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파이터의 정중한 사과 "전범기 문신 죄송합니다"..정찬성 효과?

이교덕 기자 입력 2016. 5. 3. 07:32 수정 2016. 5. 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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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리케 마린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엔리케 마린(29, 스페인)은 지난해 TUF 라틴 아메리카 시즌 2 준우승자다. 에릭 몬타뇨에게 판정패해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종합격투기 전적 8승 3패로 그리 유명한 파이터는 아니다. 오는 7월 10일(이하 한국 시간) UFC 200에서 기대주 세이지 노스컷(20, 미국)과 맞붙게 돼 우리나라에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그런데 마린이 지난달 21일 스페인에 거주하는 한국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 최대 격투기 커뮤니티인 '이종격투기 카페'에 긴 글을 남겼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비행기로만 12시간 이상 걸리는 스페인에서 우리나라 팬들에게 사과문을 띄운 것일까?

가슴에 새긴 자신의 '욱일기(전범기)' 문신 때문이었다. 가라테와 주짓수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와 가까워져 별 뜻 없이 이 문신을 했는데, 이것의 역사적 배경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뒤늦게 의미를 알게 됐다는 마린은 우리나라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먼저 제 문신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이제야 여러분의 아픈 역사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몇 년 전 이 문신을 새길 때는 어릴 때부터 배웠던 가라테와 청소년기에 배웠던 일본 전통 주짓수, 그리고 제 별명 '와사비'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와사비라는 별명은 제가 사는 세비야의 일본 음식점에서 제가 이 소스를 유독 많이 먹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친구들이 저를 와사비라고 불러서 얻게 됐습니다. 제게는 좋은 인성을 가진 한국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 덕분에 제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을 배우게 됐습니다. 제 문신 때문에 불편을 느꼈을 여러분들을 위해서 문신 색깔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 서양에서는 슈퍼마켓이나 식당 등 여러 곳에서 특별한 생각 없이 이 디자인을 사용합니다. 저는 동양에서 이것이 갖는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어요. 아직 제 문신의 모양을 완전히 바꾸지 못했지만 계속해서 바꿔 나가겠습니다. 저의 마음을 담아서 여러분이 느꼈을 불쾌감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정말 대단히 죄송합니다. 엔리케 와사비 드림."

마린은 미국 킹스 MMA를 오가며 UFC 200 출전을 준비하는 등 바쁘게 지내면서도 빨간색 문신을 검게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엔리케 마린은 최근 자신의 문신의 색깔을 검은색으로 바꿨다.

UFC 아시아 지사는 지난달 우리나라 UFC 방송 중계사인 SPOTV에 전화해 UFC 파이트 나이트 86에 출전하는 로버트 화이트포드(34, 스코틀랜드)라는 선수의 경기가 방송되면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화이트포드도 왼쪽 옆구리에 크게 욱일기 문신을 하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이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중계되지 않는 언더 카드에 출전했기 때문에 UFC 아시아 지사가 우려한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UFC에서도 우리나라와 아시아 여러 국가가 욱일기에 대해 갖는 반감을 잘 알고 있다. 2013년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전범기'의 의미를 널리 알린 것이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정찬성은 UFC 158에 욱일기 무늬 도복을 입고 등장한 조르주 생피에르에게 트위터로 "정신 차려"라고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또 그리스 축구 선수 기오르고스 카티디스가 골을 넣고 '나치식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해 국가 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다는 기사를 올리며 "욱일기는 아시아의 하켄크로이츠"라고 썼다. 하켄크로이츠는 갈고리 십자가라는 뜻으로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다. 정찬성은 이종격투기 카페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전범기를 UFC에서 퇴출시켜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영문으로 작성해 로렌조 퍼티타 회장과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생피에르가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그가 입은 도복을 제작한 업체 하야부사도 관련 제품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UFC 임원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UFC에서 전범기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정찬성과 그를 도운 커뮤니티 회원들, 엔리케 마린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알려 준 스페인의 교포 등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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