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식당 집단탈북 과정에 주중 총영사관의 국정원 직원 개입"

입력 2016. 5. 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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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당 '류경' 직원 13명 탈출 사건'에 얽힌 4대 의혹
북한에서 집단탈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4월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사진은 국내 모처의 숙소로 향하는 모습이다. © 뉴시스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첩보영화를 보는 듯하다.”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북한식당 직원들이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4월7일. 정부 당국은 이들의 입국 장면 사진을 이튿날(4월8일) 전격 공개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 있는 ‘조선식당 류경(柳京)’에 근무하던 남자 지도원(지배인) 한명과 여자 종업원 12명 등 모두 13명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렇다. ‘이들은 인천공항에 들어오기 이틀 전인 4월5일 류경을 집단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닝보에서 차량으로 2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상하이(上海) 훙차오 공항에서 4월6일 새벽 말레이시아로 출국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4월7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류경 탈출부터 한국 입국까지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였다.

그런데 이들의 입국 시점이 공교롭게 4·13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때였다. 야권에선 “총선용 북풍(北風)”이라고 강하게 의심했다. 탈북 사건을 이번처럼 초스피드로 공개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 당국은 침묵했다. 그러면서 의문은 쌓여갔다. 의혹과 억측도 난무했다. 13명이 왜 한국에 왔는지, 이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어떻게 한꺼번에 집단탈출을 할 수 있었는지, 이들의 입국 과정에 중국이나 한국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 물음표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정부 당국은 최근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4월27일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일각에선 식당 종업원들의 탈북이 ‘유인 납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행위이자 조작 사건”이라는 북측 주장을 또다시 반박한 것이다.

시사저널은 중국 현지 및 국내 소식통 등으로부터 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제보와 내용을 접했다. 그동안 알려진 내용과는 사뭇 다른 정황들이었다. 정부 당국은 그동안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돼 자력으로 탈북했다”고 밝혀왔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1박2일 만에 전격 입국할 수 있었던 배경에 우리 외교 및 정보 당국의 긴밀한 협조 내지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과정에서 이들 13명의 탈북 과정에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정원 요원들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또 13명 외에도 한국으로 3명이 더 들어올 수 있었으나 여권이 없어 못 들어왔다는 제보도 접할 수 있었다. 이를 포함해 본지 취재 과정에서 불거진 이번 사건의 4대 의혹을 심층 취재했다.

의혹 ①

“중국 파견 국정원 요원들 공조체제”

이번 탈출 사건에 국정원이 직접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안 자체가 워낙 극비리에 진행돼야 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도 초스피드로 진행되다 보니 그동안 국정원 등 우리 정부 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자발적인 탈출”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본지 취재 과정에서 중국에서 일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자와 접촉한 중국 현지 소식통은 “주중(駐中) ○○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 A 영사가 기획하고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A 영사는 중국 베이징(北京)의 재외공관에서 3년 정도 근무했고, 2년 전쯤 ○○총영사관으로 근무지가 변경됐다. 중국에서만 5년 정도 활동한 베테랑이다. 통상적으로 외국에 파견된 국정원 요원은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 해당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A 영사 역시 국정원이 아닌 외교부 직원처럼 행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A 영사는 최근 기

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일(북한식당 종업원 탈출 사건)에는 관여한 적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고 말했다. 기자와 통화할 당시 A 영사는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이에 기자가 A영사에게 ‘북한식당 종업원 탈북 사건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 것이냐’고 물었고, A 영사는 “아니다. 다른 일 때문에 한국에 왔으며 조만간 (주중 재외공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의 취재원과 취재 과정에 대해 소상히 되물었다.

이번 류경 직원 탈출 과정에는 A 영사뿐 아니라 중국 곳곳에서 첩보 수집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 파견 요원들도 함께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동태를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중국의 한 인사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선양(瀋陽) 등지에서 활동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다 움직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3인의 탈출 경로는 ‘중국 닝보→상하이→말레이시아→태국→한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닝보와 가까운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요원들이 동시에 투입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북방에서 남방까지 중국에서 활약하는 국정원 요원들이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의혹 ②

“男 지도원과 女 종업원 ‘각별한 관계’”

북한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알려진 류경 종업원들은 왜 집단으로 한국에 온 것일까.우리 정부는 4월8일 “이들 종업원이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접하며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게 됐고 최근 집단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북한식당 이용 자제 계도 등 한국의 독자 대북제재가 집단탈북으로 이어졌다”고 탈북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이 나온 건 우리 정부 발표가 있은 지 나흘 지난 4월12일이었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유인 납치 행위이자 중대 도발”이라며 “괴뢰패당(한국 정부)이 조작한 이번 집단탈북 사건은 우리 인민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납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논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본지와 접촉한 중국 소식통은 “(북한식당 직원들이 한국으로) 갑자기 탈출한 것은 (중국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 움직였다고 한다”며 “중국에 있는 국정원 직원들도 난리(비상)가 났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인사는 “한국에 입국한 (13명 가운데) 남자 지도원과 여자 종업원 한 명은 각별한 관계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들의 도피 행각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여종업원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은 한국에 온 13명 모두가 자진 입국자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또한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4월27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간담회 때 “탈북한 13명의 종업원은 합법적인 북한 여권을 갖고서 자력으로 탈출했다”고만 밝혔다.

