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만 앞에서 포카칩 응원..팬들의 재치가 더 무섭다 [XP인사이드]

2016. 5.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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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이은경 기자] 지난달 29일 대전 이글스파크. 포수석 바로 뒤 관중석에서 독특한 응원을 하는 홈팬 한 명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8회 5-3으로 앞서가던 삼성이 투수 안지만을 마운드에 올리자 이 팬은 포카칩 과자를 흔들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단순히 상대팀 투수의 시야를 교란하기 위한 응원처럼 보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이 장면이 두고두고 화제다. 그만큼 이 응원이 독특하고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포카칩 과자가 '포커'와 '칩'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며, 그래서 삼성 안지만이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30일 경기에서도 안지만이 등장했을 때 일부 한화팬이 이 과자를 흔들었지만 보안 요원에게 제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 의혹’ 찜찜한 결론이 낳은 응원?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세 명의 투수(윤성환, 안지만, 임창용)가 해외 원정도박 의혹을 받았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채 조사과정에서 먼저 기사화됐지만, 파급력은 폭탄급이었다. 결국 이들 모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삼성은 두산에 밀려 준우승했다.
 
임창용은 지난 시즌 후 삼성에서 방출됐고, 검찰 조사 결과 혐의가 일부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현재 KIA에 입단했지만 도박으로 인한 KBO의 징계 때문에 올 시즌 절반은 뛰지 못한다.
 
반면 윤성환과 안지만은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고, 경찰 조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구단 혹은 KBO의 징계는 아직 없다. '무죄추정의 원칙 대로, 혐의 입증 전까지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의견과 '혐의만으로도 리그 품위를 손상했고, 팬들에게 충분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시범경기, 그리고 시즌 개막 직후 삼성은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윤성환과 안지만을 2군에 있게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을 1군 엔트리에 올렸다. 간단한 사과 기자회견은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1분 사과'라는 비아냥을 불러왔다.
 
윤성환과 안지만은 현재 삼성 1군에서 뛰고 있다. 삼성 성적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여전히 이들을 바라보는 냉랭한 시선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포카칩 응원'은 타팀 팬들 사이에서 은근히 호응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응원 : 조롱과 카타르시스 사이
 
스포츠에서 팬들이 보내는 응원은 무조건 열띤 환호와 애정만 담긴 건 아니다. 때로는 상대를 비꼬고 조롱하는 응원도 있다. '불쾌하다'는 시선과 '속시원하다'는 시선이 엇갈리기도 한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이하 선수권대회 결승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만났다. 대한축구협회는 결승전을 앞두고 팬을 대상으로 응원 구호를 공모했는데, 당선작은 '일본은 우리의 우승 자판(JAPAN)기'였다. 이 구호를 두고 '재치 만점'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상대가 보면 불쾌할 만한 무례한 구호'라는 의견도 있었다. 때로는 상대를 도발하는 게 우리팀을 응원하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를 주기 때문에 독특한 응원 구호 뒤에는 이런 논란이 나오곤 한다.
 
이번 '포카칩 응원'이 삼성팬, 혹은 관계자들에겐 불쾌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을 '팬들의 적극적이고, 심지어 유머러스한 의견 개시'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예민한 사안에 대해 KBO와 구단, 미디어가 이미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지었다고 해도 팬들 마음 속에 찜찜함이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그 의견이 표출되고 호응을 얻을 수 있다. 특히나 인터넷과 SNS가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바로 이 시대엔 그 의견의 파급력 또한 과거와 다르다는 걸 이번 해프닝이 보여준 게 아닐까. 더구나 '조롱'도 응원의 일부인 스포츠에서는 더더욱.
 
kyong@xportsnews.com /사진=엑스포츠뉴스, 중계화면 캡처, 대한축구협회 제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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