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보상선수들로 완성된 LG 필승조

입력 2016. 5. 2. 05:50 수정 2016. 5. 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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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2011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2011시즌 후반기 최악의 부진으로 급추락,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FA 선수 세 명이 팀을 떠났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왔지만, 싸늘한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인해 선발투수 두 명이 유니폼을 벗었다. 전력보강은 거의 전무,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 요인이 훨씬 커 보였다. 전문가들은 2012시즌을 앞두고 LG를 가장 유력한 꼴찌로 꼽았다. 

사실 전력보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전력유지는 가능했다. 주전포수와 중심타자, 그리고 마무리투수까지 송두리째 타 팀과 FA 계약을 맺었지만, 즉시전력감 보상선수를 지명해 전력누수를 최대한 막을 수 있었다. 보호명단 20명 외에 1군 선수를 보상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LG는 모두가 놀랄 만한 선택을 했다. 넥센과 계약한 이택근의 보상선수로 당해 넥센의 1라운드 지명신인 윤지웅을, SK와 계약한 조인성의 보상선수로는 SK가 4라운드에서 지명한 신인 임정우를 택했다. 한화로 떠난 송신영의 보상선수도 3라운드 신인 나성용이었다. FA 세 명이 나간 자리를 모두 신인들로 채워 넣은 것이다.

이는 LG 사령탑이었던 김기태 감독의 의중이었다. 김 감독은 “사실 보호선수 제외 명단에 우리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즉시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내년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생각한 결정이었다. 내가 LG 감독으로 있을 때 성적이 나는 것도 좋지만 미래에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가 아니라 상대 입장도 생각해봤다. 상대 입장에서 빼앗기면 가장 화가 날 유망주. 가장 깜짝 놀랄 유망주들을 지명했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유망주를 빼앗기면 얼마나 화가 나겠나”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이야기는 현실이 됐다. 윤지웅은 LG가 보상선수로 지명하기에 앞서 이미 경찰청 입대가 확정됐다. 이때문에 넥센은 LG가 2년 동안 1군에서 뛸 수 없는 윤지웅을 지명할 것이라 예측하지 못했다. 김 감독 또한 이들 보상선수들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LG를 떠났다. 임정우는 2012시즌과 2013시즌 1군과 2군을 오갔고, 나성용은 2012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입대했다.

2013년 11월에도 김 감독은 비슷한 선택을 하려고 했다. 이대형이 KIA와 FA 계약을 맺자, 이번에도 LG는 KIA의 유망주를 바라봤다. 그러나 KIA에서 LG가 원했던 유망주 투수를 20인 보호명단에 포함시켰다. 이 투수도 군입대가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KIA는 LG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유망주 보호에 나섰다. 그러면서 LG는 즉시전력감인 베테랑 사이드암투수 신승현을 지명했다. 

시간이 흘렀고, 많은 일이 일어났다. 21세기 들어 좀처럼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LG는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2014년 4월에는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 사건이 터졌다. 약 3주 후 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에 올랐고, LG는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오르는 기적을 연출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LG가 지명했던 보상선수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올라선 이는 윤지웅이었다. 윤지웅은 양 감독 부임 후 빠르게 자기자리를 찾더니 불펜필승조가 됐다. 임정우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군 투수로 올라섰다. 윤지웅과 임정우 모두 당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데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윤지웅과 임정우의 성장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윤지웅은 2015시즌 LG 불펜진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했고, 임정우는 2015시즌 막바지 향상된 구위를 앞세워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LG 이적 후 주춤했던 신승현도 2015시즌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찬헌의 공백을 메우는 셋업맨이 됐다. 

현재는 이들 세 투수 모두 LG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불펜 필승조다. 임정우는 개막 첫 2주 동안 고전했으나, 커브의 비중을 높이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14일 잠실 롯데전부터 5월 1일 잠실 kt전까지 7경기·8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00을 찍고 있다. 올 시즌 세이브 5개로 이 부문 리그 5위에 올라있다. 

신승현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0.00이다. 10경기를 소화하면서 한 번도 실점하지 않았다.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는 신승현은 “무실점이 계속가기는 힘들 것이라 본다.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시즌 출발이 좋은 만큼, 무실점 행진을 30경기까지 이어가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지웅은 시즌 개막을 며칠 앞두고 최악의 불운을 겪었으나, 서서히 페이스를 찾는 중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개막전 엔트리에선 제외됐지만, 지난달 17일부터 1군 무대에 올라 꾸준히 등판 중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등판해 위기를 극복한다. 

이렇게 LG는 올 시즌 임정우 신승현 윤지웅에 이동현까지 더해 불펜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세 명의 활약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만일 LG가 2011년 겨울 FA들을 모두 잡았다면, 2016시즌 불펜진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실제로 김기태 감독은 조인성은 구단에서 잡아주기를 원했다. 김 감독은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까지 조인성과 FA 재계약 소식을 기다렸지만, 조인성은 SK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SK는 우타자가 필요했다. FA 시장에 나온 김동주 영입도 염두에 뒀으나 이래저래 부담이 커서 조인성으로 선회했다. 포수자원이 풍부했던 만큼, 조인성이 포수로서는 서브 역할을 하고, 지명타자로서 오른손 거포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흥미롭게도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 그리고 이대형까지 LG가 놓친 FA 네 명 중 이택근 한 명만 성공한 FA가 됐다. 조인성과 송신영은 기대에 못 미쳤고, 둘 다 FA 계약기간 중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겼다. 이대형은 2014시즌 새 출발한 KIA에서 맹활약했지만, KIA의 kt 특별지명 보호명단에서 제외되며 kt 유니폼을 입고 있다.

LG의 경우처럼 보상선수가 몇 년 후 팀의 중심으로 올라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원석과 김승회처럼 유니폼을 바꿔 입자마자 활약한 적은 종종 있었으나, 미래 핵심전력이 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군입대가 확정된 선수가 보상선수로 지명된 경우도 윤지웅이 최초였다. 

어찌됐든 2011년 겨울 LG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미래 가치를 감안하면, LG는 FA보다 나은 21번째 선수를 영입했다. 임정우와 윤지웅은 앞으로 10년 이상 LG 투수진의 핵으로 자리할 것이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

[사진]윤지웅-임정우-신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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