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서 노동절 시위..프랑스선 노동법 개혁 반대
(모스크바·파리=연합뉴스) 유철종 박성진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노동절을 맞아 프랑스, 러시아, 터키 등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에서는 파리를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사회당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행진이 이어졌다.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힘(FO) 주도로 열리는 파리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시내 바스티유 광장에서 출발해 나시옹 광장까지 행진하며 노동법 개혁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학생 단체도 행진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노조인 민주노동동맹(CFDT)과 기독교노동자동맹(CFTC)은 이날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8일 노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해지면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 경찰관 24명이 부상하고 시위자 124명이 체포됐다.
당시 파리의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에게 병이나 돌, 불붙인 타이어 등을 던졌으며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사회당 정부는 10%에 달할 만큼 고질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낮추려는 목표로 해고 요건과 주 35시간 근무를 완화하는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와 학생 등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 뿐이라면서 지난 3월 이후 반대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이 25%에 육박하는 가운데 청년들의 반발이 거세 젊은이들은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 등지에서 '밤샘 시위'(Nuit debout)도 이어오고 있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이날 시위에 앞서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에게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면서 "공권력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매년 5월 1일 집회를 열어온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은 올해 마린 르펜 대표와 국민전선 창당인인 장-마리 르펜이 각각 행사를 개최하는 분열된 모습을 보여줬다.
국민전선에서 지난해 출당조치를 당한 장-마리 르펜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는 자신의 딸 마린 르펜 대표에 대해 "당의 단합 없이는 결선 투표가 아니라 1차 투표에서 질 것"이라고 말했다.
르펜 대표는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에게 국민전선을 물려받은 뒤 인종차별적이고 극우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장-마리 르펜이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의 (수많은) 소소한 일 가운데 하나다"라는 문제의 발언을 되풀이하자 지난해 8월 당에서 쫓아냈다.
러시아에서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과 '공산당' 등을 비롯한 정당과 노조 단체 등은 노동절을 기념하는 시위를 벌였다.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에서는 노동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거리행진 행사가 열렸다.
러시아 독립노조연합이 주도한 이 날 행진에는 모스크바 지역 노조원들과 '통합 러시아당' 및 '노동자동맹당' 당원 등을 포함해 약 10만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세금과 물가는 올리지 말고 월급과 연금은 올려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다른 노동절 시위에선 경제난 와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현재 1만 루블(약 18만 원) 수준인 최저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경찰이 시위에 대비해 2만5천 명을 배치했으며 시내 도로를 차단하기도 했다.
경찰은 노동절 집회의 상징인 이스탄불 시내 탁심광장에서 시위를 금지했으나 시위대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노동절 시위 때는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면서 이스탄불에서 시위대를 해산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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