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회사 '날림 인수'한 석유公.. 대신 낸 세금 430억원도 날려

뉴욕/김덕한 특파원 2016. 5. 3.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2009년 인수 직후 세금폭탄 맞아 석유公이 대신 내고 매각사에 돈 달라고 요구했지만 못 받아 강제집행 소송냈지만 기각 당해 - MB정부 대표적 부실 자원외교 지분 인수에 6억달러나 썼지만 석유公에 석유 처분권 없어

한국석유공사(이하 석공)가 2009년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의 지분 50%를 6억달러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 상태 파악을 제대로 안 해 매각사인 미국 투자회사에서 내야 할 체납세액 430억원을 대신 부담하게 됐다. 석공은 이를 돌려받기 위해 수년간 법정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석공이 콜롬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에코페트롤'(이하 에코)과 함께 5대5의 지분으로 12억달러에 사이버페루를 인수한 것은 2009년 2월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가 한창일 시점이었다. 매각을 한 곳은 미국 투자회사 '오프쇼어'였다. 하지만 인수 직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을 맺은 지 1주일도 안 돼 페루 의회가 세금 탈루 의혹 조사에 나섰고, 석공과 에코는 오프쇼어가 책임져야 할 부가가치세 7530만달러(약 860억원)를 페루 정부에 납부해야 했다. 두 회사는 페루 세법에 따라 돈을 일단 내고 오프쇼어에서 돈을 돌려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오프쇼어 측은 채무 등 추가 비용 발생 상황에 대비해 양측이 마련해둔 에스크로 계정(escrow account·거래 당사자 양측이 합의해야 인출할 수 있는 계좌)에서 찾아가라며 돈을 주지 않았다. 문제는 이 에스크로 계정 잔고가 크게 부족했다는 점이다.

석공과 에코는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해 2013년 4월, 12월 두 차례에 거쳐 '오프쇼어 측은 돈을 돌려주라'는 중재안을 받아냈다. 그런데도 오프쇼어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작년 5월엔 에코 측이 미 연방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오프쇼어에 대해 강제 집행에 나서달라"는 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3월 말 이 신청을 기각했다. 석공과 에코 등이 알아서 돈을 돌려받아야 할 사안으로 법원이 강제로 집행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금 반환을 거부하는 오프쇼어로부터 돈을 돌려받을 길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석공이 입은 손실액은 전체 부가가치세의 절반인 430억원가량이다. 석공 측은 "페루에서 과세 당국 등과 20여 건의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 중 일부에서 승소해 세금을 환급받았다"며 "손실 규모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계약 자체도 부실 덩어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공 등은 인수 후 2년간 평균 유가가 70달러를 초과하면 추가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향후 유가 변동 리스크 보전'이라는 조항을 넣었다가 실제 인수 후 2년간 평균 유가가 72.98달러에 달하는 바람에 1억5000만달러를 추가 지불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비아페루가 사실상 페루 정부의 '석유생산 하도급회사'로 2023년까지 석유 처분권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회사를 인수하고도 여기서 나는 석유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석공 측은 '생산광구 1개 외에 10개의 탐사광구에서 나오는 석유는 처분할 수 있다'고 해명해 왔지만, 탐사광구에서는 아직 석유가 나올 기미조차 없는 상황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