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옥시, 5년만에 "가습기 살균제 죄송"..피해자들 "자진철수하라"

이성희 기자 입력 2016. 5. 2. 11:16 수정 2016. 5.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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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만에 공식 사과했다. 옥시는 “신뢰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을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한 대국민 사과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옥시 한국법인 아타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을 받은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옥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2일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입장을 발표한 것은 2011년 사건이 발생한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피해를 입은 경우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한 177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영국 본사가 이사회를 열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영국 본사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위기감을 느낀 옥시 측이 서둘러 공식 사과 자리를 마련한 것 아니겠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옥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2일 기자회견 도중 피해자와 가족들의 항의를 듣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사프달 대표는 “여러 회사의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관련업계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보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 다른 제조·판매사들이 동참해주시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겠다”며 “옥시레킷벤키저는 제품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 어떤 잠재적 문제라도 사전에 인지하고 바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2일 기자회견 도중 단상으로 올라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10여명이 참석해 그간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옥시에 강하게 항의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 이제와서야 사과하느나”며 “옥시 한국법인에 100번도 넘게 전화했지만 책임자를 만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가족은 “한국 법인 대표냐, 영국 본사를 대표하는 것이냐”며 “우리는 2∼3년 있다 가는 한국 대표가 아니라 영국 본사에서 나온 사람과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산소통을 달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한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이 순간을 5년간 기다렸다. 우리 아이의 소원은 체육시간에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타울라시드 대표는 연거푸 고개를 숙여 “죄송하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2일 열린 옥시 측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유가족 연대는 이날 옥시 측 사과와 관련해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한민국에서 자진 철수하고 폐업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진정 어린 사과”라며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로 철저하게 책임을 규명하고 정치권에서는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밝혔다.

앞서 옥시는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기존에 기탁한 피해자 지원기금 50억원 외에 50억원을 더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옥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본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가 할 의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법원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였고, 상당 부분의 사안들이 법원 조정절차를 통하여 합의에 이르러 종결됐다” 등 그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식의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과 이들을 지원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과 없이 일방적인 기존의 합의로 다른 피해자들의 문제도 해결하려는 것이냐”며 “살인자는 처벌을 받아야 맞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날 검찰 수사와 별개로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 라케쉬 카푸어 등 본사 임원 8명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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