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봄아닌 봄'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강사와 건설회사자재직협의회는 2분기(4∼6월) 철근 가격을 6만 원(11.4%) 올린 t당 58만5000원에 합의했다. 2014년 1분기(1∼3월·72만5000원) 협상을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처음 가격이 올랐다. 원료가 되는 철스크랩 가격이 오른 데다, 주택 분양 시장 호조로 철근 수요는 꾸준한 반면 국내 재고는 줄었기 때문이다.
주요 철강 제품의 가격도 오름세다. 국내산 열연 제품 유통가격은 지난해 4월 말 t당 59만 원에서 올 초 49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말 62만 원으로 회복됐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은 올 초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렸다.
가격 상승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중국 중대형 철강사 101개 중 51개가 적자(지난해 11월 기준)를 내자 올 초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철강 생산 능력을 향후 5년간 1억∼1억5000만 t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중국 업체들이 더 이상의 수익 악화를 버티지 못하고 가격을 올리면서 중국 열연제품 수입 가격이 지난해 10월 말 t당 28만 원에서 지난달 말 48만 원으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국산 제품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2분기 국내 철강업계 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 있다. 지난달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14억8770만 t으로 지난해보다 0.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의 수요가 전년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국내 주택 시장은 호황이지만 철강 수요의 21%를 차지하는 조선업이 본격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다.
공급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최대 철강회사인 바오스틸은 올해 생산량을 20% 늘려 2710만 t을 생산하겠다고 밝혀 감산 움직임에 반기를 들었다.
그나마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대형 철강사들은 계열사와 자산 매각, 인력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부 중소업체는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2일 현재 강관 전문회사 아주베스틸과 파이프라인, 전기로 제강 업체 한국특수형강 등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동부제철, 동부메탈, 대양금속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YK스틸이 1제강 설비를 매각했고, TCC동양이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체력 강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중소 철근업체 관계자는 “하반기(7∼12월)까지는 업황이 좋을 것으로 전망돼 업계 구조조정 논의는 쏙 들어갔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대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슬래브와 빌릿(반제품 형태의 철강) 가격을 올리면서 이를 사다가 제품을 만드는 소규모 단순 압연 업체들은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 업체들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근본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정부는 저가 중국산 제품으로 업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반덤핑 규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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