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라 머리머리" 탈모는 피부과 질환

2016. 5. 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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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환자가 전체의 절반 육박.. 원인·증상과 치료법
회사원 김모(32)씨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이마가 점점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언제부터인가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이 이제는 빗질만 해도 우수수 떨어진다. 얼마 전에 나간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 여성도 자꾸만 머리 쪽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래’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아쉽다. ‘아저씨’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탈모증은 이제 현대인에게 흔한 증상의 하나가 됐다. 우리나라 탈모 인구가 무려 전체 인구의 5분의 1인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탈모증의 연령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3년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30대 환자가 전체 탈모 환자의 43.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이 약 51.1∼53.6%, 여성이 46.4∼49.9%로 여성 탈모환자도 상당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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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라 머리머리”… 다양한 탈모 원인

탈모증은 정상적으로 모발이 있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탈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남성형 탈모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에게도 탈모가 있는 등 가족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빠지면서 ‘M자형’으로 이마가 넓어지고, 정수리 부분에서도 탈모가 생긴다. 여성형 탈모는 스트레스와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성호르몬 감소, 잦은 염색, 펌 등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머리카락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머리 일부분에서 탈모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남성의 경우처럼 머리 전체가 벗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갑작스럽게 머리카락이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빠진다면 원형탈모를 의심해볼 수 있다. 원형탈모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몸을 침범한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해 머리가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썹 등 체모가 빠지는 경우도 흔하다.

탈모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남성호르몬(안드로젠)의 영향, 면역체계의 이상이나 영양결핍, 발열, 수술 등이다. 매일 약 50∼70개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머리를 감을 때 100개 이상 탈모가 있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탈모증은 마녹시딜 3∼5% 용액을 도포하거나 스테로이드 도포, 병변 내 주사치료 등이 있다. 

남들보다 모발이 적어 고민인 탈모증 환자 대부분이 병원 치료보다 비의학적 치료법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믿고 정확한 진단 없이 자가치료를 계속하다보면 탈모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탈모도 ‘병’… 치료는 왜 샴푸로?

탈모증 환자 중 상당수는 남들보다 적은 머리숱으로 결혼이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점차 떨어져 대인 기피증 등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은 탈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전, 막연히 두피 마사지나 샴푸, 음식 섭취만으로 탈모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탈모증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올바른 의학적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모발학회는 지난 27일 ‘탈모증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동경희대병원,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세 이상 70세 미만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3%가 탈모(40%), 가려움증(31%) 등 두피에 이상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탈모증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응답자는 39% 정도였다. 탈모증을 겪는 환자 10명 중 5명은 치료하기에 앞서 가족, 친구 등 지인의 의견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모증상이 의심됨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자신의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46%)이 가장 많았다. 또 병원의 탈모증 치료에 의심을 갖거나(18%), 관리실·미용실·한의원 등에서 병의원 치료는 효과가 없다고 했거나(13%), 비싼 치료비용이 문제라는 응답도 10%였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46%)는 탈모증을 막기 위해 샴푸와 토닉 등 화장품이나 의약외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0명 중 8명은 화장품에 의한 탈모 관리 효과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 치료(36%), 미용실 등 방문(9%),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4%)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런 비의학적 치료 이후 만족도는 매우 낮았다.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탈모방지 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고, 특정 음식과 한의원에서의 치료 만족도 역시 각각 2%, 19%에 불과했다.

강훈 대한모발학회 총무이사는 “탈모증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탈모 유형과 단계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 선행돼야 하지만, 대다수 환자는 자신이 어떠한 유형의 탈모인지조차 모르고 비의학적 방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탈모증은 의학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피부과 질환이라는 인식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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