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인정이 필요한 사람은 自立할 수 없어"

신동흔 기자 2016. 5.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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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움받을 용기2' 낸 공동 저자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 위계적 조직문화에 지친 사람들에 인기 끌며 前作 100만부 돌파 2편에선 사랑·대인 관계 강조 "인생主語, 나에서 우리로 바꿔야"

지난해 '미움받을 용기'는 좋든 싫든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름도 낯선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의 '설사 미움을 받더라도 자기의 행복이 우선'이란 평범한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미친 파장은 강력했다. 올 초까지 교보문고에서 51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출간 1년여 만인 지난 1월 말 100만부를 돌파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남의 인정(認定)을 갈구하는 자기 계발의 시대에 '인정 욕구를 포기하라'는 일본인 공동 저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郞·60)와 고가 후미타케(古賀史健·43)의 주장에 대중의 마음이 흔들렸다는 해석이 많다.

전작(前作)에서 자기만족에 중점을 둔 것과 달리 최근 출간된 신작 '미움받을 용기2'(인플루엔셜)는 반대로 '타인과 관계 맺기'를 강조하고 있다. 1편에서 철학자의 가르침을 받았던 청년은 3년 뒤 교사가 되어 돌아와 철학자와 논쟁을 벌인다. 국내 출간을 기념해 지난달 28일 한국을 찾은 저자들은 이번 책 주제를 '사랑'과 '홀로서기'(自立)라고 말했다. 1권을 쓸 때와는 마음이 달라진 걸까. 공격적으로 물었다.

―개인의 자립이 핵심이라면서 2편에서는 사랑과 대인 관계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모순 아닌가.

"모순되는 주장이 아니다. 타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자기 중심성에서 탈피해 자립할 수 있다. 행복은 대인 관계에 들어가야 느낄 수 있다. 남을 도울 때 느끼는 '공헌감'을 통해 우리는 자기의 가치를 확인하고 용기를 갖게 된다."

―그러면 혼자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인가.

"타인에게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아예 관계를 시작하지 않는 사람은 행복해질 수 없다. 성숙한 관계는 인생의 주어를 '나'에서 '우리'로 바꿔가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면 결국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마라톤을 생각해보자. 처음에는 '완주'나 '빨리 달리기'가 목적이었다가 어느 순간 '이 사람을 이기자'로 바뀌지 않나. 그것은 성숙한 관계가 아니다."

―남들의 인정을 받는 것, 예를 들어 세속적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나.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성공이 인생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책에서 철학자는 교사가 되어 돌아온 청년에게 '교실에서 상(賞)과 벌(罰)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데.

"칭찬을 통해 행동을 이끌어내면 '인정 욕구'만 커지고, 자꾸 칭찬받으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자립했다고 할 수 없다. 자기 가치를 남들이 인정해줘야 하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요즘 소위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도 결국 인정 욕구 때문일까.

"사람들은 SNS에서 이상적인 자기 모습을 키워 간다. 하지만 실제 현실의 자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만들어진다. 그 차이 때문에 오히려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심지어 교사와 학생이 동등하다는 주장까지 한다.

"힘과 지위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은 미숙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상사나 교사들은 기존의 권위를 잃을까 봐 직원이나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자립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과정에서 창조적 마인드가 사라지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다. 경험과 지식이 많아도 '사람으로선 대등하다'는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2편을 보고서 기존 주장의 동어 반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전혀 동떨어진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1편이 지도(地圖)였다면, 2편은 '나침반'이다. 1편에서 모든 것은 용기의 문제이고, 남의 인정 욕구를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면, 2편에선 대인 관계에 들어가 실제 행복해지는 법을 다뤘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유독 한국과 일본·대만 같은 나라에서 당신들의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가부장제의 전통이 강한 유교권 국가 젊은이들은 서열과 나이, 평판, 남의 이목(耳目) 등 여전히 남아있는 수직적 조직문화에서의 대인 관계를 힘들어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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