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국회의원 17명.. '신정일치' 이란, 개혁 가속

이종선 기자 2016. 5. 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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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총선 개혁파 승리

이란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란의 서열 1·2위 지도자와 잇달아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만난 두 지도자의 최근 표정은 미묘하게 다르다. 지난달 29일 마무리된 이란 국회의원 선거(총선) 결과 때문이다. 총선에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온건·개혁파는 의회 다수파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지원하는 보수파를 물리치고 최대 세력으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개혁·개방을 상징하는 여성 당선자가 처음으로 보수를 상징하던 성직자 출신 당선자보다 많이 배출됐다고 영국 BBC방송과 AFP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성 당선자는 17명으로 오늘날 이란의 정치시스템의 토대가 된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많다. 전체의석 290석에서 여성 당선자 비율은 여전히 6%에 불과하지만 현재 여성 의원 비율 3%에 비하면 2배로 뛴 셈이다.

반면 성직자 출신 당선자는 여성보다 한 명이 적은 16명에 그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란 의회에서 성직자 출신 의원 수가 여성의원보다 적은 것 역시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의회의 성직자 의원은 모두 27명이었다.

여성 의원이 급증하고 성직자 출신 의원이 급감한 것은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신정일치(神政一致) 체제인 이란에서는 이슬람 성직자 출신 보수 세력이 의회와 정보기관을 장악하며 반(反)서구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반면 여성 정치인이 남성 유권자와 악수하는 것도 금기시되는 분위기에서 여성 의원의 약진은 사회변화의 리트머스지로 해석된다.

이번 선거에서 로하니 대통령을 지지하는 온건·개혁파는 133석을 확보했다. 과반인 146석에는 못 미치지만 125석을 차지하는 데 그친 보수파를 제치고 최대 세력이 됐다. 이란에서 온건·개혁파가 보수파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은 2004년 이후 12년 만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 국민은 최적의 후보를 선출했다”며 선거 결과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침묵했다. 그는 지난 2월 “서방세계가 이란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계략을 꾸미고 있다”며 “이란 국민이 선거에서 반(反)서구 기조에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란 정치시스템에서 최고지도자는 의회가 가결한 법률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국가 중대정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의회에서 온건·개혁파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권력 서열의 역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미국과의 핵협상 등 개방·개혁 정책을 이끈 로하니 정권에 대한 신임투표 성격이 강했음을 감안할 때 로하니 대통령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개방·개혁 정책은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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