 없이 옥살이를 한 ‘가짜 3인조’를 위로하는 길 역시 진실이다. 저희 유가족과 피해자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 또한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실로 향하는 문을 열어 달라.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심을 개시해 달라”며 “조작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달라. 재심과 진상규명은 진실로 향하는 마지막 비상구”라고 호소했다.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익산 나라슈퍼 사건 피해자와 유족들이 사건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16.5.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지난달 15일 열린 재심 청구 사건의 두 번째 심문 기일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모씨(48)는 자신이 사건의 진범 3명 중 한 명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는 올 1월 말 숨진 유모 할머니(당시 76세)의 묘를 찾아 사죄의 절을 하기도 했다.

유 할머니는 1999년 2월6일 새벽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잠을 자던 중 괴한들에 의해 질식사했다. 당시 괴한들은 슈퍼 안에 있던 유 할머니의 딸 부부를 제압한 뒤 유 할머니의 입과 코를 청테이프로 막고 금품 200만원 상당을 빼앗아 달아났다.

사건 직후 임씨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고 얼마 후 강도치사,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됐다. 강씨(36)와 최씨(37)는 각각 징역 장기 4년 단기 3년에, 임씨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형은 같은 해 10월 최종 확정됐다.

그로부터 한달 뒤 부산지검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용의자 3명을 모두 붙잡아 자백을 받았다. 하지만 전주지검으로 사건이 넘어간 후 진범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미 확정 판결을 받은 임씨 등을 수사해 재판에 회부한 검사에 의해서다.

이씨는 당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일행 중 1명이다. 이씨 일행 중 1명은 지난해 숨졌다.

임씨 등은 경찰 폭행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날 오후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경찰 간부와 수사 담당 경찰관, 피해자 부부 등이 증인으로 나서 증언을 할 예정이다.

wh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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