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신인 신재영.. 어디서 나타난거야

최종석 기자 2016. 5. 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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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최고령 신인왕 꿈꾸며 넥센에서 첫 마운드에 서던 날, 관중석의 어머니는 눈물 흘려 이강철·박승민 코치 만나 변신.. 느린공 시원하게 던지는 스타일

지난달 6일 27세 '신인 선수' 신재영이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뒤늦게 처음 등판한 프로 경기였다. 그는 이날 1회에 4안타를 얻어맞으며 2점을 내줬다. 관중석을 바라보니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한다. 고생 끝에 처음 마운드에 선 아들이 난타당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나머지 6이닝을 잘 막아냈고, 첫 승리를 따냈다. 이후 그는 시속 130㎞대 직구와 120㎞ 안팎의 슬라이더로 밴와트(KT), 윤석민(KIA), 류제국(LG) 등 각 팀 간판들을 차례로 꺾으며 데뷔 4연승을 기록했다. 류현진(현재 LA 다저스)·김진우(KIA)가 갖고 있는 국내 투수 데뷔 최다 연승 기록(3연승)을 깬 것이다. '에이스 킬러' '도장 깨기 전문'이라는 말을 들은 그는 다승 2위(4승1패), 평균자책점 3위(2.23)를 기록하고 있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가 됐다.

◇최고령 신인왕을 꿈꾸며

신재영은 역대 최고령 신인왕인 삼성의 배영섭(당시 25세)보다 두 살이 많다. 그만큼 둘러 둘러 프로가 됐다. 고교 졸업 후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2012년 단국대를 졸업한 뒤 신생 팀 NC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3군에서 훈련하며 고작 4번 2군 경기에 뛰었다. 신재영은 "그때는 매일 그만두고 싶었지만 부모님 생각에 버텼다"고 했다. 2013년 2대3 트레이드 때 넥센으로 묻어 왔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했다.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그는 올 시즌 스프링 캠프 때 이강철 수석 코치와 박승민 불펜 코치를 만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이강철 코치에게서 공을 던질 때 허리를 쓰는 방법을 배웠고, 새 무기인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현대유니콘스 시절 슬라이더로 특급 마무리에 오른 박 코치는 신재영의 슬라이더 각도를 줄이는 대신 공이 변화하는 타이밍을 늦췄다. 타자들이 직구인 줄 알고 방망이를 돌릴 때 공이 휘어나가도록 한 것이다. 제구력도 좋아졌다. 그는 올 시즌 '데뷔 후 30과 3분의 2이닝 연속 무볼넷' 기록을 세웠다. 이전 최장 기록(2011년 롯데 코리의 20이닝)을 10이닝 넘게 늘려 놓았다.

◇싸움닭 본능

팬들은 그에 대해 "느린 공을 참 시원시원하게 던진다"고 한다. 유인구를 뿌리는 대신 정면 대결을 즐기기 때문에 "싸움닭 같다"는 말도 듣는다. 4연승을 달리던 신재영은 지난 29일 SK전에서 처음 패전 투수가 됐다. 무볼넷 신기록 행진도 이 경기에서 끝났다. 신재영은 "기록은 깨졌지만 개막 이후 흥분돼서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잘 수 있었다"고 했다.

2군 출신인 신재영의 올해 연봉은 270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경기 안산의 작은 원룸에서 혼자 산다. 1군에 갈 줄 모르고 2군 훈련장 근처에 방을 잡았다고 한다. 그의 투구에 대해 '컴퓨터 제구력'이라고 칭찬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그는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컴맹'이다. 컴퓨터도 없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도 안 한다. 올 시즌부터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믹스 커피를 꼭 한 잔씩 타 먹는다. 커피 한두 잔이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약처럼 계속 챙겨 먹고 있단다. 그의 올해 목표는 팀이 5강 안에 드는 것, 그리고 10승을 올리는 것이다. 그는 "마흔 살까지 꾸준하게 야구하는 것이 인생 목표"라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 욕심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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