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얇아진 직장인들 "5월은 가계부 파산의 달"

이민아 기자 2016. 5. 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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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DB

따스한 5월이 다가왔지만 마음이 무거운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예상치 않게 4일(5~8일) 동안의 ‘황금 연휴' 선물도 받았는데 왜일까? 예년에 비해 수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늘어 생긴 ‘적자(赤字) 가계부’ 공포 때문이다.

우선 지난 해 월급 상승이 반영돼 지난 달에 건강보험료를 더 낸 직장인은 827만명에 달한다. 전체 직장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다. 평균 13만3000원씩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겼다.

3년차 직장인 이은경(27)씨는 “아파서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는데 월 9만원이던 건보료가 갑자기 18만원으로 뛰었다”면서 “급여 담당자에게 ‘월급이 잘못 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월급쟁이는 월급만 바라보고 생활하는데 월급 오르는 폭에 비해 건보료는 많이 오르는 것 같아 힘이 빠진다”며 고개를 저었다.

직장인 최모(42)씨도 “월급은 정말 쥐꼬리만큼 올랐는데 차 떼이고 포 떼이니 결국 제자리"라면서 “5월처럼 지출이 늘어나는 시기에 월급봉투가 얇아지면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5월에 몰려 있는 각종 기념일을 맞이하는 마음은 기쁘지만은 않다. 강남에 거주하는 30대 맞벌이 주부 황모씨는 연초에 만든 ‘경조사 통장’이 바닥났다며 울상이다. ‘경조사 통장'은 한 해 동안 각종 경조사에 대비해서 비상금을 넣어두는 통장이다.

황씨는 “이달 연휴로 나들이도 나가야 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에 친정 아버지 생신까지 겹쳐 있어서 말그대로 통장이 바닥날 것 같다"면서 “(우리처럼) 부모, 자식 노릇을 동시에 해야 하는 낀 세대만 등골 휜다"고 말했다. 이성진(39)씨는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니라 가계 파산의 달이라고 해야 할 판"이라면서 “이달에 온갖 행사가 줄줄이 붙어 있고 종합소득세까지 내야 해서 정 모자라면 적금을 깰 생각"이라고 했다.

5월이 되면서 쏟아지는 결혼식 청첩장도 걱정거리다.

직장인 이모(26)씨는 5월에 참석해야 할 결혼식만 벌써 3곳에 달한다. 이씨는 “이번 달에는 축의금 명목으로만 수십만원을 쓰게 된다”면서 “솔직하게 말해 (나 같은) 비혼(非婚)족은 나중에 돌려받을 기회도 없을 텐데 축의금은 공중에 흩뿌리는 돈인 것 같아 아깝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직장인들이 건너야 하는 5월 보릿고개는 내수 경기에 적잖은 타격을 준다.

서울 강북 금남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40대 사장은 “경기가 안 좋으면 정육점과 택시기사들이 가장 먼저 체감한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정육점) 장사가 너무 안돼 계속 마이너스"라며 “경기가 안 좋은데 물건값은 비싸니 사람들이 고기를 잘 먹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서울 문래동의 꽃집 주인 B씨도 “5월 대목을 기대하고 있지만 꽃값이 비싸다면서 비누꽃이나 조화 등 생화 대체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카네이션이 많이 팔려서 가게가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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