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옥시 영국 본사,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영입 왜?

박원익 기자 2016. 5. 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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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 조선DB
심수옥(Sue Shim) 전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두 번째)은 2014년 7월 1일 옥시 영국 본사의 사외 이사로 임명됐다. / 옥시 본사 연차보고서 캡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 / SNS 캡처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4월 27일 오전 2시 40분, 17시간의 검찰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이정민 기자
4월 21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가 옥시의 입장 발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

옥시 영국 본사(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가 2014년 7월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마케팅 전문가를 이사로 임명한 사실이 2일 확인됐다.

우리 정부가 2014년 3월 “361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04명이 사망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자 3개월여 만에 한국인 이사를 선임했다. 옥시 영국 본사가 한국인을 이사로 선임한 최초 사례다.

◆ 심수옥 전 삼성전자 부사장, 옥시 본사 사외 이사로 활동

옥시 영국 본사는 2014년 7월 1일 심수옥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사외 이사(Non-Executive Director)로 임명했다. 라케시 카푸어(Rakesh Kapoor) CEO를 비롯한 전체 14명의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인 심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여성 임원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프리미엄 마케팅 강화를 위해 2006년 P&G에서 영입했다. 2008년 삼성전자 최초 여성 전무로 승진했고, 2011년 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에 올라 ‘삼성전자 최초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달았다.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오던 심 전 부사장은 2013년 말 학업을 이유로 휴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이 선임 기간에 갑작스럽게 중도 휴직하는 사례가 드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14년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사내 인트라넷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심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를 떠난 뒤 선택한 회사는 옥시 영국 본사였다. 심 전 부사장은 현재 이사회 감사위원회 소속으로 1년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심 전 부사장의 임기는 오는 5일까지다.

◆ 영입 왜?… 옥시 측 ‘묵묵부답’

삼성 고위 임원 출신으로 마케팅 전문가인 심 전 부사장을 영입한 이유는 뭘까? 일부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악화된 여론 수습용 인사’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2014년 3월 “361명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104명이 사망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자 자회사 옥시와의 긴밀한 조율이 필요했으리란 관측이다. 심 전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인 P&G에서도 17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기업 이미지 개선, 글로벌 브랜드 전략 등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검찰은 정부 발표 직후인 2014년 8월에 수사를 재개했다. 영국 본사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진 2011년 이후 옥시와의 관련성을 계속 부인해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3년 11월 1일 당시 옥시 한국법인 대표였던 샤시 쉐커라파카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인도적 차원의 기부금 50억원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사태가 전혀 잦아들지 않았다. 옥시 본사 입장에서는 한국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옥시 본사는 한국법인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 이 과정에서 심 전 부사장이 일정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옥시 한국법인에 문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한국 법인 대표도 질의서에 응답하지 않았다.

◆ 옥시, 2일 오전 기자회견… 피해자 지원 단체 “본사 이사진 형사 고발할 것”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확산되자 옥시 한국법인은 2일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첫 기자회견이다. 사프달 대표가 직접 사과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본사의 입장도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옥시는 지난 4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안과 관련해 좀 더 일찍 소통하지 못해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 말씀을 드린다. 사회적 책임에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엔 ‘2014년 환경부에 기탁한 인도적 기금(50억원) 외에 추가로 50억원을 더 출연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옥시의 사과는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영국 본사 CEO를 포함해 이사진 8명을 검찰에 형사 고발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은 그동안 옥시 신현우 전 대표 등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옥시 영국 본사가 독성물질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들어간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진술과 자료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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