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꿈틀대기 시작한 한화, '승수쌓기'는 반갑지만..

권혁준 기자 입력 2016. 5. 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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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 '퀵후크' 계속..박정진·권혁·정우람 등 '필승조' 혹사 계속
한화 이글스 정우람. (한화 이글스 제공) /뉴스1 DB © News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화 이글스가 드디어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반 그랬던 것처럼 경기 후반 역전극을 펼쳐보이며 중독성 높은 경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5경기(1경기는 우천 취소)에서 4승1패를 기록했다.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2전 2승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데 이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도 2승1패의 위닝시리즈를 점했다. 시즌 첫 3연승을 달렸고 4승 중 3승이 역전승이었다. 작년 시즌 초반 팬들을 열광케 했던 그 모습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여전히 꼴찌다. 7승17패로 승패 마진은 '-10'이고 9위 KIA와의 승차도 2.5게임차로 적지 않다. 그럼에도 희망이 보이는 이유는 경기력이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정근우, 이용규, 로사리오 등 주축 타자들이 제몫을 해주고 있고 경기 후반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한다. 선발 마운드도 5인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불펜진들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주 2군에서 실전 등판한 로저스, 안영명이 가세한다면 상승곡선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전 팬들도 달라진 모습을 체감한 듯 삼성과의 주말 시리즈에서 연이은 구름 관중이 모이며 홈팀을 응원했다. 한화는 지난달 30일과 1일 삼성전에서 이틀 연속 만원 사례를 이뤘다.

그러나 이같은 희망적인 모습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구석이 있다. 바로 투수 운용과 불펜 혹사에 대한 부분이다.

한화 불펜투수들은 시즌 초반부터 '강행군'을 벌였다. '필승조'라 할 지라도 1,2점차로 지고 있을 때 등판하고, 2이닝 이상 투구, 3일 연투가 흔하게 나왔다. 선발이 붕괴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 고갈은 가속화되고 부상 위험은 빨라질 수밖에 없는 결정이었다.

한화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주에는 필승조에 대한 의존이 더욱 커졌다.

지난주 한화의 불펜투수 송창식, 권혁, 윤규진, 정우람은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다. 송창식은 4⅔이닝, 권혁 4⅓이닝, 윤규진이 2⅔이닝을 소화했고 마무리 투수 정우람은 무려 6⅔이닝을 던졌다. 3경기에만 나왔지만 박정진도 5이닝이나 소화했다.

분명 정상적인 운용이라 할 수 없다. 박정진과 권혁은 4월28일부터 30일까지 3연투를 했고, 정우람은 한화가 이긴 4경기에 모두 등판해 1승1세이브를 올렸다. 1일 삼성전에서는 7회 2사후에 등판해 2⅓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112이닝을 던졌던 권혁은 올해도 이미 21경기 중 15경기에 등판했다. 불혹의 박정진도 매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물론 '이기는 경기'에 필승조가 투입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다소 무리한 투입을 해서라도 역전을 막으려는 게 자연스러운 심리다.

문제는 한화의 경우 시즌 초반 '지는 경기'에도 이미 많은 소모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이기는 경기에서도 선발이 조기 강판된 후 역전승을 거두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피로도가 누적되는 모양새다.

한화는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양과 질 모두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4~5명의 필승조가 매일같이 불펜에 대기하고 잦은 투입이 이뤄지는 것 자체가 한화로선 전력 소모인 셈이다.

한화 이글스 투수 박정진. /뉴스1 DB © News1 신웅수 기자

결국 이는 또 다시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 문제로 이어진다. 한화는 올 시즌 선발 평균자책점이 7.10으로 리그 최하위다. 하지만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가 마치기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리는 것) 수치가 13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냉정히 이야기해 선발투수가 스스로 흔들린 경기보다 벤치에서 충분한 믿음을 주지 않은 경기가 더 많았던 것이다.

벤치의 교체 결정이 최악의 결과를 막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선발 투수의 조기 교체가 승패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는 결과론으로 따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같은 운용으로는 제대로 한 시즌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144경기로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불펜투수에 대한 '관리'를 좀 더 엄격하게 가져가는 구단이 많아졌다. 시즌 후반까지 멀리 내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언제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투수를 운용했다. 이로 인해 짜릿한 역전승을 만든 경기도 많았지만 실패했을 때는 후유증이 몇 배로 클 수밖에 없었다. 시즌 후반에는 투수들의 힘이 떨어지면서 정상적으로 '지켜야 할' 경기를 역전패로 내주는 일도 많았다.

올 시즌 한화의 첫 달은 '비상 사태'였다. 선발진이 무기력하게 무너졌고 경기 초반부터 10점차 이상으로 끌려다니는 경기도 많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지난주의 약진은 한화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 모처럼 설렐 수 있는 것이었다.

당장의 1승이 누구보다도 급한 한화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올 후반기도 담보하기 힘든 투수운용이 계속되어선 곤란하다. 지난주 한화의 투수 기용은 바닥을 찍던 한화의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이 흐름을 좀 더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한화의 투수 운용엔 변화가 필요하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 /뉴스1 DB © News1 주기철 기자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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