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언니는 심장·폐이식, 1살 동생은 사망..가습기살균제의 비극

음상준 기자 입력 2016. 5. 2. 09:36 수정 2016. 5. 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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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폐이식 전 100일간 에크모..어머니도 5일간 치료
옥시레킷벤키저가 입주한 서울 TWO IFC빌딩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 News1 황기선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은 4세 여자아이가 국내 처음으로 심장·폐 이식수술을 받기까지 100일간 에크모를 달고 사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세 여동생은 숨지고 어머니도 5일간 에크모 치료를 받는 등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한 가족이 큰 고통을 겪었다.

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호흡기알레르기과 유진호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 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발표했다.

논문 내용을 보면 유진호 교수는 2011년 6월 11일 병원에 입원한 4세(당시) 여자아이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살균) 성분을 오래 들이마셔 간질성 폐 질환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다.

이 여아는 서울아산병원에서 100일간 몸의 산소 순환을 돕는 의료기기인 에크모(ECMO, 체외막형산소화장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다가 심장과 폐를 함께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유 교수는 "여아는 이식수술 3년 뒤 실시한 폐 기능 검사에서 비교적 양호한 결과를 확인했다"며 "폐 고혈압과 폐쇄성 세기관지염 같은 부작용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2011년 봄 당시 여아는 마른기침 등 심각하지 않은 증상이 나타났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감기 같은 흔한 호흡기 질환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 증상이 나타난 지 2주 뒤부터 빈호흡(호흡수 증가)과 호흡곤란 등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여아 엄마와 1세 여동생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병원 측은 환자들에게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프레드니솔론) 등을 투약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유 교수는 "여아 가족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PHMG는 최다 사망자를 낸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다.

치료 과정에서 1세 여동생은 불행히도 대형병원으로 옮겨지기 전에 숨졌다. 여아 엄마는 5일간 에크모 치료를 받았고 폐 이식 후 후유증 없이 회복됐다.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당시 여아 상태는 호흡수 분당 77회, 맥박 분당 136회 등이었다. 이후 아이에게 공기누출증후군과 폐기종 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 유지가 힘든 상태였다.

여아는 에크모에 의존해 장기 제공자가 나올 때까지 100일을 버텼다. 마침내 뇌사 판정을 받은 11세 소녀의 폐와 심장을 이식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문제는 장기를 제공한 뇌사아 체중은 23.1㎏으로 장기를 받은 아이 17㎏보다 1.3배나 컸다.

국제심장·폐 이식협회(ISHLT) 발표 내용을 보면 심장과 폐 이식수술은 성인의 경우 1963년, 어린이는 1986년에 처음 실시할 정도로 치료 역사가 길지 않다.

유 교수는 "에크모 장착 기간이 길수록 이식 수술 뒤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며 "전 세계적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은 어린이의 5년 생존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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