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공감] MBC식 반어법? 제목만 착한 '막장 드라마'의 습격

윤혜영 기자 2016. 5. 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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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가화만사성 내일도 승리 최고의 연인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내 딸 금사월'로 정점을 찍으며 한동안 '막장 명가'라는 오명을 안았던 MBC가 잠잠해지는 듯싶더니 다시금 막장 카드를 꺼내 드는 모양새다.

아침드라마 '내일도 승리'부터 일일드라마 '최고의 연인',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까지 제목만 보면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없다. 그러나 '내일도 승리'는 매번 악에 받쳐 있고 '최고의 연인'은 불륜으로 넘쳐날뿐더러 '가화만사성'의 가정들은 도대체가 화목하질 않다. 반어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제목과는 정반대로 흐르는 MBC 드라마들의 억지 설정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종영한 '내일도 승리'(극본 홍승희·연출 정지인)는 아침드라마답게 막장의 총 집합체였다. 한승리(전소민)의 유쾌한 인간 갱생 프로젝트와 간장 종가의 가업을 잇기 위한 치열한 고군분투기를 다룬 '신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라던 '내일도 승리'는 130부 내내 거짓말은 기본이고 치정, 교통사고, 뺑소니,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들로 얼룩졌다.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임신까지 한 전소민을 무참히 버리고 유호린과 결혼한 최필립은 여러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하며 씻을 수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 이 뉘우침 없는 '발암' 캐릭터 때문에 전소민과 송원근은 내내 진실을 밝히고 그가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지르는 수난을 겪어야 했다. 끝내 최필립은 징역을 살았지만 그동안 주변인들이 받은 상처와 대가는 너무도 컸다.

'최고의 연인'(극본 서현주·연출 최창욱) 역시 마찬가지. 재혼, 입양, 이혼 가정을 통해 따스한 가족애를 다루겠다는 이 드라마는 초반 하희라 강민경 모녀, 정찬 강태오 부자의 2대에 걸친 꼬인 겹사돈 로맨스를 시작으로 강민경 강태오 곽희성의 삼각관계, 변정수 김유미 모녀의 갑질 섞인 강민경 골탕 먹이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정도는 그나마 이해해줄 정도였다.

극이 진행될수록 정상적인 캐릭터를 찾기 어려워졌다. 곽희성의 이복동생인 황소희는 강민경의 언니인 조안의 남편 이현욱을 유혹해 가정을 깼다. 그러나 그는 이번엔 강태오를 눈독 들이며 가족 관계를 헝클어놓았다. 처자식은 안중에도 없이 도리어 화를 내며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른 이현욱은 이혼 후 돌연 의처증을 보이며 아내의 로맨스를 훼방 놓기도 했다. 변정수 모녀는 끊임없이 강민경을 음해해 감옥행은 물론이고 곽희성과의 이혼까지 종용하고 있다. 김서라의 악행도 끊이질 않고 있다.

'엄마'가 종영한 뒤 찾아온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연출 이동윤)은 정말 따뜻한 드라마처럼 보였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한자성어인 '가화만사성'을 차용한 '가화만사성'. 이 드라마는 당초 자수성가한 중식당 가화만사성의 절대군주 봉삼봉(김영철)과 가족들이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가화만사성을 이루는 가슴 따뜻한 가족극이라고 소개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막장이 아닌 구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장 황당한 설정은 김지호 장인섭 윤진이의 혼외자 문제다. 집 밖에서 아이를 낳아온 남편 장인섭은 뻔뻔하게 아이의 육아를 본처 김지호에게 맡기고 아이 엄마인 윤진이를 몰래 만나고 외박을 하면서도 큰소리친다. 키워주는 며느리와 손녀들 서운하게 시부 김영철은 새로 온 손자를 챙기기 바쁘다. 김지호가 이혼을 선언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김영철은 나갈 거면 혼자 나가라며 배신한 것. 문제는 뼈빠지게 일했어도 김지호가 돈 한 푼 없는 처지라 본자식을 다 데리고 나올 수 없는 가능성도 있다.

김소연 이필모네 가정도 평범하진 않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유명 한복 디자이너 시어머니는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식적인 착한 시어머니 코스프레는 카메라만 걷어지면 드러난다. 그의 아들 이필모 역시 어머니의 비서와 불륜을 저질렀다. 고통받던 김소연은 이상우를 만나면서 새 삶에의 의지를 다진다. 안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김소연 역시 남편과 이혼하기 전이니 불륜이다.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극강의 막장 전개다. 이쯤 되면 이렇게 해서 결과적으로 이뤄낸 가화만사성이 과연 무슨 소용이겠나 싶다.

'막장'은 방송사 입장에서는 놓치기 아까운 회심의 카드다. 대다수는 욕했다지만 '내 딸 금사월'의 시청률은 30%를 넘었다. 고정시간대마다 집에서 본방사수를 하는 시청층을 찾아보기 어렵고 케이블, 종편 드라마가 눈에 띄게 약진한 현시점에서 거둔 놀라운 성과였다. 호성적만큼이나 화제성도 담보된다. 일례로 모 아침드라마에서 나온 이른바 '주스폭포신'과 '김치따귀신'은 큰 충격을 선사했지만 패러디를 통해 두고두고 회자되는 호사를 누렸다.

MBC 박성수 드라마 국장은 "'내 딸, 금사월'이 여러 가지로 논란이 됐지만 '내 딸, 금사월'로 위로와 오락을 찾는 사람도 있다"며 "작년에 '앵그리맘'으로 사회성 있는 작품도 했고 '킬미힐미'도 MBC가 만들었다. '그녀는 예뻤다'가 역변 여자들에게 희망을 줬고 '퐁당퐁당 LOVE'가 잘 되면서 MBC에게 역으로 웹드라마를 하자는 요청도 있다. 다양한 게 있는데 왜 계속 막장만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전한 바 있다.

다양함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분명 있었지만 여전히 MBC에게는 '막장'의 색이 진하게 드리워져 있다. 자극적인 전개는 시선은 끌 순 있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니 드라마의 질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오죽하면 내내 폭주하던 드라마들이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곳곳에 풀어놓았던 막장 떡밥들을 마지막 한 회에 회수해버리는 급수습도 적지 않았다. 이제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로까지 전락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시청자의 관심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고민해볼 문제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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