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에 배운 것 많아"..'인간계' 바둑서 응용도

엄민용 기자 2016. 5. 2.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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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맥심배 결승 대국 앞둔 이세돌 9단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정확히 수읽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이세돌 9단(33·사진)이 인공지능(AI) 알파고 학습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3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4패로 패퇴했으나 이후 ‘인간계’로 돌아와 벌인 바둑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파고가 자신에게 썼던 수법으로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들곤 한다. 알파고와의 승부 이후 5전 전승을 달리며 응씨배 4강에 오른 데 이어 맥심커피배 결승 진출도 이뤄냈다. ‘쎈돌’이 더욱 세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 맥심커피배 4강전 대국에서 이 9단에게 무릎을 꿇은 박영훈 9단은 “세돌이 형이 응씨배에서는 알파고가 둔 수를 따라 해서 주변을 놀라게 하더니 나와의 대국에서는 알파고에게 뒀던 수를 고집하기도 했다”며 “알파고와의 5차례 승부에서 뭔가를 얻은 느낌이고, 가뜩이나 셌던 바둑이 그 때문에 더욱 강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 9단 스스로도 알파고에게 한 수 배웠다고 한다. 그는 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 인간의 직관이 얼마나 엉성한 것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기도 했다”며 “그러다 보니 바둑을 두면서 수읽기가 조금은 깊어진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응씨배에서 알파고의 수법을 사용한 데 대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나와서 쓴 것이 아니라 그 수법이 일리가 있어서 상대의 응수를 물어본 것”이라며 “인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알파고가 인간의 바둑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얘기처럼 최근 국내외 바둑 대국 현장에서는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사용한 수법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알파고 교육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목표에 대해 이 9단은 응씨배 우승을 꼽았다. 그는 “4년마다 열려 ‘바둑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는 우승 기회를 잡기가 힘든 세계대회다. 힘들게 4강까지 왔으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맥심커피배 결승과 관련해서는 “원성진 9단은 내가 가장 까다로워하는 기사다. 특히 속기에서 힘들어하는데, 맥심커피배가 속기전”이라며 “하지만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나도 생각이 많아졌고,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본다”고 우승을 자신했다. 그는 상대전적에서 13승11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는 원성진 9단을 상대로 3일부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를 벌인다.

이 9단은 “농심 ‘신라면’과 ‘백산수’에 이어 유한양행 광고를 찍었다. 다른 기업들의 접촉도 있지만 신중하게 고를 생각”이라며 “특히 내가 바둑을 두는 기사로서 게임광고 등은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광고에는 얼굴을 자주 비칠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9단은 알파고와 자신의 대국을 소재로 한 도서들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다른 것은 몰라도 가족들의 일상이 잘못 소개되고 사진 등을 함부로 쓰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고 말했다. 공인인 자신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명백히 초상권을 보장받아야 할 가족들의 사진까지 상업적 목적에 사용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것은 문제라고 일침을 놓았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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