직원 13명이 집단탈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내 북한식당(류경)에서 북한 여종업원들이 근무할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의혹 ③

“中 당국, 13명의 한국행 사전에 몰랐다”

중국 정부는 집단탈출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중국에서 합법적인 여권을 갖고 출국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4월11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공안 당국이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인들의 실종신고를 받았다”며 “확인해본 결과, 북한 국적자 13명이 4월6일 새벽 유효한 여권을 갖고 출경(출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들이 유효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합법적으로 중국에서 출국한 것으로 불법으로 월경한 북한인(탈북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은 “중국 당국이 이들의 탈출을 방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묵인’ 내지 ‘방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당국이 13인의 한국행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북한도 4월12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어떻게 해당 나라(중국)의 묵인하에 그들을 동남아시아를 거쳐 어떤 방법으로 남조선까지 끌고 갔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들의 한국행을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4월8일 이 사건을 처음 공개한 이후 비로소 13명이 한국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북한식당 직원들이 한국으로 탈출한 사실을 처음엔 몰랐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북한식당 직원들이 한국으로 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다만 그들이 (동남아의) 다른 나라 (북한) 식당으로 근무지가 바뀌어서 출국한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식당 직원들이 한국으로 들어온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중국 당국은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지인은 4월13일 “중국 당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식당 직원들이) 출국한 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상하이 훙차오) 공항 직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당국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한국행을 사전에 인지하고 묵인 내지 방관했다는 관측과는 상반된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4월18일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탈출과 관련해 같은 식당에서 일했던 7명의 여종업원이 평양에서 CNN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 연합뉴스
의혹 ④

“종업원 3명, 여권 없어 한국 못 왔다”

중국 닝보의 류경에서 일한 북한 사람은 모두 21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지도원 2명과 여종업원 19명이었다고 한다. 여종업원들은 다달이 월급을 받으면서 홀서빙과 하루에 점심·저녁 두 차례 30분씩 노래, 춤, 악기연주 등을 했다. 지도원은 지배인 격으로 중국에선 경리(經理)로 불린다. 이들은 여종업원을 감시하고 식당 관리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류경 근무자 21명 가운데 탈출한 사람은 모두 16명이었다. 남성 지도원 한 명과 여종업원 15명이 집단탈출했다는 것이다. 이 16명 중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은 지도원 한 명과 여종업원 12명 등 모두 13명이었다. 그러면 나머지 여종업원 3명은 어디로 갔을까.

본지와 접촉한 중국 소식통은 “류경에서 ‘이탈’한 16명 가운데 13명은 한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머지 직원 3명은 여권이 없어 (중국에서) 출국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국적자가 중국에서 말레이시아엔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당연히 여권이 없다면 말레이시아로도 출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발이 묶였던 것으로 알려졌던 여종업원 3명의 행방이 묘연했다.

그런데 이들이 평양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이 본국으로 송환된 여종업원 7명을 CNN 평양 특파원에게 공개한 것이다. 여종업원 최혜영은 CNN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간 지도원이) 우리는 동남아시아로 가는 게 아니라 남조선으로 가야 된다(고 해서), 동무들한테 다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하니까 동무들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의 공작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에 등장한 7명 가운데 여권이 없어 한국으로 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3명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본지 취재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들 3명이 어떻게 평양으로 송환됐는지도 의문이다.

행방이 묘연했던 7명에 대해 국정원은 4월27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달(4월) 초 북한식당 종업원 20명이 (중국에서) 함께 탈북하려고 했지만 그중 7명은 가족 등을 걱정해 마지막에 빠지고 13명만 탈북했다”고만 밝혔다. 류경의 북한 직원 21명 가운데 남성 지도원 한 명을 제외한 20명 전원이 한국에 오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판에 7명은 중국에 잔류했고 결국 북한으로 송환됐다는 게 국정원 측 설명이다. 7명 가운데 몇 명이나 가족이 걱정돼서 한국행을 포기했는지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7명이 한국으로 오지 못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7명 가운데) 2~3명이 여권이 없어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예민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 young@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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